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뉴스]의 설경구와 변성현 감독은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 [길복순]에 이어 네 번째로 호흡을 맞춘 사이다. 이들만큼 환상의 짝꿍을 자랑하는 감독과 배우는 또 누가 있을까.
서로의 새로운 얼굴을 꺼내주는 쌍방 구원 콤비 | 변성현 감독&설경구

변성현 감독과 설경구의 만남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시작된 이래, 한국 영화계에 독특한 스타일과 새로운 유형의 캐릭터를 꾸준히 제시하며 ‘페르소나 콤비’로 자리 잡았다. 특히, <불한당>을 통해 설경구는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연기 인생의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고, 설경구는 변 감독을 ‘나의 영화 아버지’라 칭할 정도로 깊은 신뢰를 드러내며 그의 치밀한 연출 세계에 기꺼이 몸을 맡겼다. 이후 두 사람은 정치 드라마 <킹메이커>, 스타일리시 액션 <길복순>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서로에게서 예상치 못한 매력을 끌어냈다. 네 번째 협업작이자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에서는 1970년대 납치된 비행기를 둘러싼 비밀 작전의 책임자이자 정체불명의 인물 ‘아무개’ 역을 맡아 특유의 노련함에 블랙 코미디적인 풍자적 면모까지 더하며 또다시 시너지를 폭발시켰다. “다섯 번째 작품은 없다”, “결별 선언을 했다”라며 농담처럼 다음 만남을 부인하기도 했지만 진심이 아닌 유쾌한 제스처라는 것을 알고 있다.
*추천작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2017>
누아르 장르의 클리셰를 비틀고, 감각적인 미장센과 강렬한 대사를 통해 한국형 누아르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작품. 변성현 감독의 대담한 연출 스타일과 설경구의 새로운 연기 변신이 만나 강렬한 시너지를 만들어냈으며,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되는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비열하면서도 인간적인 감정을 가진 조직의 2인자 ‘재호’를 입체적으로 그려낸 설경구는 ‘불한당원’이라는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며 인기를 얻었다.
한국 영화 역사를 함께 만든 동반자 | 봉준호 감독&송강호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완벽한 파트너십’, ‘세계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명콤비’, ‘세계가 인정한 황금 조합’.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를 두고 하는 말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봉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이자 한국 범죄 스릴러의 마스터피스로 불리는 <살인의 추억>에서 시작되어 천만 관객 신화의 <괴물>, 글로벌 프로젝트 <설국열차>를 거쳐 한국 영화 최초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및 아카데미 4관왕에 빛나는 <기생충>까지 총 4편의 걸작을 함께 만들어냈다. 송강호는 봉 감독이 설계한 치밀하면서도 풍자적인 세계관 속에서 평범한 소시민부터 기묘한 영웅 그리고 가장 비극적인 인물에 이르기까지, 복잡다단한 캐릭터의 내면을 특유의 생활 연기와 깊이 있는 감정으로 완벽하게 구현해낸다. 이처럼 두 사람은 서로의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변곡점을 함께 했을 뿐 아니라 이들의 발자취는 한국 영화가 세계로 뻗어나가는데 결정적인 역할까지 했으니, 단순한 감독과 배우 관계를 넘어 큰일을 함께 해내고 있는 동반자임이 분명하다.
*추천작 <기생충, 2019>
빈부격차라는 첨예한 사회문제를 블랙 코미디와 스릴러의 장르적 재미로 녹여낸 수작. 송강호는 반지하에 사는 가족의 가장 ‘김기택’ 역을 맡아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무기력하지만 때로는 날카로운 본성을 드러내는 서민의 초상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봉준호 감독의 정교한 미장센과 시각적인 은유는 송강호의 깊이 있는 연기를 통해 관객에게 강렬하게 전달된 이 작품은 두 사람이 합작하여 세계 영화의 흐름을 바꾼, 가장 기념비적인 성취를 담은 작품으로 손꼽힌다.
액션 키드와 인간미 넘치는 배우의 통쾌한 시너지 | 류승완 감독&황정민

