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띠 아쉬(petit h), ‘무한한 가능성의 공방’.
에르메스의 수많은 공방 중에서도 가장 자유롭고 실험적인 공간, 쁘띠 아쉬(petit h)는 장인정신과 유머, 그리고 창의성이 교차하는 특별한 실험실이다. 이곳에서는 사용되지 않은 최고급 자재들이 장인의 손끝과 아티스트의 상상력을 거쳐 다시 태어난다.
2010년 파스칼 뮈사르(Pascale Mussard)의 발상으로 시작된 쁘띠 아쉬는, 에르메스의 가죽 제품, 실크, 세라믹, 금속, 유리 등 16개 메티에(métier)에서 사용되지 않는 자재를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오브제를 만들어내는 독창적인 접근 방식을 선보인다. 이는 단순한 업사이클링을 넘어, 에르메스가 지닌 지속 가능성과 창의적 실험정신을 예술로 구현한 결과물이다.
고드프루아 드 비리유(Godefroy de Virieu)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지휘 아래, 쁘띠 아쉬 공방은 ‘사용되지 않는 것은 없고, 모든 것이 재창조된다’는 모토를 실현한다. 이곳의 창작 과정은 일반적인 디자인의 순서를 거꾸로 뒤집는다. 아이디어에서 시작하는 대신, 사용되지 않는 소재가 출발점이 된다. 장인과 아티스트는 가죽, 실크, 크리스털, 나무 조각을 직접 만지고 결합하며, 그 안에서 새로운 형태와 기능을 발견한다.
이렇게 탄생한 오브제들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켈리 백의 손잡이가 달린 크리스털 카라프, 시계가 매달린 포슬린 컵, 유리와 가죽을 결합한 도기병 등은 모두 에르메스의 상징적 소재들이 만나 빚어낸 창조적 충돌의 산물이다. 각 작품은 소량으로, 혹은 단 하나의 에디션으로 제작되며, 일상의 오브제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

쁘띠 아쉬는 파리 세브르(Sèvres) 매장을 중심으로, 매년 두 개 도시로 여정을 확장하며 세계 각지의 로컬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한다. 방콕의 실크 해먹, 두바이의 인센스 홀더, 베이징의 용 모티프 책장처럼, 현지 문화와 전통을 소재로 재해석한 오브제들은 쁘띠 아쉬가 지닌 자유로운 감성과 지속 가능성의 비전을 보여준다.
“모든 것은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쁘띠 아쉬의 철학은 결국 아름다움과 기능, 예술과 책임을 잇는 다리다. 장인의 기술과 아티스트의 상상력, 그리고 에르메스가 지켜온 품격이 만나는 지점에서, 쁘띠 아쉬는 오늘도 새로운 생명을 빚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