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허냄은 어떻게 연쇄 살인범, ‘에드 게인’을 연기할 수 있었나. 그 답은 ‘완전한 몰입’에 있다. 찰리 허냄과 만나 <괴물 Monster>의 새 시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약 6개월 전, 찰리 허냄은 ‘신성하게 계획된’ 아야와스카 ayahuasca 복용을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어마어마한 죽음의 경험이었어요.” 그는 푸른 눈을 크게 뜨고, 시선을 들어 올리며 얘기했다.

우리는 노스 할리우드의 한적한 도로가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서로를 마주 보며 인터뷰하고 있다. 금발에 다부진 체격의 그는 보다 고급스러운 젝스 텔러 Jax Teller를 연상시키는 심플한 흰색 티셔츠에 셀비지 청바지, 그리고 검은 컨버스를 신고 있다. 머리는 단정하게 빗어 뒤로 넘겼고, 덥수룩한 염소 수염은 배우의 강한 턱선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다. 그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내가 그 약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하자 그는 ‘아스트랄 플레인 The astral plane’이라는 곳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조금씩 털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그에게 조금 더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찰리는 북잉글랜드식 억양과 로스앤젤레스 말투가 섞인 독특한 발음으로 말했다. “이 모든 경험은 무언가를 놓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버티는, 정말 끔찍한 감정으로부터 시작되었어요. 거기에는 끝나지 않은 일이 남아 있다는 찝찝함과 패닉도 섞여 있었죠.” 그 공포스러운 감정은 결국 하나의 ‘목소리’로 바뀌었다고 한다. 목소리라면 그의 목소리? 아니면 신의 목소리? 그 목소리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반복해 뱉어냈다고 한다. “Life is preparation for death(삶은 죽음을 위한 준비다).“ “그 목소리는 마치 벼랑 끝에 서 있는 나를 부드럽게 감싸주는 자장가 같았어요.” 찰리는 경외에 찬 표정으로, 그리고 약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목소리가 말해준 “순수하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네 삶 안으로 들어왔다면 기꺼이 도우며 살자”라는 주문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그가 기억에 잠긴 모습을 보면서 나는 찰리의 경험이 오늘 아침 내려 마신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만큼 짙은 심리적 진흙탕 안에 있음을 직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마흔다섯 살인 그는, 거의 아홉 달에 걸쳐 ‘죽음’을 마주하는 역할을 매일 연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아마도 어떤 수련 과정과 같이, 굉장한 인내를 요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허냄은 라이언 머피의 에미 수상작이자 넷플릭스 앤솔러지 시리즈인 <괴물 Monster> 시즌 3에서 ‘에드 게인’ 역을 맡았다. 게인은 위스콘신에 살고 있는 점잖은 농부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살해한 사람들과 인근 공동묘지에서 도굴한 시신들의 신체 일부를 훼손해 끔찍한 소장품을 만드는 ‘플레인필드의 도살자’라는 별명을 얻은 ‘괴물’이다. 1957년 게인의 범죄가 세상에 드러났을 때, 그는 이상화되고 평화로운 록웰풍 Rockwellian의 미국 사회를 공포에 떨게 만들면서 동시에 범죄를 선정적으로 자극했다. 이후 게인의 이름은 대중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희미해졌지만 그의 범죄는 영화사에서 가장 유명한 거장들의 시선을 통해 과장되고 왜곡되며 계속해서 새로운 형태로 살아남았다. 이를테면 앨프리드 히치콕 Alfred Hitchcock 감독의 <싸이코 Psycho>(1960), 토브 후퍼 Tobe Hooper 감독의 <텍사스 전기톱 학살 The Texas Chainsaw Massacre>(1974), 조너선 드미 Jonathan Demme 감독의 <양들의 침묵 The Silence of the Lambs> (1991) 등이 모두 게인의 이야기를 재조합했고, 그 과정에서 영화의 빌런이 더 이상 드라큘라 같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가 괴물일 수 있는, 아니 괴물이 된 새로운 시대를 보여줬다. 허냄의 강렬하고도 대담한 연기에는 목소리, 몸, 얼굴까지 완전히 바뀐 전면적인 변신이 엿보였다. 새틴 란제리를 입고 춤을 추는 장면, 그리고 충격적인 시체 성애 장면까지 모두 그랬다. 이런 그의 연기를 바탕으로 머피는 현대인에게 게인의 생을 다시 한번 과감하게 해체하고 재조립해 보여줬다. 그리고 여기에 시청자가 기대할 법한 감독 특유의 과장되고 폭발적인 연출을 더했다.

