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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미현 입말음식 연구가 “아주 강력한 모든 에너지가 음식 세계 안에 다 들어 있어요”

2025.10.27.김은희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맛은 생동하고 이야기는 경이로워 어느 인류는 이를 입말음식이라 이름 붙였다. 하미현 입말음식 연구가가 이어가는 동아줄, 넘어오는 생기들.

하미현 입말음식 연구가가 시시때때로 여는 부엌 오크숍 현장이자 입에서 입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가을 찬들로 채운 밥상. 입말과 밥상에는 국경이 없어서 한국의 찬과 더불어 이탈리아 셰프와 함께 나폴리의 찬들로 꾸린 먹거리가 한데 어우러진다.

GQ “달콤쌉쌀한 간식 챙겨서 반가웁게 맞이하겠다”고 보내주신 문자에 설렜어요. 무슨 간식일까.(웃음) 한 상 차려주셨네요.
MH 이건 제가 너무 좋아하는 곶감인데 전북 진안에 가면 씨앗이 없는 곶감이 있거든요? 여기에만 가면 씨앗이 없어지는 특이한 테루아가 있더라고요. 크게 베어 드셔보세요.
GQ 씨앗이 없어져요? 진안에서 나는 감은요?
MH 네. 고종시라는 감 종자인데 이걸 키우는 데는 많은데 진안에만 가면 특별하게 씨앗이 없어져요. 저는 좋아하는데 어떠실지.(반 가른 사이 버터 한 조각을 끼워둔 곶감이 아주 부드럽고 촉촉하다.) 이건 지금 (화전이) 덮여 있는데, 제가 어제 갔던 강원도 진부와 대화 지역에서는요, 친구가, 되게 좋아하는 친구가 결혼식을 하면 “우갱이”라고 그러는 화전을 예쁘게 덮어서 준대요. 왜 하얀 레이스 덮듯이, 하얀 맵쌀에 맨드라미 같은 꽃을 올려서 부친 화전을 이렇게 부꾸미를 쌓은 위에 덮는대요. 그래서 들춰서 안에 부꾸미만 드시면 돼요. 마침 부엌에 수수가루랑 찹쌀이 있어서 오신대서 만들었어요.
GQ 너무 예뻐요. 그럼 이 우갱이는 먹지 않는 건가요? 장식용이에요?
MH 그런데 옛날에 쌀이 얼마나 귀했겠어요. 다 먹어요. 다 먹는 거죠.(웃음) 요즘에는 다 돈으로 하고 금방 끝나는데 참 옛날에는 먹고살기 힘들었지만 낭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꽃으로 전을 부쳐서 결혼하는 좋아하는 친구한테.
GQ 그러게요. 이 이야기를 전해주신 분은 누구예요?
MH 지역분들이 다들 이야기해주셨는데 그래도 정금자 선생님. 그분 주도하에 지역 음식을 계속 이어가고 계시더라고요. 화전에 올린 맨드라미는 항생 작용을 해서 예전에는 장독대 옆에 심어 그 꽃으로 물을 내서 물김치도 담갔대요. 다니면 다닐수록 내가 모르는 한국이 있어서 너무 재밌어요.
GQ 이런 것이 입말음식이죠? 기록하고 계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의 음식들.
MH 맞습니다. 양반가라든가 사찰 음식, 궁중 음식은 기록이 잘돼 있거든요. 그렇다고 해도 우리 요리서가 많지는 않지만. 그런데 제가 한국 음식을 우연찮게 하게 되면서 탕평채라든가 불고기라든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통 음식을 배워보는데, 나한테는 와닿지 않는 거예요. 뭔가 살아 있는 느낌이 안 들었달까요. 그런데 현장에 가서 보면 아직도 어른들은 여름에 나는 거, 봄에 나는 거를 뚝딱뚝딱 해서 드시거든요. 그게 제게는 낯설었어요. 제가 부산에서 나고 자랐는데, 부산은 깡통시장에 가보면 아시겠지만 영어, 러시아어, 일본어 다 섞여 있거든요. 한국의 정체성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지역을 다니면서 음식을 통해 한국 사람들의 성정이라든가 한국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지점이 있었어요. 오히려 내게는 외국보다 더 낯선 것들이 현장에 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일이 바뀌게 됐어요.
