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게가 창립 250주년을 맞아 새로운 라인인 ‘익스페리멘탈 컬렉션’을 공개한 현장에서 이 글을 보냅니다.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는 시계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명가다. 그는 자동 감기 장치, 투르비용, 충격 흡수 장치 등 수많은 혁신을 만들었다. 심지어 1810년에는 나폴리 여왕을 위해 최초의 손목시계를 제작했는데, 이는 무려 손목시계가 대중화되기 100년 전의 일이다.
브레게는 브랜드 창립 250주년을 맞아 완전히 새로운 라인인 ‘익스페리멘탈 컬렉션’을 선보이며 선구자적 뿌리를 다시 드러내고 있다. 이 새로운 플랫폼은 브랜드가 현재 진행 중인 연구·개발을 보여주는 역할을 할 것이며, 브레게의 모든 창조물이 본질적으로 실험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이는 브레게가 이 컬렉션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는 시계, ‘익스페리멘탈 1’을 발표하는 현장에서 전하는 기사다.

익스페리멘탈 1은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의 혁신을 한 단계 끌어올린 모델이다. 그는 1795년경, 중력의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시계 무브먼트를 회전시키는 케이지인 투르비용을 발명했다. 브레게의 새 시계는 이 개념을 ‘고진동 투르비용’으로 발전시켰다. 또한 완전히 새로운 자기 이스케이프먼트도 개발했다. 이 새로운 무브먼트는 브랜드의 스포츠 라인인 마린의 43.5mm 케이스에 담겼고, 브랜드 최초로 편안한 러버 스트랩과 함께 조합되었다.
브랜드는 250주년 기념의 마지막 장을 장식하는 이 ‘익스페리멘탈 1’을 통해 향후 브레게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뿌리는 여전히 풍부한 역사에 닿아 있다. 다이얼은 브레게의 최초 마린 크로노미터와 브랜드의 유구한 역사 속 다양한 크로노미터에서 영감을 받았다. 초·분·시가 다이얼 중앙을 기준으로 세로로 배치되는 ‘레귤레이터 스타일’ 구성은 1820년 한 천문학자를 위해 제작된 포켓 워치, ‘브레게 No. 3448’을 기반으로 한다. 익스페리멘탈 1은 이러한 역사적 요소들을 모아 완전히 현대적이고 흥미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최근 몇 년간 많은 시계 브랜드들은 과거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였다. 헤리티지 기반 다이버 워치부터 옛 방식의 수공 마감까지, 많은 브랜드들이 우리를 더 단순했던 시대로 데려가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착오적 기계식 오브제의 아름다움 중 하나는 실제로 우리를 과거로 데려간다는 점이다.

하지만 손목 위에서 브레게 익스페리멘탈 1은 숨김없이 현대적이다. 형태는 마린 컬렉션을 기반으로 하지만 새롭게 재해석되었다. 케이스는 43.5mm로 크고, 러그는 착용감을 높이기 위해 가파르게 꺾여 아래로 떨어진다. 내 평균 이하 크기의 손목에서는 꽤 크게 보이지만, 그래도 착용은 가능하다. 케이스는 브랜드의 새로운 ‘브레게 골드’를 사용했는데, 일반적인 옐로 골드보다 한두 톤 더 따뜻한 느낌이다. 일부 표면은 샌드블라스트 블루로 ALD 코팅되어 무브먼트의 여러 스크루나 브리지의 블루 처리와 조화를 이룬다.
무브먼트의 나머지 부분도 동일한 브레게 골드로 제작되었으며, 브랜드의 새로운 ‘브레게 홀마크’를 획득했다. 이는 최고 등급으로 분류되며, 하루 ±1초라는 인상적인 정확도를 보증한다. 이 무브먼트는 사파이어 투명 다이얼 덕분에 전면에서 감상할 수 있다. 투르비용은 12시 방향에서 모든 요소 위를 회전하며, 전체 무브먼트는 훌륭한 대칭 구조를 갖추어 브레게 초창기의 ‘수스크립션’ 포켓 워치를 떠올리게 한다. 참고로 수스크립션 모델 역시 브레게가 만든 것으로, 수집가에게 선결제를 받는 방식이었다. 초·분·시를 둘러싼 챕터 링은 야광 처리되어 있으며, 6시 방향의 시각 링에는 브레게가 유명하게 만든 ‘브레게 숫자’가 사용되었다.
러버 스트랩을 착용하는 순간, 익스페리멘탈 1은 의심할 여지 없이 스포츠 워치다. 하지만 동시에 고전적 브레게의 요소도 있다. 케이스 측면의 세로 홈은 클래식을 떠올리게 하고, 골드의 대부분은 브러싱 처리되어 보다 절제된 느낌을 준다.

