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음악, 패션. 에이셉 라키가 사랑하는 것들.

GQ 몽클레르 지니어스는 다양한 창작자들과 협업하는 몽클레르의 인큐베이팅 프로젝트죠. 이번 협업이 어떻게 이루어 졌는지 궁금해요.
AR 몽클레르 팀의 제안에서 시작했어요. 저한테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죠. 어릴 적부터 입고 자란 브랜드와 함께 일할 수 있었으니까요.
GQ 당신의 레이블 ‘AWGE’가 듀얼 라벨로 디자인된 점이 흥미로워요. 디자인 과정은 어땠나요?
AR 모든 게 굉장히 빠르고 순조로웠어요. 각자 다른 장소에 흩어져 있었는데도요. 사실 이건 어떤 상황도 유연하게 대응하고, 협조해준 몽클레르 팀의 공이 커요. 덕분에 정말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GQ 이번 컬렉션은 스키웨어라고요.
AR 맞아요. 복고풍 스키웨어에 대담한 컬러를 입혔어요. 강렬한 레드, 일렉트릭 인디고, 선명한 에메랄드 그린, 화이트와 블랙.

GQ 새 앨범 <Don’t Be Dumb>에 대해 말해볼까요? 발매가 임박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AR 맞아요. 되도록 빨리 발매할 거예요.
GQ 그러고 보니 이번 지니어스 컬렉션에서 그래픽 레터링으로 등장하기도 했네요. ‘ Don’t B e Dumb’이요. 이건 누구에게 하는 말이에요?
AR 그냥 일반적인 이야기예요. 누구에게나, 동시에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요. 물론 저에게도요.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인생 전반의 모토예요.
GQ 당신은 래퍼이면서 디자이너기도 해요. 음악을 만들 때와 옷을 디자인할 때의 과정이 궁금해요.
AR 그루브와 바이브를 타야 한다는 점에서 음악과 패션은 비슷해요. 그렇기에 창작 과정도 비슷하죠. 음악을 만들 때는 빈티지 만화, 패션쇼, 레이싱, 복싱 경기 같은 채널을 틀어놓고, 거기서부터 시작해요. 패션도 마찬가지예요. 어떤 주제가 있을 때는 그 감각에 맞는 영상을 TV로 틀어놓고, 의식이 흐르도록 놔둬요. 또 다른 방법으로는 레트로, 빈티지, 클래식 같은 자료, 오래된 아카이브는 최고의 영감입니다.
GQ 아카이브로부터 창조가 시작되는군요. 이번 앨범에서는 어떤 아카이브에 매료되었나요?
AR 독일 표현주의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1920년대 초부터 1940년대까지 발전한 미학인데, 특히 2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에서 생겨난 스타일이죠. 그때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를 만들어 내야만 했던’ 시대였어요. 동시대 감독들은 자연 환경 속에 있는 걸 활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게 오히려 상상력을 폭발시킨 계기였죠. 과장되고 어두운 분위기, 뾰족한 형태와 점들이 독일 표현주의의 특징이에요. 영화로 표현하자면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피위의 플레이하우스>, <배트맨>, <가위손> 같은.
GQ <피위의 플레이하우스>와 <크리스마스 악몽> 은 혹시 아이들과 함께 보다가 떠오른 건가요?
AR 아이들에겐 많이 이르죠. 이제 겨우 세 살, 두 살 이니까요. 두 아이들은 아직 어린이 뮤지컬과 동요에서 졸업하지 못했어요.
GQ 아빠가 에이셉 라키, 엄마가 리한나라니. 아이들은 언제쯤 부모의 음악을 들을 수 있을까요?
AR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들을 수 있어요. 하지만 아직은 엄마 아빠의 음악을 찾아 들을 생각조차 못 해요. 부모가 유명하다는 개념도 모르죠. 자아 인식도, 지식도 아직 없거든요. 조금 더 크면 제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거예요. 그때쯤엔 “아빠도, 엄마도 록스타야”라는 말을 하겠죠. 지금은 아무래도 괜찮아요.
GQ 얼마 전 셋째 딸이 태어났죠. 축하해요.
AR 정말 고맙습니다. 이름은 로키 아이리시예요!
GQ 첫째와 둘째를 키우면서 터득한 지혜가 있나요? 예를들면 로키에게 ‘이건 꼭 해야겠다’ 혹은 ‘이건 다신 하지 말아야겠다’ 싶은.
AR 글쎄요, 아이들은 정말 많이 달라요. 누구도, 아무것도 똑같은 건 없더라고요. 매 경험마다 다 달라서, 이번도 예외는 아닐 거예요.
GQ 그것 또한 터득한 지혜겠지요. 지난 몇 년간 아빠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뭐예요?
AR 한 명의 인간으로서, 아티스트로서, 그리고 부모로서 성장하는 과정.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좋은 아빠, 사랑이 넘치는 아빠가 되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줄 수 있고, 주고 싶은 건 오직 사랑뿐이죠. 가족은 제 존재의 이유이자 전부예요.
GQ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옷이 있나요? 당신은 아빠이자 디자이너잖아요. 늘 궁금했어요.
AR 전부 다요. 진짜로요. 이건 그냥 물건을 쌓아두는 게 아니라, 컬렉터의 마음가짐이에요. 아카이브로 있어야 할 것, 지금 입는 것, 나중에 물려줄 것들을 나누어 보관해요. 나중에 나이 들어서 못 입게 되는 옷도 아이들에게 물려줄 거예요.
GQ 그럼, 언젠가 당신이 직접 디자인한 옷도 입게 되겠네요. 몽클레르 지니어스 컬렉션까지도요.
AR 물론이에요. 지금도 제가 디자인한 걸 입어요. 작은 푸마 신발에 레이밴 선글라스까지 쓰고 뛰어다니는데, 정말 사랑스러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