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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인의 시계 전문가가 선정한, 2025 최고의 시계 브랜드 10

2025.12.16.조서형, Cam Wolf

롤렉스? 까르띠에? 아니면 바쉐론? 올해 세계 시계 시장을 지배한 브랜드를 이 기사에서 확인해 보자. 내년에 가지고 싶은 시계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Collage: Kelsey Niziolek; Photos: Rolex, Vacheron Constantin, Cartier

올해로 4년째 진행되고 있는 GQ 대형 시계 설문. 규칙은 간단하다. 딜러, 컬렉터, 기자, 경매 전문가 등 ‘시계 일루미나티’라 불리는 큰 풀의 전문가들에게 업계 전반에서 최고의 브랜드를 투표해달라고 요청했다. 올해 가장 큰 타임피스 트렌드는 무엇이었나? 2025년의 시계는 무엇인가? 지금 1,000달러 이하로 살 수 있는 최고의 시계는 무엇인가? 이에 대한 답은 다음 시리즈에서 다룰 예정이다. 오늘은 내가 설문한 36명의 전문가들이 꼽은, 2025년을 지배한 브랜드부터 살펴본다.

작년 업계엔 공감과 실망이 공존했다. 1년 전 이 설문에 답한 이들은 칭찬할 만한 브랜드를 찾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또 롤렉스가 처음으로 정상을 내어준 해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이 성취를 인정한 브랜드와 모델은 대부분 까르띠에와 베르네롱 두 곳에 집중됐고, 이 둘이 설문 1, 2위를 싹쓸이했다.

2025년 설문 결과는 전혀 달랐다. 뱅가드, MB&F부터 롤렉스, 바쉐론 콘스탄틴까지 무려 18개의 서로 다른 브랜드가 1위 표를 받았다. 지난해엔 하위권 브랜드들이 거의 득표하지 못한것을 생각하면 대조적이다. 표의 다양성은 지난 12개월 동안 흥미로운 시계를 출시한 브랜드가 매우 많았다는 신호다.

하지만 지난 해 까르띠에나 베르네롱의 비정형 시계에 의해 롤렉스의 패권이 흔들리는 모습에 즐거웠다면, 올해는 그와 같은 스릴은 없을 것이다. 2025년, 롤렉스은 몇몇 응답자들이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라고 본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제 상위 10개를 살펴보며, 그들의 특별한 해를 가능케 한 요소를 보자.

1. 롤렉스

“롤렉스.” 시계 뉴스레터를 운영하는 토니 트레이나는 올해의 브랜드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단정적으로 답했다. “항상 정답.” 일부 시계 팬들은 4월 출시된 신형 랜드 드웰러의 디자인을 곱지 않게 봤지만, 전문가 다수는 바로 그 모델이 왕관의 우위를 지탱한 최대 이유라고 답했다. 다만 칭찬은 외형보다 내부 기술에 집중됐다. 필립스의 미주 지역 시계 부문 책임자인 폴 부트로스는 랜드 드웰러 출시와 함께 “완전히 새롭고 혁신적인 이스케이프먼트 ‘다이나펄스’를 선보였기 때문”이라며 롤렉스를 1위에 올렸다고 설명했다.

롤렉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럭셔리 시계 제조사이기에 이런 설문에서 쉬운 답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백 년 된 기술을 혁신할 때 롤렉스는 아예 ‘부정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모델들은 여전히 긴 대기 리스트를 요구하고, 중고 시장에서도 가장 안정적이며, 대중에게 어필할 새로운 방식을 계속 찾아낸다. ‘트로피컬 워치스’의 창립자 야첵 코주벡은 올해 브랜드가 여러 개의 “미친 오프 카탈로그 데이토나”를 선보였다고도 언급했다. 이런 조합은 롤렉스의 지속적인 지배를 가능하게 하는 확실한 레시피다.

2. 바쉐론 콘스탄틴

파트 2에서는 올해 최고의 시계를 선정할 예정인데, 이 부문에서 바쉐론 콘스탄틴은 ‘너무 많은 성공’의 희생양이 된다. 올해 출시된 여러 모델이 최고의 신제품 후보로 득표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올해 가진 기술력을 마음껏 과시했다. 9월, 루브르는 기계적 예술을 주제로 한 전시를 열었고, 역사적 시계들을 한데 모았다. 봄에는 시계 업계 최대 전시인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솔라리아를 공개했다. 총 41개의 컴플리케이션은 그 어떤 손목시계보다 많은 수치다. “가장 복잡한 시계인데 착용도 가능하다!”고 트레이나는 말했다.

