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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시계가 34억 원에 팔렸다, 침몰한 타이타닉 속 위르겐센 포켓 워치

2025.12.02.조서형, Oren Hartov

지금까지 판매된 타이타닉 유품 중 가장 비싼 아이템이다.

Henry Aldridge & Son

2024년 4월, 1912년 4월 타이타닉 침몰 당시 사망한 존 제이콥 애스터 4세가 소유했던 미국산 포켓 워치가 약 150만 달러에 낙찰되며, 불운한 그 배에서 나온 유품 가운데 경매에서 판매된 것 중 가장 비싼 기록을 세웠다. 이어 지난해 9월, 구조된 많은 생존자들을 도운 카파티아호의 선장에게 선물됐던 티파니앤코의 금 포켓 워치가 거의 200만 달러에 팔리며 이 기록을 다시 뛰어넘었다. 그 구매자는 다름 아닌 티파니앤코였다.

그리고 역시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거니까. 지난 달, 또 다른 포켓 워치가 다시 한번 타이타닉 유품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영국 헨리 올드리지 & 선 경매에서 약 230만 달러에 낙찰되면서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다. 18K 옐로 골드로 제작된 이 오픈 페이스, 에나멜 다이얼 포켓 워치는 1888년에 아이다 스트라우스가 남편 이시도어에게 그의 43번째 생일을 맞아 선물한 것이다. 독일 출신인 스트라우스는 1850년대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했고 메이시스 백화점 체인에 형제와 함께 참여하며 경영권을 갖게 되었다.

운명의 그 4월 밤, 타이타닉 호 위에서 아이다는 구명보트에 탈 기회를 거부하고 남편 이시도어와 함께 하겠다고 선택했다. 이 이야기는 이미 유명하다. 남편인 이시도어 역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구명보트 탑승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아내 곁에 남겠다며 거절했다. 배가 침몰할 때 두 사람이 서로를 꼭 붙들고 있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목격되었고, 이시도어의 시신은 며칠 뒤 수습되었다. 부인인 아이다의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이시도어의 몸에서 발견된 게 바로 이 금 포켓 워치다. 이 시계는 어떤 브랜드의 것일까? 덴마크 시계 명가 줄스 위르겐센이 제작한 것으로, 요즘 스타 워치 메이커 카리 부틸라이넨이 이끄는 우르반 위르겐센으로 부활했다.

이 시계는 침몰 당시 시간인 새벽 2시 20분에 멈춰 있었다. 스트라우스 가문에 반환된 후, 여러 세대를 거쳐 내려오다가 이시도어의 증손자인 케네스 홀리스터 스트라우스가 복원을 맡았다. 단순한 구조를 하고 있지만 부정할 수 없이 아름다운 이 시계는 19세기 말 오픈 페이스 포켓 워치 디자인의 전형을 보여준다. 단단한 에나멜 다이얼, 검은 인덱스, 스몰 초침 디스플레이, 감기와 시간 조정을 위한 12시 방향의 크고 뚜렷한 크라운까지 갖추고 있다.

케이스백에는 스트라우스의 스타일화된 이니셜이 아름답게 새겨져 있다. 이는 결국 중요한 건 시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다. 사실 시계 자체로 놓고 보면 특별히 복잡하거나 기념비적인 모델은 아니니까. 서로 떨어지느니 차라리 확실한 죽음을 택한 부부의 선택은 둘 사이의 사랑이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말해준다. 아이다가 이시도어에게 선물했고, 그가 거의 4분의 1세기 동안 몸에 지니고 다녔던 포켓 워치에 이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이는 결국 주머니가 아주 깊은 구매자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수백만 달러짜리 시계 경매 결과가 쏟아진 올해에서조차, 타이타닉에서 온 이 한 점은 여전히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Oren Hartov
출처
www.gq.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