초기 반응만 봐도 이번 에드 게인 이야기가 과거 제프리 다머 Jeffrey Dahmer와 메넨데즈 Menendez 형제를 다루며 엄청난 관객수를 기록했던 <괴물 Monster>을 한층 더 불편한 영역으로 밀어넣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몇몇 팬과 평론가들은 가장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보고 경악하는 자신들의 반응을 직접 촬영해 업로드하기도 한다. 한 틱톡커는 “식사 중에는 절대 보지 마세요. 이건 먹으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닙니다”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흥미로운 건 하나같이 찰리의 변신에 대해서는 “경이롭고, 심지어 무서울 정도로 아름답다”라는 공통된 평가들을 남겼다. 이젠 찰리 같은 매력적인 배우가 어떻게 게인 같은 인물로 캐스팅되는지, 이런 결과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2019년 <너의 모든 것 When You became a hit in>이 히트를 하자 팬들은 레딧에서 지적이고 사려 깊은 살인자 캐릭터, 조 골드버그 Joe Goldberg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격렬한 논쟁을 벌였고, 서로가 펜 배질리 Penn Badgley로부터 “납치해달라”고 아우성쳤다.(그의 답변은 어땠냐고? “됐습니다”였다.) 같은 해 공개된 <테드 번디 Ted Bundy> 다큐멘터리의 개봉 이후에는 수많은 팬이 수십 명의 여성을 강간하고 살해한 끔찍한 범죄자를 “섹시하다”고 표현하자, 넷플릭스가 트위터 이용자들을 향해 가볍게(?) 경고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머피의 <괴물 Monster> 시즌 1에서 훈남 배우 에반 피터스 Evan Peters가 ‘다머 Dahme’를 연기했을 때도 실제 연쇄 살인범의 머그샷을 보고 설렌다는 반응이 나왔다는 보도가 이어지기도 했다.
참고로 머피는 게인을 연쇄 살인범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공식적으로 게인은 단 두 건의 살인만을 자백했지만 <괴물 Monster>에서는 그가 더 많은 살인을 저질렀다는 가설로 극화됐다.) 그리고 머피는 찰리를 캐스팅하게 된 계기가 게인과 외모가 매우 닮았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약간의 외모 프리미엄이 범죄자가 죗값을 모면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좋든 싫든 세상은 아름답거나 외모가 뛰어나거나 혹은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친절합니다.” 머피가 말한다. “놀라운 건 연쇄 살인범의 전형에서 오히려 그런 요소를 갖지 않은 인물을 찾는 게 더 힘들죠. 그렇다면 이게 우리 사회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고 있을까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죠. 이건 제 얘기가 아니에요. 그들이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죠.”

찰리가 요즘 가장 뜨는 “섹시한 연쇄 살인범”으로 낙인 찍히거나 말거나, 현장에서 그가 발산한 자연스러운 매력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고 제작 관계자들은 말한다. 내가 만난 <괴물 Monster>의 출연진 모두 찰리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소아마비를 앓는 베이비시터 역으로 게인과 ‘강렬한’ 대면 장면을 연기한 애디슨 레이 Addison Rae는 이메일을 통해 찰리에 대해 “세련되고 품격 있으며 유머 감각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엄청나게 프로페셔널하고 성실한 사람”이라고 말했다.(또한 그녀는 시카고의 한 고양이 카페 근처에서 촬영하던 중 찰리가 고양이 두 마리를 입양해 원래 키우던 고양이까지 포함해 총 네 마리를 키우게 됐다고도 전해주었다. 고양이들의 이름은 구찌, 데인저, 울피, 그리고 캘리포니아다. “저는 늘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끌려요. 그런 점에서 그와 언제든 공감할 수 있겠다는 사실이 정말 반가웠죠.” 애디슨 레이가 말했다.) “심지어 빗자루조차도 찰리 허냄과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어요.” 머피가 말한다. “저는 일하면서 이런 능력을 가진 배우를 딱 한 명 더 만났어요. 그게 바로 메릴 스트립 Meryl Streep이었죠. 남자들도 찰리를 좋아하고, 여자들도 찰리를 좋아하고, 스태프들도 찰리를 좋아했습니다. 사람들은 찰리와 자고 싶어 하거나, 찰리가 되고 싶어 했죠. 하지만 찰리라는 경계는 많은 사람에게 꽤나 희미하게 다가왔을 거예요. 왜냐하면 찰리는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타입이 전혀 아니거든요.(웃음) 굉장히 수줍어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그릇이 크고 사랑이 넘친달까···, 눈을 보면 알 수 없는 빛이 반짝이고 있죠.”