GQ 원래는 프랑스에서 의상학을 공부하고 광고 아트 디렉터 일을 하셨죠. 그러다 어느 사찰 음식이 현재 입말음가로서의 기점이 됐고요. 그 사찰 음식이 궁금해요. 기억나세요?
MH 다 나요 지금도. 그 음식이 특별한 건 아니었는데, 하얗게 깎은 더덕을 세로로 편 썰고 그 위에 하얀 소스를 뿌렸는데, 사실 더덕도 하얗고 소스도 하얘서 형태가 명확하게 보이지는 않았거든요? 먹어봤더니 잣과 배를 갈고 소금만 넣어 섞어서 먹는 샐러드였더라고요. 무침인 거죠. 또 하나는 호박을 통으로 찌고 위에 호두와 호박씨 같은 것들을 꿀에 저며서 올렸어요. 그 음식들을 먹는데 원재료가 명확히 보이고, 넣어봤자 꿀과 소금 정도인데 그 식재료들이 조합되면서, 알고 있지만 너무도 익숙하지 않은 데서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편으로는 그 음식이 저한테는 무엇보다, 뭐라 해야 할까, 세련됐다. 부산 음식이든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원재료가 보이기보다는 대부분 양념이잖아요. 보통 짭조름하거나 단데 그 음식은 더덕 향도 나고 잣의 기름진 맛, 배의 단맛도 섞이면서···, 단색화도 보면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그 안에 시간이 쌓여 있고 작업자의 무수한 레이어가 있잖아요. 제게는 사찰 음식이 간단한데 굉장히 깊고 신선함이 교차되는 모습이었어요. 그러면서 공양간 찾아가서 조금씩 도와드리면서 해보고. 어떻게 보면 저한테는 그게 작업처럼 보인 거죠. 우리가 늘 먹는 밑반찬이다 이런 개념이 아니라 그 행위가, 그것도 수행일 수 있겠지만, 하나의 작업 영역처럼 느껴졌어요.
GQ 과히 꾸미지 않아서 도리어 세련된, 그런 모습들이 지금의 길을 이끈 거네요.
MH 음식도 그렇고 생활도, 사람도, 저 또한 드러내면서 일을 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숲에 갔을 때나 어떤 자연을 갑자기 만날 때 보면 의도적으로 그들이 드러내려고 한 게 아니라 우리 일상에 늘 있는데 한 번씩 햇빛이 엄청 아름답게 보일 때 나한테 오는 어떤 새로운 느낌이 있잖아요. 저도 한국 음식이나 의미들이 일상에서 발견되는 게 좋지 작정하고 정제시켜서 차린 것에는 그런 감흥을 잘 못 느끼는 것 같아요.

손글씨는 일상의 맛을 이어오는 어르신들이 직접 쓴 요리법. 

GQ 입말음식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확실하고 직관적이어서 사전에 등재된 말인 줄 알았어요. 직접 만드신 표현이라고요.
MH 입말이라는 것 자체가 결국 구전인데, 실제로 그분들한테 제가 듣는 것은 책의 글이 아니라 말로 시작돼요. 예를 들어 정금자 선생님도 마찬가지였지만 처음 만나면 부엌으로 들어오라고 하세요. 부엌에 들어가면 보통은 이야기부터 시작해요. 음식으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식당은 음식부터 나오죠. 우리는 어른들 만나면 이야기를 먼저 듣게 돼요. 그분들이 하시고 싶은 말이 많잖아요. 쭉 듣다가 한 번씩 질문을 하는 거죠. 요즘 뭐 드시는지. 농사 뭐 지으시는지. 이렇게 주고받다 보면 그분들 말 속에서 나오는 말이 있어요. 예를 들어서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아”라든지 “농부는 씨앗을 베고 죽잖아” 이런. 정말 뜬금없이 우리 가슴으로 팍 들어오는 말이 있단 말이에요. 어떻게 보면 그런 말들 안에서 일이 시작돼요. 음식에 대해서 질문해도 그분의 삶이 ‘마아악’ 나와요. 그 입말이라는 게 너무 생생해서 글로 담을 수는 없어요. 그냥 현상인 거예요. 툭 하니 벌어지는. 그게 저한테는 다였어요. 레시피는 사실 그다음인 것 같고. 그러면서 제게 정리된 것이 입말음식인 거예요.
