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이는 분위기에서 한 발 떨어져 혼자 고요한 사색의 시간을 누릴 수 있는 ‘나홀로 크리스마스’는 의외로 매력적이다. 차분한 재미를 선사할 꿀잼 크리스마스 영화 4편을 소개한다.
이니셰린의 벤시(2023) | 혼자가 된다는 것에 대한 사유의 시간

아일랜드 내전 시절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외딴섬에서 둘도 없이 지내던 절친 파우릭과 콜름의 갑작스러운 절교에서 시작된다. 콜름은 남은 삶을 더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며 파우릭과의 관계를 끊고, 파우릭은 그 일방적인 선언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처음엔 유치해 보이던 이 절교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며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다. 혼자가 되고 싶은 사람과 혼자가 될 수 없는 사람의 갈등에 ‘이제 제발 그만해!’라고 외치고 싶을 만큼 완전히 몰입하게 된다. 두 남자의 팽팽한 입장과는 대비되는 한산한 아일랜드의 풍경은 북적임 대신 잔잔한 솔로 크리스마스를 선택한 이들의 분위기와도 닮았다.
팀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1993) |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마법의 버튼

이 작품은 개봉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크리스마스 애니메이션 명작으로 손꼽힌다. 현실의 복잡한 일들은 잠시 내려놓고, 친구들과 걱정 없이 놀던 어린 시절의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기에 이 영화는 완벽한 선택지다. 핼러윈과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전세계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았는지, 미국 국립영화보관소의 영구 보존 대상으로 선정되어 미국이 있는 한 평생 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100% 수작업 스톱모션으로 한 땀 한 땀 장인정신과 촘촘한 스토리라인 덕분에 희대의 명작으로 불릴 만 하다. 전기장판 또는 보일러를 따뜻하게 틀고 부드러운 이불에 들어가 영화를 보다 보면 ‘아 집에 있기를 잘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하늘을 걷는 남자(2015)| 방해 금지모드 ON, 숨 죽이고 봐야하는 실화영화

‘오금까지 땀 흘리게 된다’라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긴장감을 선사하는 이 영화는 음악과 연출, 그리고 스토리까지 삼박자가 잘 맞아 호평받았다. 지금은 사라진 미국 뉴욕 월드 트레이드 센터 사이에 밧줄을 연결해 하늘을 걷는다는 대담한 계획을 세웠던 실존 인물 ‘페팃’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도 흥미롭다. 실존 인물에게 직접 줄타기 트레이닝까지 받았다는 배우 ‘조셉 고든레빗’의 10년 전 얼굴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CG인 것을 알면서도 줄 위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볼 때면 영화 속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탄식하게 된다. 아슬아슬한 줄 위에서 펼쳐지는 그의 고독한 도전에 깊이 빠져들기 위해서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솔로 크리스마스가 완벽한 타이밍이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가는 줄도 모르게 몰입할 영화를 찾고 있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이다.
바이올런트 나이트 | 솔로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귀여운 반항

내가 선택한 솔로 크리스마스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누군가와 함께 예쁜 곳에서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부러움과 함께 약간의 반항심이 올라오곤 한다. 그럴 때는 전형적인 크리스마스 영화에서 살짝 비튼 작품을 보면 한결 기분이 나아진다. ‘선물을 주러 간 집에서 강도를 마주한 산타클로스’라는 다소 엉뚱한 설정의 이 영화는 짜임새 있는 블랙코미디와 생각보다 잔혹하고 파워풀한 액션으로 호평 받았다. 솔로 크리스마스에 슬며시 올라오는 아쉬움과 반항기를 이 영화로 풀어보길 추천한다. 크리스마스 버전의 ‘다이하드’라 불리는 산타 액션 영화와 함께 특별한 도파민을 채워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