머피는 한 장의 파파라치 사진으로 찰리를 캐스팅했다고 한다. “찰리의 얼굴형이 제가 수감 사진에서 본 에드의 얼굴형과 매우 비슷했거든요.” 머피는 이렇게 설명한다. 2024년 봄, 샤토 마르몽에서 역할을 두고 그와 처음 만났을 당시만 해도 찰리는 게인의 삶에 대해 거의 몰랐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대본도 보지 않은 채 출연을 결정했다고. “저는 그냥 라이언 감독님의 예술적 진정성과 순수함에 빠져버렸거든요” 찰리가 회상한다. “그래서 제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도 정확히 모른 채 그저 ‘네, 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해버린 거죠.”

그동안 강렬한 매력의 알파 메일 캐릭터로 커리어를 쌓아온 찰리에게 시체의 젖꼭지로 벨트를 만들 만큼 엽기적인 은둔형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결코 자연스러운 수순이 아니었을 것이다. 잉글랜드 뉴캐슬 어폰 타인의 옛 탄광 지대에서 고철 상인의 아들로 자란 찰리는 열일곱 살에 스포츠웨어 매장에서 일하던 중 캐스팅됐다. 그리곤 영국 드라마 <퀴어 애즈 포크 Queer As Folk >에서 맨체스터의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거침없이 뛰어드는 자신감 넘치는 열다섯 살 소년 역으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이 파격적인 드라마를 통해 그는 로스앤젤레스로 발판을 옮길 수 있었고, 일련의 ‘설렘을 유발하는’ 건장한 10대 스타 역할을 거쳐 점차 더 거칠고 묵직한 작품으로 영역을 확장해나갔다. 2017년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 따르면 찰리는 연기 공백기의 경제적 활동을 위해 의료용 대마를 판매하며 생계를 유지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그의 개인사적인 영역과 근사한 외모의 미묘한 조합은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인 커트 서터 Kurt Sutter의 눈에 띄게 되었고, 그 결과 <선즈 오브 아나키 Sons of Anarchy>의 고뇌에 찬 모터사이클 클럽 리더인 잭스 텔러 Jax Teller 역에 발탁된다. “찰리처럼 아름다운 남자는 정말 드물죠. 맞아요, 방금 저는 찰리를 ‘아름답다’고 표현했어요.” <선즈 오브 아나키>의 창작자 커트 서터가 말했다. “그런 외모를 가진 대부분의 남자들은 어딘가 부드럽거나 소년 같은 분위기를 지니는데 찰리는 그 둘을 모두 갖춘 아주 희귀한 경우예요. 게다가 화면 안에 들어서는 순간, 그는 완전한 ‘남자’가 됩니다. 필요 시에는 진짜로 판을 뒤엎을 수 있는 진짜 남자요. 최대한 솔직하게 표현해봤습니다.”
이후 찰리는 가이 리치 Guy Ritchie, 기예르모 델 토로 Guillermo del Toro, 잭 스나이더 Zack Snyder 등과 함께 ‘터프가이’ 캐릭터들을 연달아 연기했다. 그 많은 역할들을 향해 ‘메소드 연기’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그는 진지하게 임했다고 말한다. 제임스 그레이 James Gray 감독의 <잃어버린 도시 Z>에서는 20세기 탐험가 퍼시 포셋 Percy Fawcett을 연기하기 위해 무려 콜롬비아 정글에서 촬영하는 4개월간 주변 사람들을 포함한 오랜 연인과도 연락을 완전히 끊었다고 한다. 찰리는 자신이 모든 것을 걸고 몰입하게 되는 원동력이 ‘자기 의심’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포셋 같은 인물을 연기하려면 그의 삶 자체를 살아보지 않고는 결코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 같은 것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게인의 삶을 본격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했을 때도 그런 ‘자기 의심’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저는 그냥 이렇게 자기 암시해요. ‘나는 이걸 해낼 수 있는 기술도, 인간의 조건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 참고할 만한 기준점도, 재능도 없다’고요.” 찰리는 말한다. “하지만 그런데도 결국 일을 하러 나가야 하죠.”