GQ 입말음식을 수집하는 과정도 궁금했는데 그건 음식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부엌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 입말음식가는 그것을 잘 듣고 잘 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MH 맞아요. 그리고 내가 어쨌든 누군가의 공간에 들어갔으니까 그분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야기를 잘 들어드리고 교감하는 거죠. 공감을 만들어내는 것. 그렇게 이야기를 쭉 듣다 보면 그 안에 그 사람의 삶의 흔적들이 있고, 그런데 그것은 무조건 음식과 연결돼요. 옷은 없어도 살지만 음식은 안 먹으면 죽잖아요. 아주 강력한 모든 에너지가 음식 세계 안에 다 들어 있어요.
GQ 레시피는 다음 문제이고 입말에 먼저 찍히는 방점이 인상 깊어요. 실제로 그간의 입말음식 기록들을 살펴보면 음식에 담긴 사람들의 삶 또한 진하게 배어 나왔거든요.
MH 현장 가면 음식을 너무 후딱 후딱 하셔서 우리 연구원들이 같이 가서 레시피를 정리하기 전까진 저도 알 수가 없어요.(웃음) 순서대로 안 하시기도 하고, 그렇잖아요, 우리 엄마들 봐도 레시피대로 요리 안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음식은 대화가 끝나고 그 뒤에나 이루어지는 것이고, 앞 단계가 영화로 보면 결론인 거죠. 음식은 부록 같은 느낌. “(손님들)이제 왔으니까 먹자” 해서 먹는 정도지. 그래서 음식을 보면 그 사람이 다 떠올라요. 곶감 보면 이금춘 선생님, 부꾸미 보면 정금자 선생님, 수수 보면 권태옥 선생님···. 권태옥 선생님은 수수를 키우는 농부이신데 수수의 ‘수’자가 수명의 ‘수’자와 음이 똑같아서 옛날에는 아기들이 열 살이 되기 전까지 꼭 수수로 만든 떡을 생일 때 베개맡에 올려놨대요. 오래 살라고. 어떻게 보면 음식이 부적인 거죠. 그런 이야기들이, 그때 상황이 음식을 보면 딱 떠오르죠.

GQ 그렇게 얻은 삶의 지혜 하나 알려주세요.
MH 정말 많은데요, 제일 큰 것은 제가 제주도의 엄마라고 표현하는 김태자 어르신이 하신 말씀이에요. 제주도에서는 뭔가를 귀하게 생각하고 아깝다고 생각해서 아끼는 걸 존양정신이라고 그러더라고요.
GQ 존양정신.
MH 네. 쉽게 말하면 생선을 떠서 회로 내면 뼈는 국 끓일 때 육수로 쓴다거나, 그 뼈가 마지막까지도 남으면 텃밭에 거름으로 써요. 살림을 귀하게 생각하는 거죠. 저는 요즘 ‘귀한 게 뭘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요즘 우리가 좀 그런 것 같은데 물건도 넘쳐나고, 관계도 생겼다 없어지고, 이제는 귀한 게 뭔지 잘 모르겠다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어르신은 지금 80세인데 당신이 농사를 짓기도 했고, 예부터 먹을 게 워낙 귀하기도 했을 것이고, 어떻게든 끝까지 쓰고 땅으로 돌려보내는 행위들에서, 꼭 먹거리만이 아니라 삶에서도 사람 관계에서도 굉장히 귀하게 여기시는 모습에서 마음이 따끔따끔 미안해져요. 나도 정말 도시 깍쟁이구나라고 느껴요. 그분들은 한 번 만나면 안 잊어요. 한 번씩 연락 주시고 그럴 때마다 ‘아, 귀한 게 뭘까’ 싶어요. 사람에 대한 마음도 있지만, 내 일상에 있는 것들을 항상 귀하게 여겨서 자기 살림을 가꿔가는 것. 그게 삶에서 제가 제일 영향을 많이 받는 부분 같아요. 물론 저는 아직도 버리는 것도 많지만 근본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게 되는 건 있어요. 그리고 또 하나, 제주에서 만나뵌 추미숙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있는데 <입말음식: 제주 우영팟> 책 표지에도 써두었어요.
