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em

해외 MZ 사이에서 랄프 로렌의 포니 로고가 다시 뜨거워진 이유

2025.12.11.조서형, Gerald Ortiz

폴로의 상징적인 엠블럼이 요즘 세대까지 사로잡았다. 더불어 오랜 팬들까지 빈티지를 꺼내 입게 만들었다.

Photographs: Bowen Fernie; Design by Brittany Loggins

슈프림의 강렬한 이탤릭 로고부터 구찌의 겹쳐진 더블 G까지. 로고는 브랜드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창이다. 셔츠 칼라 뒤에 은근히 숨어 있기도 하고, 청바지 엉덩이 한가운데 대놓고 박혀 있기도 하다. 어떤 로고는 한 시즌 반짝했다가 다음 시즌에 사라진다. 그러나 세월을 견디고 끝까지 살아남은 로고가 하나 있으니, 바로 폴로 랄프 로렌의 아이코닉한 포니다.

포니 로고는 1971년 여성용 버튼업 셔츠에 처음 등장했고, 이듬해 폴로 셔츠로 이어졌다. 이 포니는 극소수 로고만이 달성한 지위를 얻었는데, 미국 대학생부터 테니스 스타, 노인, 패션광, 일반인까지 모두가 이 말이 그려진 옷을 입는다.

로에베 런웨이 데뷔 당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잭 맥콜로우Jack McCollough와 라카로 헤르난데즈Lazaro Hernandez는 포니 자수가 들어간 스웨터를 입었다. 이는 그들의 아메리칸 루츠를 드러냄과 동시에 랄프 로렌 포니의 지속력을 증명한 것이기도 했다. 럭셔리 하우스에서 첫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다른 브랜드의 로고를 입는 것은 잘못된 선택일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아니었다.

그래픽 디자인으로만 보면 포니는… 투박하다. (미안해요 랄프) 모노그램 크기로 축소되면 의도한 우아함은 사라지고, 말의 기품은 흐려지며, 폴로 선수는 거의 구분조차 되지 않는다. 만약 랄프 로렌의 성공이 없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케첩 얼룩과 구분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고의 로고는 그래픽 디자인 규칙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세상에 로고는 무수하지만, 포니의 아우라는 부정할 수 없다.

브루클린의 빈티지 숍 Sorbara’s의 오너 캐슬린 소바라에게 포니는 향수를 자극하는 아이템이다. 플로리다와 미국 동부에서 성장한 그녀에게, 야구 경기와 컨트리클럽은 아버지가 사랑했던 랄프 로렌 폴로와 스웨터와 연결되어 있다. “랄프는 배경도, 계층도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닿는 디자이너예요. 모두가 랄프를 향수처럼 느끼죠.”

그 향수에는 익숙함과 안정감을 붙잡으려는 심리가 들어 있다. 즉, 포니의 부활은 일종의 경기 침체 지표라는 것. “랄프는 늘 존재했고, 늘 클래식이었어요,” 소브라는 말한다.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불안할 때 향수를 찾는다고 진짜 생각해요.” 이유야 어떻든, 그녀의 매장에서 포니 아이템은 날아갈 듯 팔린다. 클래식 골프 재킷과 스웨터가 가장 인기 있는 상품들이다.

랄프 로렌의 퀄리티는 브랜드 팬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요소이자, 브랜드의 지속력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매년 수십억 달러 규모로 생산되는 제품량까지 더해지면, 빈티지든 신상이든 쇼핑하기에 최적의 브랜드가 된다. 패션 팟캐스트 ‘Blamo!’를 진행하는 제레미 커크랜드는 수십 개 브랜드를 거쳐 왔지만, 옷장을 몇 번 비워내는 동안에도 흰색과 네이비 랄프 로렌 폴로는 늘 남겨뒀다고 말한다.

“포니를 버리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커크랜드는 말한다. “20~30대에는 입는 것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고 느끼죠. 하지만 결국 그 길은 외롭고, 그렇게 행복하지 않다는 걸 알게 돼요. 옷으로 자신을 정의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래도 좋은 옷은 입고 싶잖아요? 그걸 랄프가 완벽하게 충족시켜 준다는 거죠.”

트렌드 분석가들은 프레피 스타일이 돌아왔다고 말하며, 이것이 최근 포니의 인기 상승을 설명한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내가 인터뷰한 몇몇은 프레피와 아이비 스타일은 언제나 존재했다고 말한다. “모든 게 동시에 사실일 수 있어요,” 팟캐스트 ‘Throwing Fits’의 진행자 로렌스Lawrence Schlossman은 말한다. “사람들은 조용한 럭셔리 시기를 지나오면서도 그 트렌드의 요소를 일부 가져왔고, 그 이전의 놈코어에서도 요소를 가져왔죠. 이 모든 걸 블렌더에 넣으면 결국 나오는 건 랄프 로렌의 포니 셔츠예요.”

여러 면에서, 이 포니의 흔함과 접근성은 가장 앞서가는 패션 마니아들이 피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건 몰에서 살 수 있는 물건이니까 오히려 전복적일 수도 있다고 느껴요,” 로렌스는 말한다. “공항 어디서나, 미국 어디서나 입고 있는 걸 볼 수 있는 그런 물건이라는 거죠.”

로렌스는은 이 로고가 단순한 자수 장식에서 나아가 실루엣이나 원단처럼 디자인의 요소가 되었다고 말한다. 브랜드 표식 이상의 역할을 하며, 스웨터나 폴로, 재킷에 본질적인 무언가를 더해 준다는 것이다. 포니가 없으면 옷이 밋밋해 보이는 느낌. 랄프 로렌의 포니는 이제 누구에게나 모든 것이 된다. 상향 이동에 대한 열망, 향수, 플렉스, 전복성. 원하는 어떤 의미든 가질 수 있다. 단 하나 확실한 것? 포니는 한 번도 ‘끝난’ 적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