류승완 감독과 황정민의 조합은 역동적인 액션 연출과 폭발적인 에너지가 조화를 이루며 관객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황정민이 비열하지만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경찰 ‘최철기’ 역을 맡아 류 감독의 스타일리시하고 사회 비판적인 연출과 시너지를 낸 영화 <부당거래>를 시작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사회 고발성 액션 코미디 <베테랑>을 통해 콤비의 정점을 찍었다.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의 아픔을 다룬 시대극 <군함도>와 1990년대 소말리아 내전 상황을 배경으로 한 재난 탈출극 <모가디슈>에서도 각각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연출자와 배우로서의 신뢰를 재확인했다. 이어 두 사람은 9년 만에 돌아온 속편 <베테랑 2>에서도 전편의 에너지를 그대로 계승하며 더 깊어진 이야기를 펼쳐내는 등 장르와 시대를 불문하고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믿음직한 흥행 조합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베테랑3>가 됐든 다른 이야기가 됐든 류 감독과 또 작업하고 싶습니다.”라는 황정민의 말에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추천작 <베테랑, 2015>
대한민국을 들끓게 했던 재벌 갑질과 사회 부조리를 유쾌하고 통쾌하게 응징하는 액션 코미디. 천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대중성과 완성도를 동시에 인정받은 한국 상업 영화의 교과서로 불린다. 황정민은 시원시원하고 똘끼충만한 강력계 형사 ‘서도철’을 연기하며 다 때려잡는 정의를 구현했다. 법 위에 군림하는 재벌 3세를 물불 안 가리고 쫓는 정의로운 캐릭터로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관객들은 사회 부조리에 대한 대리 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드 니로의 시대’를 잇는 거장의 새로운 페르소나 |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1970~90년대 로버트 드 니로와 수많은 명작을 함께하며 전설적인 콤비를 이뤘고, 2000년대 이후 그 바통을 이어받아 새로운 전성기를 함께 연 배우가 바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다. <갱스 오브 뉴욕>으로 첫 인연을 맺은 이후, <에비에이터>, <디파티드>, <셔터 아일랜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플라워 킬링 문>까지 총 6편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스코세이지 월드’를 구축했다. 디카프리오는 스코세이지 감독의 복잡하고 어두운 세계관 속에서 탐욕, 광기, 죄책감 등 인간의 가장 깊은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해 내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고, 스코세이지 감독은 디카프리오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대표하는 캐릭터를 창조해 내며 여전히 건재한 거장의 힘을 증명하고 있다. 한편, 지난 10월 17일 애플TV+에서 스코세이지의 삶과 영화 세계를 담은 5부작 다큐멘터리 ‘마틴 스코세이지: 거장의 초상’ -Mr. Scorsese이 공개됐다. 로버트 드 니로부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까지 그의 페르소나들이 인터뷰에 대거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추천작 <디파티드, 2006>
홍콩 영화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경찰과 갱 조직에 서로 침투한 두 스파이의 숨 막히는 심리전과 배신을 그린 누아르 스릴러. 디카프리오는 갱 조직에 잠입한 경찰 ‘빌리’ 역을 맡아 끊임없는 긴장과 불안에 시달리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으며, 이 작품으로 스코세이지 감독은 오랫동안 염원했던 아카데미 감독상을 품에 안았다. (그전까지 7차례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은 불발되었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개성 넘치는 콤비 |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사무엘L.잭슨

대사량이 많기로 소문난 쿠엔틴 타란티노 각본의 맛을 잘 살릴 뿐만 아니라 감독의 재기 발랄하고 유려한 대사와 스타일리시한 폭력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하는 배우가 사무엘 L. 잭슨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무엘은 〈펄프 픽션>, <재키 브라운>, <장고: 분노의 추적 자>, <헤이트풀8> 속 개성 강한 캐릭터와 <킬빌 Vol.2> 카메오 출연,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내레이션까지, 9편의 타란티노 감독 영화 중 6편을 함께 했다. 특히 독특한 유머와 욕설이 섞인 대사를 자신만의 리듬과 강약으로 표현하며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것이 그의 스타일인데, 이런 특징이 타란티노 감독과 만났을 때 두드러지며 개성 넘치고 독보적인 스타일을 창조해낸다. 타란티노 감독의 “나는 대사를 쓰고, 샘(사무엘 L. 잭슨의 애칭)은 그 대사를 노래한다”라는 코멘트와 “타란티노의 대본은 음악 같다. 그냥 읽는 것만으로도 리듬이 느껴진다”라는 사무엘의 답에서 이 두 사람이 왜 오랫동안 함께 해왔는지 알 수 있다.
*추천작 <펄프 픽션, 1994>
여러 인물의 시점을 오가며 조각난 이야기를 아무렇게나 순서에 상관없이 뒤섞은 연출이 상징적인 이 영화는 타란티노 특유의 B급 감성과 스타일리시한 폭력 미학을 가장 잘 구현한 초기작이다. 사무엘은 이 작품에서 폭력을 행사하기 전 성경을 읊는 독특한 청부 살인업자 ‘쥴스’ 역으로 존 트라볼타가 연기한 ‘빈센트’와 함께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뤘다. 사무엘을 세계적인 스타덤에 올린 가장 상징적이고 중요한 캐릭터이자 타란티노에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1994년)을 안겨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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