GQ “우리 제주의 음식은 요리렌 헐게 어수다. 우영팟디거영 바당에서 나는 물에거영 섞어그넹 확 밥해영 먹엉. 일허레 가젠허난 막조드럭 브난마씹게” 말씀이죠?
MH 맞아요. 그러니까, 제주 음식은 요리랄 게 없고 그냥 물의 것, 땅의 것 섞어서 훅 해 먹고 일하러 가기 바빴다. 저는 이 말이 한국 음식, 특히나 지금 제가 기록하는 입말음식과 연결되는 지점 같아요. 어떤 권위 있는 음식들은 희생의 음식이잖아요. 여자들은 대부분 부엌에서 살았을 거예요. 저한테는 굉장히 화가 나는 지점이기도 하죠. 지역 다니면 종가 음식하는 종부들은 특히 잘 없어요. 너무너무 힘들어서 다 아파트로 도망가 계세요.(웃음) 제일 힘든 게 그런 분들의 음식을 만나는 거예요. 음식이라는 것은 툭 툭 툭 해먹이는 것처럼 보여도 며칠 전부터, 아니 몇 달 전부터 해야 될걸요? 식재료를 키우고 말리고, 그런 일부터 해야 할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추미숙 선생님 말대로 물의 것, 땅의 것 섞어서 훅 해 먹던 일상의 음식은 계속 이어오지 않나 싶어요. 키우는 식재료가 제일 맛있을 때를 알아서, 뚝딱뚝딱해서, 최대한 맛있게 지혜롭게 내서 같이 먹는. 그게 저한테는 정답고, 그게 미래 같기도 해요. 식재료만 계속 키울 수 있다면. 이 입말음식이라는 건 한국뿐만 아니라 땅에서 난 식재료로 내 자식 먹이려고, 내가 먹으려고, 그 때와 시에 딱 맞는 것을 알고 해 먹는 인간의 보편적인 이야기 같아요.
GQ 그러고 보면 제주 추미숙 선생님 입말을 더듬더듬 가늠했어요. 보편적인 이야기지만서도 사투리 같은 언어의 어려움도 있지 싶어요.
MH 언어를 항상 넘죠. 해외 가서 아카이빙도 많이 하지만 솔직히 말 정말 안 통하거든요?(웃음) 그런데 그 사람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은 음식 안에, 부엌 안에 다 있어요. 숟가락, 냉장고에 붙인 스티커, 반찬통···. 모든 게 이 사람의 암호이자 흔적이에요. 말은 설명하기 위한 한정적인 도구 같아요.

하미현 입말음식 연구가.

GQ 맛있는 것을 먹으면 무언으로도 표현이 되죠. ‘단짠단짠’, ‘맵단맵단’같이 압축해서 표현하는 일은 그래서 오히려 아쉬워요. 그 안에 수많은 층위가 있는데 말이에요. 맛 표현을 풍성하게 해주는 입말 하나 알려주신다면요?
