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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멋낸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을 때 참고할, 로버트 패틴슨의 한끗

2025.11.04.조서형, Savannah Sobrevilla

마치 잘 차려입는 일을 성가시게 느끼는 어린 소년 같다. 영화 ‘다이, 마이 러브’ 시사회에서 로버트 패틴슨은 디올의 런웨이 룩을 예술적으로 어지럽혀 또 다른 마스터피스로 재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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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차려입는 걸 싫어하는 어린 소년에게는 묘한 매력이 있다. 부모가 억지로 입힌 딱딱한 턱시도는 그가 원래 입고 싶었던 ‘K-팝 데몬 헌터스’ 파자마에 비하면 고문에 가깝다. 너무 꽉 낀 구두 때문에 달리거나 뛰어오르거나 기어오르는 것도 힘들다. 결국 밤이 끝나갈 무렵이면 그는 맨발이 되어 있고, 재킷과 보타이는 사라졌으며, 조끼는 단추가 풀려 초콜릿과 탄산음료 얼룩이 묻은 셔츠가 드러난다. 그렇게 그는 격식의 속박에서 벗어난다. 토요일 밤 뉴욕에서 열린 영화 ‘다이 마이 러브’ 시사회에서 로버트 패틴슨이 보여준 건 바로 그런 “단정하게 흐트러진 우아함(positive)”이었다.

2013년부터 디올의 남성 향수 디올 옴므의 얼굴로 활동해온 패틴슨은 이날, 디자이너 조너선 앤더슨이 선보인 디올 맨 2026년 봄/여름 컬렉션의 룩을 그대로 착용했다. 느슨하게 단추를 잠근 화이트 셔츠 위에 크림색 실크 베스트를 입고, 그 위에 에턴 재킷을 걸쳤다. 이 재킷은 짧은 기장과 뾰족한 칼라 ‘피크드 라펠’이 특징인 전통적인 포멀웨어 실루엣으로, 이름 그대로 영국의 명문 에턴 보딩스쿨 에서 유래했다. 교복 같은 아이템을 입고도, 패틴슨은 특유의 ‘반항적으로 헝클어진’ 분위기를 완벽히 표현했다.

하의는 정교하게 재단된 팬츠를 착용했는데, 그 아래에는 예상을 뒤엎고 가죽 피셔맨 샌들을 신었다. 11월의 뉴욕에서 이런 선택은 꽤 대담하다. 마치 부모(혹은 스타일리스트)와 아이(혹은 셀럽) 사이의 타협 같았다. “머리 빗는 동안만큼은 불 켜지는 운동화 신어도 돼.” 물론, 평소처럼 패틴슨의 머리카락은 완벽하게 흐트러지고 바람에 날린 듯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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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틴슨의 스타일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다채롭고 혼합적인 “에클렉틱(eclectic)”. 가끔 그는 역할에 몰입한 스타일링을 시도하곤 하지만, 다른 배우들과 달리 새 영화 홍보를 위해서가 입지는 않는다. 이미 끝난 프로젝트의 테마를 몇 년 뒤에 느닷없이 소환하는 식이다. 디올 행사에서는 반짝이는 옷을 입기도 하지만, 평소엔 카고 반바지를 즐겨 입는다. 그의 패션은 대체로 ‘누나의 남자친구’ 혹은 ‘고등학교 때 살짝 짝사랑했던 젊은 수학 선생님’을 연상시키며, 항상 어딘가에 약간의 반항기가 섞여 있다.

시사회가 끝난 후, 패틴슨은 한 손에 아내 수키 워터하우스의 손을, 다른 손에는 런웨이에서는 모델의 팬츠에 단추로 고정돼 있던 흰색 실크 스카프를 아무렇게나 구겨 쥐고 있었다. 조너선 앤더슨의 뛰어난 스타일링 팀에게 미안하지만, 우리는 이 모든 걸 ‘패틴슨식 방식’으로 연출한 버전을 훨씬 더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