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타임스가 올해 작품 홍보를 넘어 독특한 시각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는 영화 포스터 중 가장 인상적인 3편을 꼽았다.
이토록 아름답고 추상적인 [부고니아]

첫 번째는 장준환 감독의 2003년작 [지구를 지켜라]를 리메이크한 [부고니아]. 공개 직후부터 큰 화제를 모은 이 포스터는 [송곳니]를 시작으로 [더 랍스터],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가여운 것들]에 이어 다시 한번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과 호흡을 맞춘 디자이너 바실리스 마르마타키스의 작품이다. 이번 작품도 감독의 어떠한 지시 없이 대본을 미리 받고 읽은 뒤 세트장에 방문하고 관련한 모든 사진을 수집한 다음 작업하는 방식이 그대로 이어졌다. 포스터 콘셉트를 구상하기 시작했을 때, 촬영장에서 찍은 머리를 삭발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입을 벌리고 있는 엠마 스톤의 사진에 매료된 그는 엠마 스톤의 표정이 경외감인지 죽어가는 것인지 고문을 당하는 것인지 고통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쾌락인지 알 수 없기에 흥미로운 사진이라 생각했다고. 포스터는 작품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피와 꿀이 떨어지는 모습을 통해 충격적인 폭력성을 암시하는 동시에 이야기 속에서 벌이 갖는 중요성을 은유적으로 암시한다. 강렬하면서도 추상적인 포스터가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를 보기 전에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영화관을 나오면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라는 그의 말을 한 번 믿어보자.
기발한 건, 어쩔 수가 없다 [어쩔 수가 없다]

두 번째는 한국 영화 최초로 골든글로브 작품상 후보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한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 주인공 만수(이병헌)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연과 성격을 지닌 캐릭터들이 꽃을 활짝 피워내는 커다란 배롱나무 곳곳에 숨은 듯 배치된 포스터는 아름답게 느껴지는 동시에 약간 기묘한 느낌도 나는 것이 블랙 코미디 작품의 특징을 잘 담아냈다. 포스터는 기획을 총괄한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스테디’의 스케치 배치에 맞춰 연여인 작가의 촘촘한 드로잉, 비밀을 간직한 인물과 소품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삽화가 더해져 완성되었다. 원작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나무뿌리가 등장인물들을 감싸고 있는 이미지를 구상했는데, 완성된 영화를 본 후 방향을 바꿔 땅 위로 자라나는 나무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고. 특히 포스터의 핵심인 배롱나무는 만수의 내면과 거친 성장 과정을 형상화한 상징으로, 꽃은 만개했지만 가지는 비틀린 모습으로 담아내 그 의미를 더한다. 배롱나무의 나무껍질은 조금 더 매끄러워야 한다는 등 일반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할 만한 디테일에 집중한 박찬욱 감독의 피드백과 제안 덕분에 포스터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졌다는 후문이다.
정보의 최소화가 기대감의 극대화로 [죄인들]

마지막은 [블랙 팬서] 시리즈로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은 라이언 쿠글러 감독과 그의 페르소나이자 블랙 팬서에서 킬 몽거 역으로 출연한 마이클 B. 조던의 다섯 번째 합작 영화 [죄인들]. 쌍둥이 형제인 스모크와 스택의 1인 2역을 맡은 마이클 B. 조던의 얼굴 절반이 맞닿아 있는 강렬한 이미지의 포스터에 영화의 장르나 시대적 배경 그리고 구체적인 줄거리 등에 대한 명백한 단서가 모두 배제된 것이 특징이다. 얼굴의 대칭과 분위기의 비대칭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긴장감으로 두 인물의 관계와 그들이 가진 미스터리만을 전면에 내세운다. 초기 티저포스터뿐만 아니라 메인 포스터 역시 뱀파이어 영화임을 암시하는 노골적인 요소들은 배제했다. 이러한 의도된 정보의 부재는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극대화하고 관객을 능동적으로 참여시키는 영리한 시각적 전략을 보여주며 개봉 후 폭발적인 관심과 놀라움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낳았다. “불길한 초자연적 요소를 암시하기 위해 배경에 작지만 위협적인 형체들을 배치했다. 너무 눈에 띄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냥 뒤에 있다는 것만 알면 되는 거죠.”라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케니 그라빌리스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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