MH 진짜 많아요. 정말 재밌어요. 그래서 저도 입말 사전 같은 걸 꼭 정리해야겠다 싶어요. 강원도 평창 갔더니 거기는 이 말을 하더라고요. “베틀하다.” 들어보셨어요? 저는 이제 그게 무슨 맛인지 알아요. 옥수수를 바로 따면 풋향이 나요. 살짝 비릿한 풋풋한 향이 나면서 약간 달달하고 감칠맛 날 때 “베틀하다” 그래요. 그리고 우리가 보통 빨간 팥만 있는 줄 알지만 굉장히 여러 종류가 있거든요? 그중 재팥은 색이 새까맣지 않고 약간 회색깔이에요. 지역마다 그 팥을 가래팥, 재팥, 부르는 말이 다른데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어요. “그 팥은 얕은 맛이 있어.” 얕은 맛이 뭐냐하면 깔끔한데 깊은 맛이 있는, 끝맛이 조금 두툼한 맛이에요. 물이 얕다 할 때 얕음이 아니라 오히려 깔끔하고 끝맛이 묵직한 걸 “팥죽을 끓이면 붉은 팥보다 재팥이 얕은 맛이 있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맛은 저도 느껴요. 매년 동지마다 동지 팥죽 파티를 하거든요.
GQ 동지 팥죽 파티!
MH 팥죽을 세 종류 정도 만들고 친구들 모아서 팥죽 먹는데 그 재팥으로 만든 팥죽은 진짜로 끝맛이 더 묵직하고 두툼해요. 그걸 얕다고 해요. 달고 짠 것만 아니라 향도 있으면서 입안에 뭔가 남고, 그 밑에 신맛이나 감칠맛도 있고, 이런 다양한 맛을 표현하는 말들이 지역마다 있어요. 아우, 이건 진짜 미식의 세계죠. 그런데 그게 결국은 신선할 때 나는 거예요. 우리가 못 보는 맛이에요.(웃음)
GQ 땅과 물에서 정말 갓 길어 올렸을 때의 신선함.
MH 응, 맞아요. 그 향과 맛들. 저도 어찌 보면 이걸 도파민 중독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웃음), 제가 패션을 공부하고 일했던 때를 떠올려보면 요즘에는 많이 달라졌지만 저 때만 해도 이게 어디서 카피했는지 너무 보이는 거예요. 그 레퍼런스가 어디서 왔는지 다 보여요. 그러니까 그런, 인간이 재해석해서 내놓은 창작물이 너무 시시하고 재미가 없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변방을 계속 다녔죠. 그런데 그게 음식과 어느 순간 맞닿아진 것 같아요. 사찰 음식부터 해서 음식과 식재료를 좇아다니다보니 그간 충족되지 않던 도파민이랄까 영감이, 누군가는 낡고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들 말을 통해서 재발견되는 거죠. 우갱이 이런 것도 누가 알았겠어요? 그런데 삶은 팍팍했어도 일상을 꽃처럼 꾸미고 싶어 하고 특별하게 만들고 싶어했던 그분들의 삶이 음식 안에 담겨 있는 거잖아요.
GQ 그것이 근원이기도 하고요.
MH 완전 근원이잖아요. 그리고 계속 이어온 것이고. 그게 영감이 돼요.
GQ 마지막 질문. 입말음식가 하미현의 입말음식은 무엇인가요?
MH 제게는 탕국이랑 콩잎김치. 그리고 연탄불에 오랫동안 지진 시래깃국.
GQ 방방곡곡 많이 다니셔서 오래 고민하실 줄 알았더니 바로 답이 나오네요.
MH 그렇죠, 저한테는 그 맛이라는 게 늘. 우리는 탯줄이 태어나면서 끊어졌다고 여기지만 제 생각에는 맛의 탯줄이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어릴 때 맛봤던 것들이 내면 안에 탯줄로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음식을 딱 먹으면 어느 순간을 떠올리잖아요. 콩잎김치 혹시 드셔보셨어요? 갈치젓이라든지 여러 젓갈류가 들어가거든요? 가을 이맘때쯤이면 엄마가 갈치를 쿠우욱 삭이는 걸 아직도 집에서 하세요. 콩잎김치의 그 콤콤하면서도 약간의 짭쪼름한 젓갈 향···, 그리고 콩잎이 약간 질기단 말이에요, 그런 까끌한 식감. 그게 저한테는 맛의 탯줄인 거예요. 정말 ‘부산’스러운 정체성이 있는 음식이에요. 마침 제가 콩잎김치를 담근 게 있어서 조금 싸드릴게요. 아이, 맛만 봐봐요. 그냥 가져가세요. 있으세요, 그런 맛의 탯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