3. 까르띠에

2024년이 ‘카르띠에의 정점’이라 느껴졌지만, 2025년에도 계속 뜨거웠다. 바쉐론이 기술력으로 컬렉터를 사로잡는다면, 파리의 쥬얼리인 까르띠에는 대담한 디자인과 영원히 가는 스타일로 사랑받는다. 우아함을 원한다면 까르띠에가 거의 정답이다. 레드 카펫을 앞둔 셀럽이나 최근 결혼을 앞둔 테일러 스위프트를 봐도 그렇다. 그런 이미지 덕에 블룸버그는 최근 까르띠에를 ‘Z세대의 롤렉스’라고 표현했다. 이는 꽤 정확하다. “수많은 화제작 신제품부터 크래쉬 마니아까지, 카르티에는 히트작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수요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슈퍼 컬렉터 드루 코블리츠는 이렇게 말했다. “이 정도면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브랜드의 가장 큰 2025년 출시작 기쉐도 대성공이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모델, 놀라울 정도로 잘 구현됐다.” 빈티지 샵 을 운영하는 제임스 램딘은 말했다. “이 모델은 역사 속 다른 점프 아워 시계들에 대한 관심까지 끌어올렸다.”

4. 하즈만 모낭

이번 리스트의 첫 번째 놀라움은 하즈만 모낭이다. 매해 떠오르는 신진 브랜드가 한 곳씩 등장하는데, 올해는 하즈만 모낭의 차례다. 알렉산드르 아제만과 빅토르 모냉, 두 명의 갓 졸업한 학생이 만든 브랜드다. 이들을 리스트에 올린 작품은 ‘스쿨 워치’라는 이름 그대로 졸업 작품이었다. 프랑스의 명문 시계학교에서 졸업하려면 점프 아워와 차임 기능을 갖춘 시계를 제작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제품다. 두 사람은 각자 자신의 버전을 만들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모냉의 디자인을 더 좋아한다. 에메랄드 말라카이트와 오팔로 만든 서브다이얼이 특징이다. 아제만의 디자인은 좀 더 산업적이고, 오픈워크 다이얼과 파란 악센트를 갖추고 있다. 이미 컬렉터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폴 쥬른 초기 시절을 떠올리게 할 만큼 비범한 두 젊은 시계 제작자이다.”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언디피티드, 베이트를 만든 에릭 펭 청은 이렇게 말했다.

5. 브레게

브레게는 올해 250주년을 기념하며 몇 가지 대형 신작을 선보였다. 가장 큰 두 신제품은 극명하게 달랐다. 첫 번째는 프랑스 혁명 직후 제작된 브레게의 첫 포켓워치를 기반으로 한 클래식이다. 시침 하나만 있는 단순한 디자인. 그 미니멀한 아름다움은 제이 레노 같은 컬렉터들이 절대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다. 이 시계는 시계 업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GPHG에서 가장 중요한 상을 받았다.

브레게는 이후 본래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11월 말 공개된 익스페리멘탈 컬렉션은 브랜드의 기술적 역량을 체계적으로 드러내는 라인이다. 익스페리멘탈 1은 시계의 동력을 조절하는 핵심 부품인 이스케이프먼트를 혁신하기 위해 자석을 영리하게 사용했다. 메커니즘이 서로 닿지 않은 채 자석이 밀어내는 힘으로 왕복 운동을 만들어 마모를 줄이는 방식이다.

6. 우르반 위르겐센

2025년 내가 겪은 가장 초현실적인 순간 중 하나는 산타모니카 공항의 격납고였다. 우르반 위르겐센의 리런칭 파티에서 NBA 선수 카일 쿠즈마와 스타 시계 제작자 렉셉 렉셉피가 함께 어울리는 장면을 봤다. 250년의 역사 속에서 여러 번의 시작과 중단을 거친 브랜드가 이번 새로운 시대를 ‘시계 우주의 중심에 선 듯한’ 기분으로 출발한 셈이다. 그 감정은 지난 몇 달간 더 커졌다. 예상 밖의 장면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브랜드의 UJ-2를 자주 착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마티 슈프림 마케팅 캠페인의 얼굴로 활동했는데, 보그 표지에서도 이 모델을 착용했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챕터에서 브랜드가 거의 즉각적으로 성공을 거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시계가 정말 기가 막히게 좋기 때문이다. UJ-1은 브랜드 아카이브의 역대 포켓워치를 손목시계로 재해석한 모델이다. 하지만 올해 여름 출시된 3종 신작 중 UJ-2의 착용감은 잊히지 않는 수준이다. “(셀럽으로 가득한) 성공적인 리런칭과 GPHG 수상.” 슈퍼 컬렉터 @Bazamu는 이렇게 말했다. “반박하기 어렵다.”

