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가장 주목받은 선수였던 조규성. 그는 지난해 무릎 수술 후 생긴 합병증으로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려야 했다. 국가대표는커녕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불투명했으나, 그는 돌아왔다. 오히려 한 단계 더 강해진 모습이었다. 그런 그가 오랜만에 다시 국가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축구선수 조규성은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한 경기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선수가 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 후 3년이 흘렀고, 다시 태극마크를 단 조규성은 두 번째 월드컵을 위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과 마주했다.
안타깝게도 지난 1년은 조규성에게 그다지 좋은 시간이 아니었다. 월드컵 직후 분위기는 좋았다. 소속팀을 전북현대에서 덴마크 수페르리가 미트윌란으로 옮겼고, 이적 후 첫 시즌이던 2023-24 시즌에는 37경기 13골 4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주전으로 거듭났다. 대표팀에서도 꾸준히 활약했다.
악몽은 지난해 5월 시작됐다. 이탈리아에서 무릎 수술을 받던 중, 세균 감염이 일어나 합병증이 생긴 것이다. 결국 그는 2024-25 시즌 내내 한 차례도 그라운드에 오를 수 없었다. 재활에는 무려 15개월이 걸렸고, 국가대표는커녕 축구를 계속 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했다.
그러나 조규성은 해냈다. 그는 지난 8월 미트윌란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두 달간 리그에서만 13경기 4골을 기록했다. 지금까지의 기록으로 계산한 90분당 평균 득점은 0.68골이다. 10월 마지막 주에는 복귀 후 첫 풀타임을 소화하며 골까지 기록해 리그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렸다.
나흘 뒤에는 덴마크 컵 16강 경기에 선발 출전해 63분간 뛰었다. 컵 대회에서는 골을 넣지는 못했으나 유효슈팅 2회, 공중볼 경합 3회 모두 성공, 기회 창출 3회 등의 기록을 세우며 거의 이전과 같이 기량을 끌어올렸음을 증명했다.

긴 재활 기간 동안 조규성에게 힘이 되어준 건 여행이었다고 한다. 조규성은 ‘FIFA’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많은 나라를 다녀왔다”며 여행을 통해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고 밝혔다. “부상을 당한 당시에는 멘탈이 힘들었지만, 빨리 떨쳐버리고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이 컸다. 워낙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부상과 긴 재활을 거치며 오히려 정신적으로도 한 차례 성장했다는 조규성의 다음 목표는 당연하게도 국가대표였다.
조규성은 다음 월드컵을 향한 야심도 밝혔다. “월드컵이라는 꿈을 위해서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경기를 뛰든 안 뛰든 불러만 주신다면 감사한다. 불러주시면 장시간 비행도 괜찮다. 항상 갈 준비는 되어 있다”고 강조했던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그는 1년 8개월 만에 다시 한 번 국가대표팀에 승선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은 지난 10월 26일, 미트윌란의 원정 경기가 있던 덴마크 프레데리시아 몬야사 파크를 찾아 조규성 및 같은 팀의 이한범을 지켜봤다고 한다. 앞서 홍 감독은 장거리 비행이 조규성의 무릎에 위험할 수 있다며 조규성의 선발을 미뤘다고 밝힌 바 있으나 이날 조규성은 풀타임을 소화하고 골까지 기록했다. 그를 뽑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15개월 만에 그라운드에 서서도 전혀 녹슬지 않은 몸 상태를 보여주고 조규성인 만큼, 현재 기량을 유지한다면 무탈히 2026년 월드컵에서도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4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선 그가 또 한 번 새로운 기록을 세울 수 있을까? 그가 보여준 ‘인간승리’의 여정을 보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