촬영을 불과 두 달 앞둔 시점에 (지금 우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바로 이 방에서) 찰리는 게인과 관련된 자료를 닥치는 대로 모조리 모아 읽고 있었다. 책과 신문 기사, 의료 기록, 법정 속기록까지 전부 말이다. 게인의 정신 세계에 깊이 파고들수록 그는 점점 불안에 휩싸였다고 고백한다. “모든 게 너무 어둡고,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절망적이었어요.” 찰리는 회상한다. “솔직히 말해 제가 정말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구나 싶었죠. 이런 말까지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에라 모르겠다, 자포자기한 심정이에요.”
라이언 머피는 찰리가 역할을 받아들인 진짜 이유가 바로 이 ‘두려움’ 때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머피가 처음으로 그에게 연락한 2024년 봄의 찰리 상황은 조금 애매했다. Apple TV+ 시리즈 <샨타람 Shantaram>을 제작하고 주연까지 맡으며 3년에 걸친 고된 과정을 마무리하던 시기, 동시에 시나리오 집필이라는 새로운 도전도 병행하던 그가 잭 스나이더의 <레벨 문 Rebel Moon> 촬영 현장에서 허리를 다치는 부상까지 입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괴물 Monster> 시리즈는 분명 모험이었지만, 동시에 재부팅할 기회이기도 했다. “그 시점 찰리는 진짜로 두려움을 느끼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어렵고 도전적인 역할을 통해 자기 자신을 극한까지 밀어붙이고 싶었던 거죠.” 머피는 말한다. “이건 그가 강렬하게 갈망해오던 것이었어요. 이건 제가 찰리를 알게 되고 나서 하는 말이지만, 그는 주연급 외모에 갇혀 있는 성격파 배우죠.”
찰리는 미국을 대표하는 부기맨 중 하나를 제대로 연기하려면 반드시 게인을 이해하려 애써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게인의 흉악한 범죄에 대한 온갖 추측과 기록을 파고들던 어느 순간, 그는 하나의 깨달음에 도달했다. 문득 20대에 본 <인체의 신비전>에 관한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이 전시는 시신의 신체 내부를 실제로 전시한 것으로 유명했다. 나아가 찰리는 게인이 <그레이 아나토미>를 한 권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과 이를 연결 지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스스로에게 물었다. “과연 게인에겐 해부학에 대한 끌림과 인간의 ‘내면’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의 비중이 각각 어느 정도였을까? 그리고 우리는, 그러니까 보통의 사람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우리는 그런 게인과 과연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까? 아니면 비슷한 면이 더 많을까?”

또 하나의 결정적인 돌파구는 체포 당일 밤에 녹음된 게인의 음성 파일을 어렵게 구하게 되면서 찾아왔다. 법적으로는 증거로 채택될 수 없었던 그 녹음은 찰리가 캐릭터의 목소리로 최종 선택한 특유의 높고 가느다란 중서부 억양을 완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가 처음 제 앞에서 그 목소리를 들려줬을 때, 저는 이렇게 말했죠. ‘말도 안 돼. 이게 에드의 실제 목소리라고? 저 톤을 8시간이나 유지할 수 있겠어?’” 머피는 회상한다. “그런데 찰리는 끝까지 고집했고 결국, 그가 옳았어요.” 찰리는 게인의 극심한 궁핍, 그리고 고립된 삶을 바탕으로 그가 영양실조였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달걀흰자, 아보카도, 블루베리, 그리고 치아씨드, 헴프씨드, 아마씨, 호박씨, 해바라기씨와 같은 씨앗류만으로 식단을 유지하며 체중을 감량했다. 머피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건 야위고 유령 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거의 아홉 달 동안 수도승처럼 살았어요. 그건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 엄청나게 가혹한 작업이었죠.” 머피가 말했다.