7. 폴 쥬른

믿기 어렵지만, 이 득표 결과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폴 쥬른 원오브원 모델이 지난 주말 1,000만 달러 이상에 낙찰되기 전의 상황이다. 그 전부터도 전문가들은 이 브랜드가 기록한 경이적 판매 데이터를 이유로 순위를 높게 평가했다. “2018년 이후 꾸준하고 압도적으로 인기가 증가해왔지만, 2025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갈망받은 해였다.” 1위로 쥬른을 꼽은 코블리츠의 말이다. “경매는 폴 쥬른 레퍼런스에 대해 말 그대로 미친 반응을 보여줬고, 매년 더 많은 이들이 관계를 시작하기 위해 브랜드와 약속을 잡으려 하고 있다.”

폴 쥬른은 거대 기업들이 남긴 ‘부스러기’만을 챙기는 데 만족하지 않는 새로운 독립 워치 메이커 그룹의 기둥이 되고 있다. 거의 1,100만 달러에 팔린 유니크 FFC는 기존에는 롤렉스, 파텍 필립 같은 브랜드만이 누릴 수 있는 초희귀 경매 반열에 올랐다. 애니매트릭 핸드가 시간 표시를 대신하는 FFC처럼 쥬른은 고도의 기술력과 유머 감각이 공존하는 작품으로 인디 시장 전체를 끌어올리고 있다.

8. 베르네롱

지난해 설문에서 베르네롱의 회오리 같은 미라지는 올해의 시계를 압도적으로 석권했다. 창립자 실뱅 베르네롱은 2025년에 훨씬 클래식한 신작 퀀티엠 애뉴얼을 선보였다. 그의 첫 작품이 불같았던 것과는 정반대 방향의 모델이다. 그것이 바로 의도였다. “베르네롱은 5만5천 달러짜리 미라지를 매우 빠르게 완판시키며 사람들은 다음이 무엇일지 궁금해했다.” On the Dash의 창립자 제프 스타인은 말했다. “그런데 그는 두 번째 시계를 15만 달러 가격으로 100점 넘게 판매했다. 이제 Berneron 브랜드는 완전히 자리 잡았다. 향후 10년을 위한 아틀리에까지 구축했다.”

두 번째 모델 출시 전, 나는 베르네롱과 그의 장기적 철학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퀀티엠 애뉴얼은 이미 3년 대기 리스트를 형성했다. “미라지와는 정반대다. 미라지는 바보 같거나 용감한 시계다.” 그는 말했다. “새 브랜드를 만들면 첫 모델로 사람들은 당신을 규정하려 한다. 나는 원 히트 원더가 되고 싶지 않다.” 그는 이미 향후 10년의 브랜드 로드맵도 완성해두었고, 다음 컬렉션의 이름과 콘셉트까지 정해두었다. ‘피아스코’ 라인은 하이 주얼리 기법에 집중한다. 이런 사고방식이라면 베르네롱은 앞으로도 이 리스트의 단골이 될 것이다.

9. 파텍 필립

롤렉스와 마찬가지로, 파텍 필립 역시 이 리스트에 항상 이름을 올릴 자격이 있다. 빈티지와 모던 양쪽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는 브랜드다. 올해는 특히 빈티지 부문에서 헤드라인이 많았다. 단 한 주말 만에 파텍의 전설적 스틸 1518 두 점이 각각 개인 컬렉터와 필립스 경매에서 1,760만 달러에 판매되었다. 한편 동종 최고의 클래식으로 꼽히는 칼라트라바 ref. 96은 올해 더욱 빛났다.

장르를 정의한 ref. 96은 소개할 가치가 있다. 4월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공개된 신작 칼라트라바는 ref. 96의 계보에 명백히 기반한다. 한편 브랜드는 큐피터스 모델의 ‘근육질 비율’을 약간 줄이며 개선을 이어갔고, 퍼페추얼 캘린더 중 하나는 매혹적인 스모크드 사파이어 다이얼(ref. 6159G-001)을 갖추었다. 현대성과 역사적 빈티지 사이에서 늘 줄타기를 해야 하는 브랜드지만, 올해 파텍 필립은 두 가지 사이에서 거의 완벽한 균형을 맞췄다.

10. 예거 르쿨트르

JLC는 신형 핑크골드 리베르소 하나만으로도 이 리스트에 오를 자격이 있다. 올해 내가 가장 좋아한 시계다. 정말 아름다운 밀라네즈 브레이슬릿 덕분이다. 이 스트랩은 원래 폴로 선수들이 경기 중 착용할 수 있도록 뒤집을 수 있는 케이스백을 가진 ‘원조 스포츠 워치’였던 리베르소를 완전한 주얼리로 탈바꿈시켰다. 이 시계는 올해 월튼 고긴스 같은 인물들의 사랑을 받았고, 그는 SNL 호스트로 등장하며 이 모델을 착용했다. 이는 배우와 시계 모두의 일종의 ‘정식 인준’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