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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타이밍! K-드라마 보고 수염 레이저 제모하는 남자들

2025.12.01.조서형, Hannah Singleton

더 많은 남성들이 면도기를 내려놓고 레이저 제모를 선택하고 있다. 누군가는 편해서, 누군가는 이런 이유 때문에.

GQ; Getty Images

25세 가명의 남자 이준성은 늘 ‘완벽하게 면도한 얼굴’을 선호해왔다. “딱 아침 3시간 동안만 제 얼굴이 마음에 들었어요. 다섯 시 무렵이 되면 거뭇거뭇하게 그림자가 생기는 게 싫었거든요.” 그는 매일 아침 면도했다. 하지만 면도 자국도 없고 베인 턱도 없이, 일어나자마자 바로 외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자 주저하지 않고 레이저 제모 시술을 예약했다.

처음엔 해방감 그 자체였다. 시술을 거듭할수록 수염은 옅어지고 자라는 속도도 느려졌다. 하지만 네 번째 시술이 지나자, 엘라이저는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보고 약간 섬뜩했다. “수염이 조금 남은 상태와 진짜 보송보송한 소년의 얼굴은 완전히 다르거든요.”

조지타운대 피부과 레지던트 라브야 카나 박사는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남성 스킨케어 문화가 커지면서, 남성들이 미용 시술을 받는 것에 대한 오래된 낙인이 희미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중 하나가 레이저 제모다. 노스캐롤라이나의 메디컬 스파 의료 디렉터 AJ 마르첼리노 박사는 많은 클리닉에서 레이저 고객 중 약 20%가 남성이라고 예측한다.

대부분의 남성이 K-드라마 주인공처럼 보이고 싶은 게 아니다. 일반적인 요구는 약간의 정리다. NYC 기반 러시풀 에스테텍의 창립자이자 시술 간호사인 크리스 부스타만테는 고객 대부분이 볼이나 턱 아래의 지저분한 털만 없애서 턱선이 더 깔끔해지길 원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소수의, 좀 더 적극적인 남성들은 얼굴 전체를 밀가루 반죽처럼 매끈하게 만들 때까지 완전히 제거하기도 한다.

이런 ‘풀 클리어런스’ 방식은 특정 트랜스·논바이너리 사람들에게는 성별 정체성 확립을 위한 케어의 하나로 흔하며, 직업상 항상 깨끗하게 면도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남성이나 단순히 면도라는 행위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선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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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왜 레이저 제모를 하는가

대부분 이유는 단순하다. 편리하니까. 모든 남자가 원하는 모양으로 수염을 기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스타만테는 말한다.“제대로 멋진 수염을 기를 수 있는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경우, 이걸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준성도 그런 경우였다. 그는 깔끔한 면도 스타일이 어울리는 ‘단정한 미남 타입’에 가깝다. 그러나 그의 수염은 항상 어정쩡한 중간 단계에 머물렀다. 멋지게 자라지도 않고 깨끗한 상태로 유지되지도 않았다.

몇 번 시술하고 나니 볼의 털이 갈수록 천천히 자라기 시작했고, 매일 면도하지 않아도 말끔해 보였다. “볼의 털이 자라는 게 확실히 느려졌어요. 수염이 다시 자라려면 시간이 더 걸려요.” 그는 지금의 ‘중간지대’를 좋아한다. 원할 때는 약간의 수염을 기를 수 있지만, 매일 면도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 당분간 추가 시술 계획은 없다.

효과는 미적인 것만이 아니다. 반복 면도로 인해 만성 피부 자극을 겪는 환자들에게 카나 박사는 레이저 제모를 적극 추천한다. 반복 면도는 미세한 상처를 만들고 모낭에 박테리아가 갇혀 붉은 돌기, 농포, 인그로운 헤어를 포함한 모낭염을 유발할 수 있다.

