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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는 영원하다, 돌아온 1940년대 파일럿 워치, 벤러스 스카이 치프

2026.03.04.조서형, Tres Dean

한때 상업 항공기 조종사들의 손목을 사로잡았던 벤러스 스카이 치프가 돌아왔다. 36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로 그 빈티지함은 지켜낸 채로.

Courtesy of Benrus

벤러스 스카이 치프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크로노그래프 중 하나였다. 처음 듣는다고? 놀랄 일은 아니다. 상업 항공 여행의 황금기에 하늘을 누볐던 이 시계는 잠깐 세상에서 사라졌으니까. 2026년 올해, 충실하게 복원된 새로운 모델이 다시 사람들의 손목 위에 착륙할 준비를 마쳤다. 이 시계의 부활 이야기는 미국에서 가장 위대했지만 잊혀진 시계 브랜드 중 하나의 역사를 함께 보여준다.

벤러스는 1921년 뉴욕에서 설립됐다. 20세기 중반에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세 개의 시계 브랜드 중 하나였고, 존 F. 케네디, 스티브 맥퀸, 베이브 루스 같은 인물들이 착용했다. 하지만 다른 많은 전통 브랜드들처럼 1970년대 쿼츠 위기의 영향을 피해 가지 못했고 결국 쇠락했다. 수십 년 동안 거의 잊혀진 상태로 있던 벤러스는 2020년에 다시 돌아왔다. 이후 브랜드의 과거 히트 모델들을 기반으로 한 빈티지 스타일의 툴 워치 라인업을 천천히 확장해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최근 모델인 벤러스 스카이 치프는 지금까지 나온 제품 가운데 가장 탐나는 시계일지도 모른다.

벤러스는 오스카, 랄프, 벤저민 라즈루스 형제가 창립했다. 브랜드 이름은 벤저민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본사는 뉴욕에 있고 생산 시설은 스위스 시계 산업의 중심지인 라쇼드퐁에 자리했다. 초기의 큰 성공작 중 하나는 1929년에 나온 벤러스 에어맨이었다. 가독성이 뛰어난 직사각형 시계로, 초기 상업 항공 시대에 여러 항공사에서 채택한 견고한 파일럿 워치였다. 이후에도 다양한 항공용 시계가 등장했고, 그중 하나가 1940년에 출시된 벤러스 스카이 치프 크로노그래프였다.

벤러스 스카이 치프는 항공기 조종사를 위해 설계됐다. 돔형 크리스털과 얇은 베젤 덕분에 시간을 쉽게 읽을 수 있었고, 분 카운터에는 항공 항법과 비행 시간 계산에 도움을 주는 눈금이 들어갔다. 벤러스는 이후에도 여러 중요한 순간을 만들어냈다. 미국 군용 필드 워치를 생산했고, 특히 스티브 맥퀸이 영화 ‘불릿’에서 착용하면서 유명해졌다. 하지만 결국 1970년대에 브랜드는 문을 닫게 된다.

2026년형 스카이 치프의 가격은 3950달러, 한화 약 580만 원이다. 전형적인 1940년대 스타일의 파일럿 크로노그래프로, 큼직한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 시린지 형태의 핸즈, 그리고 동심원 패턴의 서브다이얼 등 이 장르에서 기대되는 요소를 모두 갖췄다. 다이얼에는 빈티지 스타일의 스카이 치프 로고가 들어가 있으며,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역시 36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다. 그 안에는 스위스 ETA 2894 자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가 들어 있다. 요즘 대부분의 크로노그래프 시계는 최소 40mm 이상이고 그보다 더 큰 경우도 많다. 그런 상황에서 새 스카이 치프는 매우 드문 카테고리에 속한다. 우리가 아는 한 36mm 자동 크로노그래프는 블랑팡 에어 커맨드 정도뿐인데, 그것은 또 전혀 다른 종류의 시계다. 원래의 스카이 치프를 매우 충실하게 재현한 이 모델은 벤러스가 잊혀진 상태에서 다시 구출된 이후 과거의 영광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다는 신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