전체적으로 브레게답지 않게 매우 각지고 미래지향적이다. 나는 브랜드의 더 클래식한 클래식 라인을 선호하지만, 이 모델이 보여주는 기술적 약속은 어떤 미적 취향을 넘어설 정도로 대단하다. 많은 브랜드가 헤리티지에 몰두하는 시대에, 브레게가 새로운 아방가르드 디자인 코드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된다.
익스페리멘탈 1의 핵심 기능은 매우 기술적이지만 설명할 가치가 있다. 단지 세계 최초의 자기식 이스케이프먼트라는 이유 때문만이 아니라, 기계식 시계의 작디작은 기어와 스프링이 가진 두 가지 주요 문제를 우아하게 해결하기 때문이다. 첫째, 기어는 마찰이 크다. 이로 인해 마모가 생긴다. 둘째, 시계를 구동하려면 큰 메인스프링을 감아 에너지를 저장해야 하는데, 메인스프링은 초반과 후반의 장력이 달라진다. 이는 충전에 영향을 미친다.
이 두 문제를 해결한 시계는 시계 제작의 성배다. 즉, 가장 중요한 스프링과 기어가 서로 마찰 없이 작동하는 ‘마찰 없는’ 시계이면서, 얼마나 감았건 동일한 힘을 공급하는 ‘콘스턴트 포스’를 제공하는 시계다.
브레게 익스페리멘탈 1은 자석을 영리하게 사용해 이 두 가지를 달성한다. 대부분의 시계는 앞뒤로 흔들리는 단순한 레버를 사용한다. 이 레버가 앞뒤로 오가며 기계식 시계 특유의 ‘틱톡’ 소리를 만들어낸다. 익스페리멘탈 1은 이 대신, 서로 반발하는 자기장을 이용해 무브먼트의 오실레이션을 만든다. 즉, 무브먼트는 여전히 앞뒤로 움직이지만, 이번에는 서로 밀어내는 자기장에 의해 진동하는 것이다. 한편 투르비용은 기계식 시계의 또 다른 문제인 중력의 영향을 상쇄한다. 브레게 CEO 그레고리 키싱의 말에 따르면 이것은 “21세기를 위한 스위스 레버 이스케이프먼트”다. 매우 장엄한 영상에서 브레게는 이 자석 덕분에 포크와 이스케이프 휠의 기어가 서로 닿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익스페리멘탈 1은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의 시대부터 시계 제작자들이 풀고자 했던 문제들을 해결했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새로운 자기식 이스케이프먼트는 바로 지난 250년간 브레게가 보여온 혁신의 상징이며, 창립자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발명이다. 이러한 발명은 투르비용과 콘스턴트 포스 특허에서부터 올해 수집가 제이 레노 같은 거물 컬렉터들을 사로잡은 ‘수스크립션’까지 이어져 온 브레게의 역사적 정체성이다.
브레게 익스페리멘탈 1은 또 다른 ‘레노급’ 컬렉터를 위한 작품이다. 브레게는 단 75개만 개별 번호를 부여해 만들 예정이며, 완성까지 최대 2년 반이 걸린다고 한다. 이는 이 복잡한 신기술 시계를 제조하고 조립하는 데 얼마나 많은 난이도가 필요한지 보여준다. 가격은 32만 스위스 프랑, 약 40만 달러, 한화로 5억 8000천만 원에 달한다. 하지만 브레게는 이러한 혁신이 향후 브랜드의 다른, 더 접근 가능한 모델에도 스며들 것이라고 약속한다.

브레게익스페리멘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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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R&D 중심의 새로운 익스페리멘탈 컬렉션에서 어떤 모델이 나올까? 파리 런칭 행사에서 브레게는 내년에 투르비용 225주년을 맞이한다는 점을 거듭 상기시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