“이 시술은 10대 후반~20대 초반 제 피부를 살렸어요.” 부스타만테는 말했다. “중등도 여드름 피부에서 사실상 ‘제로’가 됐어요.”

바이오테크 회사에서 일하고 여가 시간엔 마당에서 고기를 굽고 게임하는 크리스도 볼에 심한 인그로운 헤어를 겪었다. 그는 건식 면도, 건식 브러싱, AHA·BHA, 면도 전 스팀, 실크 베개, 하이드로코티손 등 온갖 걸 다 해봤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다 레이저를 했다. “지금은 매일 피부가 10점 만점이에요.” 그는 말한다. “스킨케어 비용도 절약됐고요. 10~15개 제품 쓰던 루틴이 지금은 3~5개예요.”

과정

수염 전체를 완전히 제거하는 일은 만만한 과정이 아니다. 엄청 맵다. 얼굴, 특히 입술 근처는 다리·등·심지어 사타구니보다 훨씬 민감하고, 모낭이 촘촘하며 지나가는 횟수도 더 많다. 많은 고객은 시술을 견디기 위해 마취 크림을 듬뿍 바른다. 그리고 대체로 그것으로 부족하다.

크리스티안은 이것이 “아마 인생에서 겪은 가장 아픈 경험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무줄이 얼굴에 수십 번 튕겨지는 느낌 정도로 비유할 수 있을까? 시간 투입도 상당하다. 남성은 털이 더 굵기 때문에 여성보다 더 많은 세션이 필요하다고 마르첼리노는 말한다.

“얼굴은 정말, 정말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부위”이기 때문에, 털이 굵고 조밀한 사람의 경우 완전 제거에는 최대 3년의 꾸준한 시술이 필요할 수 있다. 털 색·피부 톤·나이·테스토스테론 수치도 모두 영향을 미친다. 부스타만테는 지금까지 완전 제거에 끝까지 임한 남성이 단 3명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중 한 명이다. 19세에 시작했고, 현재 33세인 그는 1년에 몇 번씩 유지 관리를 한다. 유지는 끝나지 않는다. 40대에 들어서면 얼굴 털이 다시 증가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테스토스테론을 복용하면 더욱 그렇다. “레이저가 제 역할을 해도 몸은 새로운 모낭을 계속 만들기도 하거든요.”

시술 전 알아둘 것

레이저 제모는 대체로 안전하지만 위험이 없는 건 아니다. 잘못된 손에 맡기면 화상, 흉터, 색소 손상이 생길 수 있다. “피부 타입 5~6에 밝은 톤용 알렉산드라이트 레이저를 쓰면 즉시 화상을 입고 영구적 흉터가 생길 수도 있어요.”라고 부스타만테는 말한다.

미리 리서치하는 일은 필수다. 미국과 우리나라는 규제가 다르고, 뉴욕은 자격증 없이도 레이저 제모 치료를 할 수 있다. 어디서나 가장 좋은 방법은 전문적인 피부과 의사에게 시술을 받는 것이다. 제대로 된 기술자를 알아보려면 이런 질문으로 확인하면 된다. 어떤 기계를 쓰는지, 그것이 내 피부와 수염 상태에 맞는 기계인지, 나와 비슷한 피부 타입의 시술 경험이 있는지. 부스타만테는 말한다. 예를 들어, 멜라닌이 많은 피부 톤은 YAG 레이저를 사용해야 한다고.

그리고 정말 원하는지 스스로에게 다시 한번 확인하라. 100% 영구를 보장하진 않지만, 한 번 제모된 털은 되돌릴 수 없다. “기본 베이스를 완전히 혹은 50%만 없앴더라도 예전 얼굴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영구성은 통증보다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엘라이저에게 시술은 피부 이상의 문제였다. “매일 면도하는데그게 그렇게 큰 차이를 만들 거라고 생각 못했어요. 그런데 정말 달라졌죠.” 그는 말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난 내 평생 취향을 내가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나?’”

Hannah Singleton
출처
www.gq.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