이렇게 정교하게 구축되고 있던 게인이라는 초상화의 마지막 한 조각은 살인마의 ‘처진 눈’을 재현한 ‘인공 보형물’이었다. “아침마다 분장실 의자에 앉아 눈 보형물을 하나 더 붙인다는 건, 사소한 디테일 하나 때문에 하루 일정이 훨씬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하죠. 하지만 그 디테일 하나만으로도 ‘진짜 인물’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어요. 그게 바로 찰리식 헌신이죠. 그는 늘 한 걸음씩 더 가까워졌어요.” 게인의 폭력적이고 지배적인 어머니, 오거스타 Augusta를 연기한 로리 멧칼프 Laurie Metcalf가 설명했다. 결국 찰리는 스크린 테스트 당일 완벽한 변신을 완성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말이다. “세트에 만들어둔 농가의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무언가가 시야 끝에 들어왔어요. 고개를 돌려보니 세상에, 에드 게인이었던 거예요.” 이번 시즌의 쇼러너이자 작가인 이안 브레넌 Ian Brennan이 고백했다.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눈빛, 보형물, 손동작, 몸동작까지···, 모든 것이 숨이 턱 막히더군요.”

그러나 찰리의 육체적 변신은 시작에 불과했다. 일부 장면은 (전기톱이 등장하는 장면 포함) 브레넌이 “기록적인 한파”라고 보도한 혹한의 일리노이 중부에서 촬영했다. 또 다른 장면들은 소재 자체가 지나치게 민감했기 때문에 인티머시 코디네이터 intimacy coordinator나 안무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시즌 후반에는 게인이 시체에 대한 타락한 실험에 더욱 빠져들면서 공동묘지에서 갓 묻힌 시신을 파내 벌레와 오물이 가득한 부엌 식탁 위에 눕히고는 참혹할 만큼 긴 시간 동안 시신과 성관계를 갖는 장면도 나온다. 그리고 이 장면은 라이언 머피의 작품답게 경쾌한 아코디언 연주로 시작된다. “찰리는 ‘라 비 앙 로즈’를 폴카 리듬으로 연주해야 했어요.” 머피가 설명했다. “그때 찰리가 ‘세상에, 이 장면에 아코디언이라니···’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물었죠. ‘악기 말고 베드신에 대해서는 수정 요청할 사항은 없고?’ 그러자 찰리가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아니요, 그건 식은 죽 먹기죠.’”
“연출을 하다 보면 가끔 ‘아, 이건 역사에 남겠구나’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브레넌이 말한다. “이런 종류의 기괴함을 시도한 사람은 아직 없었던 것 같아요.” 그는 머피가 해당 에피소드의 편집본을 보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물었다고 회상한다. “그런데 이거, 이 장면, 진짜 괜찮겠어?’” “그런데 넷플릭스도 최종본에 대해 아무런 코멘트를 하지 않았어요.” 브레넌이 말했다. 촬영이 끝난 뒤 찰리는 캐릭터와 영원히 작별하기 위해 위스콘신주 플레인필드에 있는 게인의 이름 없는 무덤을 찾았다. “가장 복잡해지는 지점은 바로 여기였어요. 저는 제가 맡은 캐릭터를 단 한순간도 마음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에게 지나치게 많은 연민을 부여했다는 이유로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결국 제 본능을 따를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나 사상가의 면모를 가진 찰리는 자신이 어렵게 다듬어온 자기 객관화에도 한계가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저의 모든 선택은 결국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제 무의식을 통해 걸러진 결과물일지도 모르죠. 그 욕망이 제 선택에 얼마나 깊이 개입했는지조차 저는 완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찰리는 2023년 <레벨 문> 홍보 인터뷰에서 커리어 초반에는 연기가 자기 탐색의 과정이었다면, 최근에는 거대한 철학적 질문을 탐구하는 통로가 되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괴물 Monster>을 통해 그가 마주한 과제는 무엇이었을까. “두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저의 경험에 관한 이야기예요.” 찰리는 말한다. “In sterquiliniis invenitur. ‘오물 속에서 발견될 것이다’라는 뜻이죠. 감히 융을 재해석할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제게는 이렇게 들리거든요. ‘두려움 속에서 발견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