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브래드 피트가 친구 샛 하리와 함께 설립한 럭셔리 의류 브랜드 ‘갓즈 트루 캐시미어(God’s True Cashmere)’. 그리고 그들의 기발한 사이드 프로젝트는 할리데이비슨과 협업하며 큰 성공으로 이어졌다. 어떻게 브래드 피트는 사이드 프로젝트까지 잘할 수 있는 걸까? “우린 그냥 우리가 좋아하는 걸 해요,” 피트는 말한다. 배우 브래드 피트가 좋아하는 오토바이, 캐시미어 셔츠, 그리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을 모두 들어보았다.

영화 ‘F1’에서 브래드 피트는 ‘써니 헤이즈’라는 베테랑 레이싱 드라이버를 연기한다. 흥미롭게도 그 캐릭터의 옷차림은 브래드 피트 본인과 매우 닮았다. 몇몇 장면에서는 실제로 피트가 직접 디자인한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홍보를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잖아요!” 피트가 웃으며 말한다. 써니의 셔츠들을 비롯해 피트가 평소에 입는 대부분의 셔츠들은 바로 그가 친구 샛 하리와 함께 2019년에 조용히 공동 설립한 소규모 럭셔리 브랜드, ‘갓즈 트루 캐시미어’에서 나온 것이다.
두 사람은 꾸준히 성장 중인 이 브랜드의 제품을 함께 디자인하고 있다. 피트와 샛 하리는 웨스트 LA에 있는 그들의 아늑한 사무실에서 영상 통화를 통해 인터뷰에 응했다. 화면을 통해 보이는 그들의 작업실은 마치 빈티지 업자의 복잡한 옷장 같았다. 값비싼 플란넬 셔츠를 판매하는 브랜드의 공간이라기엔 꽤나 직접 꾸민 느낌이 물씬 풍기는 분위기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우리가 좋아하는 걸 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 뿐이에요.” 이야기를 나누던 중, 피트는 천 샘플 몇 개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죄송해요, 좋은 색 조합이 보여서요.”
작은 규모로 시작했지만, 이 브랜드는 점점 더 큰 무대에 오르고 있다. 오늘, 갓즈 트루 캐시미어는 할리데이비슨과의 협업 컬렉션을 발표했다. 이번 캡슐 컬렉션에는 캐시미어 니트 2종, 체크무늬 캐시미어 스냅 버튼 셔츠, 그리고 캐시미어 안감이 들어간 메카닉 재킷이 포함돼 있다. 어쩌면 지금까지 만들어진 오토바이 의류 중 가장 호화로운 제품일지도 모른다. 가격은 $2,600, 한화 3백70만 원에 달한다.
오토바이 동호회 ‘스털지스’ 같은 데서 이 협업 제품을 보게 될까? 피트는 웃으며 말한다. “글쎄요, 아닐 것 같아요. 미술 전시 오프닝 같은 데서 보게 되면 좋겠네요.” 갓즈 트루 캐시미어는 일반적인 라이더를 겨냥한 브랜드는 아니다. 그러나 열혈 바이커들은 여전히 피트를 ‘자신들 중 한 명’으로 여긴다. 그는 작은 도시에서 더트바이크를 타며 자랐고, 지금도 여러 대의 희귀한 할리를 보유한 진정한 라이더다.
“팬헤드도 있고, 플랫헤드도 있고, 쇼벨헤드도 다 있죠,” 그는 말한다. 이는 모두 전설적인 빈티지 할리 엔진 종류들이다. 최근 GQ 커버 스토리에서도 피트가 빈티지 할리를 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뉴질랜드에서 촬영이 진행된 덕분에, 그는 친구이자 동료 오토바이 덕후인 제이슨 모모아에게서 오토바이를 빌려야 했다.
그의 할리 수집품은 왜 피트가 쉬는 날조차 실 타래와 원단 얘기를 하는지를 설명해준다. 그는 오토바이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진정한 ‘패션 덕후’이기도 하다. 그는 장인정신과 품질 디자인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피트는 샛 하리와 함께 밀워키의 할리데이비슨 박물관을 방문해 빈티지 오토바이 의류 컬렉션에서 영감을 얻었던 일을 떠올리며 즐겁게 말한다.
”사실 우리도 그렇게 시작했어요.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아주 미국적인 클래식 체크 셔츠를 럭셔리하게 바꿔보자는 아이디어였죠. 그리고 이번엔 오랜 세월 미국 문화를 상징해온 ‘머슬 머신’ 할리데이비슨을 같은 방식으로 고급스럽게 해보는 게 재밌었어요.”

샛 하리는 이렇게 덧붙인다. ”할리는 정말 유서 깊은 기업이에요. 모든 걸 예술적으로 세심하게 만들어요. 우리도 그런 면이 닮았다고 생각해요.”
피트는 옷 브랜드를 공동 운영하게 된 덕분에 “아침에 옷 입기가 훨씬 쉬워졌다”라고 농담한다.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예전 내 사진들을 보면 ‘젠장, 내가 저걸 진짜 입었었나?, 왜 저렇게 입었지?’ 싶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그가 이 프로젝트에 발을 들이게 된 진짜 이유는 운명에 가깝다. 피트가 해온 도자기, 가구 디자인 등 여러 창작 활동 중에서도 갓즈 트루 캐시미어는 가장 예상 밖의 시작을 가졌다.
