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치에서 AI 커스터마이징 도구를 내놨다. 적당한 명령어 한 줄만 입력하면, 매우 합리적인 가격에 내가 꿈꾸던 그 시계를 만들 수 있다는 설정이다.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아무튼 그걸 직접 사용해봤다.

오늘 당신은 AI를 이용해 저녁으로 뭘 해 먹을지 계획했을 수도 있고, 이탈리아 도시로 떠나는 3일짜리 여행 일정을 짰을 수도 있으며, 입사 지원서를 쓰거나 웹사이트를 코딩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번 주부터는, AI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더 늘었다. 내가 찰 시계를 디자인하는 일이다. 이에 대한 반응이 “멋진데!”일지, 아니면 “엥, 진짜로?”일지는, 당신이 이 기술을 전반적으로 어떻게 보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이건 14시까지 표시되는 스피드마스터 같은 이미지를 아무렇게나 뽑아내는 단순한 이미지 생성 툴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시계 브랜드 중 하나인 스와치는, 최대 300자 분량의 프롬프트로 41mm 뉴 젠트 모델을 위한 AI 생성 디자인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다. 그리고 그 시계를 한화 약 27만 원에 주문하면, 실제로 제작해서 배송해 준다.
이 툴의 이름은 AI-DADA다. 이는 20세기 초 스위스를 기반으로 활동했던 다다이즘에서 따온 것으로, 이후 초현실주의나 팝아트 같은 흐름에 영향을 준 예술 운동이다. “다다는 스와치의 정신을 가장 잘 대표하는 예술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와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카를로 조르다네티의 말이다. 파괴적이고, “극도로 비균질적인” 성격이라는 점에서다. AI-DADA는 오픈AI 모델을 사용하지만, 결과물은 매우 특정한 데이터베이스에서 나온다. 조르다네티는 이를 ‘다다베이스’라고 부른다. 여기에는 지금까지 출시된 모든 스와치 디자인은 물론, 실제 제품으로 이어지지 못한 프로젝트까지 포함돼 있다.
그 덕분에 다른 시계 브랜드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시스템 안에 있는 모든 것의 저작권은 우리가 가지고 있습니다.” 조르다네티의 설명이다. “이게 스위스 브랜드의 장점이죠. 서류 작업은 늘 아주 정확하게 처리돼 왔으니까요.” 당연히, 마약이나 노출 등 스와치라는 브랜드에 어울리지 않는 프롬프트는 시스템에서 거부된다.
조르다네티는 AI-DADA가 유행하는 기술을 억지로 끌어다 쓴 기믹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고객이 자신만의 유니크한 시계를 디자인할 수 있게 하는 것, 심지어 같은 프롬프트를 여러 번 입력해도 매번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조차, 자기표현을 중시해 온 스와치의 철학을 이어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이다. 스와치 시계는 접근성이 뛰어나다. 그날그날의 기분에 맞춰 착용할 수 있을 만큼 여러 개를 모아도 부담 없는 가격대다. 각각의 시계를 개별적으로 커스터마이즈하는 건, 그다음 단계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또 하나의 목표는, 이니셜 각인부터 단 하나뿐인 피스 유니크 워치까지, 럭셔리 시장에서 이어지고 있는 커스터마이징 트렌드를 보다 접근 가능한 형태로 구현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AI-DADA는 300자 제한 외에도 하루에 세 번만 프롬프트를 입력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아마도 처리 비용을 고려한 제한일 것이다. 그럼, 실제로 잘 작동할까? 어느 정도는 그렇다. 스와치 측은 이 툴이 아직 초기 단계이며,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더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홍보용 표현으로 보자면, 아직은 결과가 들쭉날쭉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가 “빈티지한 느낌의 약간 바랜 오프화이트 다이얼과, 닳은 갈색 가죽 스트랩”이라는 프롬프트로 트롱프뢰유 스타일의 시계를 요청했을 때, 결과물은 초콜릿이 들어간 웨이퍼 과자 속처럼 보였다.
좀 더 효과적인 접근은, 구체적인 패턴을 지정하거나 아예 추상적인 분위기만 던져보고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다. 두 번째 프롬프트로 나는 “스트랩은 네이비 바탕에 흰색 물방울 무늬, 다이얼은 흰 바탕에 네이비 물방울 무늬”라고 입력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문장은 콘텐츠 필터에 걸렸다. “새로운 창작 방향을 시도해보세요.”라는 정중하지만 단호한 메시지가 떴다. 그래서 단순화했다. “네이비 바탕에 흰색 물방울 무늬.” 그 결과, 의도한 패턴에 더해 몇 가지 다른 색의 점들이 섞여 나왔는데, 오히려 그게 꽤 좋은 포인트가 됐다. 마지막 프롬프트는 “사이키델릭 스파이크 리!”였다. AI-DADA 론치 행사에서 스파이크 리와의 협업 시계를 봤기 때문이다. 결과물은 그 시계와 전혀 닮지 않았지만, 그 자체로 꽤 멋있었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고른 뒤에는, 투명 다이얼 아래로 보이는 무브먼트를 블랙, 실버, 골드 중에서 선택할 수 있고, 다이얼에 인덱스를 넣을지 말지도 정할 수 있다.

창작 영역에서 AI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선, 인간의 예술성을 말살한다는 비판이 늘 따라온다. 하지만 조르다네티는 AI-DADA가 “창작자나 커뮤니케이터로서 훨씬 더 흥미로운 도전”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일반 고객에게는, 기성품 그 어떤 시계보다도 자신의 창의적 정신을 잘 드러내는 무언가를 착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어쨌든, 이 툴이 당장 전문 디자이너들의 밥그릇을 위협할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AI-DADA는 시계의 물리적인 구조가 아니라 ‘스킨’, 즉 외관 디자인만을 다룬다. 조르다네티에 따르면, 향후 다른 스와치 모델로 확장될 가능성은 “아마도” 있지만, 크로노그래프 같은 더 복잡한 모델은 아닐 것이다. 문스와치는? “그건 아닐 것 같네요.”
역사는 스와치를 과소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보여준다. 조르다네티의 표현대로, 스와치는 ‘개척자 브랜드’다. 쿼츠 위기 속에서 스위스 시계 산업을 구하는 데 기여했고, 자사의 컬렉터블 제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하이엔드 브랜드들마저 디자인 중심의 접근을 받아들이도록 자극했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만 해도, 대형 브랜드들의 카탈로그를 보면 색도 거의 없고, 디자인이라고 할 만한 것도 많지 않았어요.” 조르다네티의 말이다. 지금은 시계 애호가들이 서브마리너 다이얼의 색상 하나하나에 집착하고, 화이트 골드 케이스와 플래티넘 케이스의 장단점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 AI-DADA는 재미있고, 분명 쓸모도 있지만, 업계를 뒤집어엎을 것 같지는 않다. 다만 AI에 대한 예측이라는 게 원래 허망한 일이니, 나도 조심스럽게 말해보자. 만약 로봇들이 우리에게 반기를 든다면, 기록으로 남겨두자. 나는 그들의 시계 디자인 능력이 아주 유망하다고 생각했다고. 진심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