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이 차고 다니던 닳고 닳은 1990년대 세이코 시계가 3천만 원에 팔렸다. 셀럽의 시계 경매는 이렇게 혼란하다. 이런 시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단 세 가지. 제품, 출처, 홍보.

당신이 이제 막 빈티지 시계에 입문했다면, 1980~90년대 세이코 다이버 워치는 훌륭한 출발점이다. 멋지고, 튼튼한 데다 흔해서 저렴한 가격에 꽤 괜찮은 것을 손목에 찰 수 있다. 단, 그 세이코가 20세기의 위대한 남자 배우 중 한 명의 것이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경우 가격은 훨씬 비싸진다. 최근 배우 진 해크먼의 유품 경매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오래 착용한 Y2K 이전 세이코 두 점을 노렸지만, 최종적으로 두 점이 한 세트로 2만1,000달러에 팔렸다. 이는 한화 약 3천만 원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둘중 더 매력적인 모델은 “진 해크먼”으로 불릴 1991년의 세이코 5H26-7A19로, 빨간·파란 ‘펩시’ 베젤에 기본 검정 러버 스트랩이 달린, 깊이 에이징된 모델이다. 다른 하나는 1999년경의 7S26-0029로, 자동 무브먼트를 갖춘 무난하지만 특별한 특징은 없는 시계였으며, 스트랩도 없었다.
세이코 시계에 삼 천만원이 너무 많다고 느껴진다면, 당신은 최근 ‘크림슨 타이드’를 보지 않았거나, 셀럽 시계 경매의 괴상한 가격 구조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다행히 최근의 다른 판매 사례들이 ‘출처 프리미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즉, 유명인이 소유했다는 사실로 시계 값이 뛰는 현상. 이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제품(해당 시계의 기본 시장 가치), 출처(그 시계를 가진 사람에 대한 관심도), 홍보(그 판매에 대한 관심·화제성). 이를테면, 전설적인 폴 뉴먼의 롤렉스 데이토나는 경매 당시 셀럽 연관성만 없었다면 약 10만 달러짜리 시계였지만, 2017년 경매에서 1,780만 달러라는 기록적인 가격에 팔렸다. 1억 4천만 원의 가치를 2백60억 원까지 높인 것이다. 제품, 출처, 홍보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사례다.

해크먼의 세이코 시계들의 경우, 배우의 탄탄한 필모그래피와 경매 자체의 화제성이 4,200% 가격 상승을 이끈 가장 큰 요인이다. 해크먼이 이 시계를 정말 사랑했고, 아주 많이 착용했다는 사실도 가치를 더했다. 그 시계를 찬 해크먼의 사진은 셀 수 없이 많고, 종종 정장에도 매치했다. 이 세이코에는 분명 무언가 특별함이 있었다. 그는 훨씬 비싼 시계를 살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많은 컬렉터들이 그렇듯 세이코는 입문용을 넘어서 평생 로테이션에 넣을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출처가 중요한 시계일 때 벌어지는 또 다른 재미있는 점은? 이번 경우처럼 긁히고 닳아버린 베젤이 오히려 큰 장점이라는 것. 이렇게 결함이 뚜렷하면 가격이 올라가는 제품은 거의 없다.
해크먼의 시계만 최근 높은 출처 프리미엄을 받은 것은 아니다. U2의 베이시스트 애덤 클레이톤이 ‘Achtung Baby’ 녹음 당시 착용했던 1950년대 롤렉스 데이트저스트는 11월의 자선 경매에서 비교적 소박한 1만6,000달러에 팔렸다. 시장가의 약 두 배 정도다. 또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소유한 F.P. Journe FFC 프로토타입은 지난 주말 약 1,100만 달러에 팔리며 역대 경매에서 여섯 번째로 비싼 시계가 되었다. 코폴라는 폴 뉴먼만큼의 ‘경매 파워’는 없지만, 세계적인 인기 브랜드의 극도로 희귀하고 독특한 모델에, 대부와 연관된 출처가 더해지면 그 가격이 어느 정도 납득되기 시작한다. 상대적인 의미에서나마. 시계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듯, 시계는 그 어떤 때에도 합리적인 취미가 아니다. 진 해크먼의 타이맥스에 3,500달러를 지불한 그 사람에게 물어보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