샛 하리는 보석 디자이너이자 치유사로 오랫동안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투어 간호사로 일해왔다. 두 사람은 공통 친구를 통해 처음 만났다. 피트는 그때를 이렇게 설명한다. “내가 좀 손볼 게 많았는데, 그녀가 와서 나를 고쳐줬죠. 그때부터 금세 친해졌어요.”
샛 하리는 앤서니 키디스의 회고록에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어머니 같은 존재’이자 ‘궁극의 신뢰자’로 묘사된다. 그녀는 브랜드의 씨앗이 된 계기를 ‘꿈’에서 봤다고 회상한다. 그 꿈에서 피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초록색 캐시미어 옷을 입고 있었고, “삶에 더 많은 초록과 부드러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틀 뒤 샛 하리가 그 꿈 이야기를 피트에게 전하자, 그는 자신이 바로 전날 스타일리스트에게 똑같은 말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게 정확히 내가 했던 말이었어요. 하루 전날 말이죠,” 피트가 회상한다.
샛 하리는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화상 통화 화면 너머로도 지혜로운 기운을 풍겼다. 그녀는 그 꿈을 신호로 받아들이고 완벽한 캐시미어 셔츠를 찾아 나섰다. “그에게 따뜻하고, 포근하고, 안락하게 감싸줄 멋진 셔츠를 선물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초록색이었으면 했죠.”
“셔츠 버전의 ‘위로 음식’ 같은 거예요,” 피트가 덧붙인다. 그는 구릿빛 피부에 콧수염을 기르고, 초록색 티셔츠와 바지를 입고 있었다. “초록색 포인트가 좋더라고요, 부정할 수 없어요.” 그는 초록색 마운틴 밸리 생수 병을 들며 말했다.
곧 샛 하리는 그런 셔츠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했다. 그녀는 보석 디자이너로서의 전문성을 살려 셔츠 앞면에 보석 단추를 달았다. 일곱 개의 단추는 일곱 차크라를 상징한다. 예컨대 이번 할리데이비슨 플란넬에는 카넬리언 보석이 달려 있다. “땅에 뿌리 내리게 하는 에너지의 돌이에요,” 그녀는 말한다.
“그 셔츠를 선물하면서, ‘이걸 사업으로 해보려고 해요’라고 했어요.” 그러자 피트는 “나도 같이 하고 싶어”라고 답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됐다.
이 모든 과정이 매우 직관적이라는 내 말에, 피트는 이렇게 답했다. “이게 더 깊은 의미가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난 항상 이렇게 해왔어요. 영화도 그래요. 느낌이 오면 그냥 해요. 대부분 잘 되지만, 아닐 때도 있죠. 하지만 그때 배우고, 다음에 도움이 돼요. 인생 내내 항상 그렇게 움직여왔어요, 체스판의 말을 움직이듯 하나하나 분석하면서 움직인 적은 없었어요.”
2020년, 갓즈 트루 캐시미어가 공개적으로 런칭할 때만 해도, 피트는 ‘조용한 파트너’였다. 벨벳 같은 질감의 체크 셔츠들은 LA의 아트 갤러리 같은 부티크 ‘저스트 원 아이(Just One Eye)’에서만 판매되었다. 다른 셀럽 브랜드들과 달리, 처음부터 대규모 비즈니스로 키우는 게 목표는 아니었다. “우린 5년 계획 같은 걸 세우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그냥 어디로 가는지 한번 보자, 그런 마음이었죠.” 피트가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형 브랜드인 할리데이비슨과 협업할 만큼 성장하기까지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물었다. “브랜드를 시작할 때 배워야 했던 게 뭐였나요?” 샛 하리는 단번에 답했다. “진짜 모든 걸 새로 배워야 했어요. 그녀는 패턴 제작법을 공부했고, 가격도 우버 뒷좌석 냅킨에 계산했다. 셔츠 한 벌은 원단에 따라 약 $2,000~$3,000에 달한다. 우리나라 돈으로는 3백만 원에서 4백30만 원 정도. 피트는 “생산, 공장 문제…”라며 한숨을 쉰다. 샛 하리가 덧붙인다. “처음 2년 반 동안은 웹사이트도 없었고, 인스타그램조차 없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트의 이름값, 탁월한 품질, 그리고 알 만한 사람만 아는 희소성 덕분에 갓즈 트루 캐시미어는 순식간에 히트 브랜드가 되었다. 지난해 이 브랜드는 수천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현재 전 세계 50개 이상의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이번 가을에는 새 리넨 라인을 출시했고, 앞으로 아우터와 팬츠 등으로도 확장할 예정이다.
예상치 못한 성공 덕분에 브랜드도 좀 더 전문적으로 변했다. 이제는 5년 계획도 세웠고, 더 큰 스튜디오로 이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 피트는 처음엔 단지 “예쁜 체크 셔츠 몇 장만 만들어보자”는 마음이었고, 일이 너무 힘들어지면 멈추자고 약속했었다고 말한다.
“규모가 커지면서 일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즐거워요.” 샛 하리가 말한다. “맞아요, 이젠 그 과정을 즐기고 있어요.” 피트가 덧붙인다.
갓즈 트루 캐시미어의 디자인 방식은 여전히 단순하다. “느낌이 좋으면, 그냥 하는 거예요.” 내가 “할리 협업 제품을 입을 고객은 누구라고 생각하냐”고 묻자, 피트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저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