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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머물고 싶은 유럽 도시 추천 6

2026.03.06.김은희

베를린의 클럽, 트빌리시의 와인 바, 레이캬비크의 오로라, 런던의 퀴어 클럽, 이비자의 EDM 파티, 파리의 아프로 하우스까지. 밤새 머물고 싶은 여섯 도시.

베를린 BERLIN 독일 GERMANY

베를린에서 클럽의 밤을 즐긴 뒤 샤토 로열에서 차분하고 창의적인 여운을 찾을 수 있다.

STAY AT CHÂTEAU ROYAL
STAY UP FOR CLUB NIGHTS
누군가는 더 이상 베를린이 유럽의 파티 중심이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젠트리피케이션이 도시의 밤을 세게 흔든 건 사실이지만 ‘마감 시간’이라는 개념이 없는 이 도시에서는 여전히 많은 일이 벌어진다. 퀴어 아랍 팝 클럽 나이트 아디라 Adira를 만든 DJ 주헤르 야즈마티는 기존의 질서를 흔드는 더 대안적이고 포용적인 흐름이 살아 있다고 말한다. 그에게 즐거운 밤은 언제나 리와크 Riwaq에서 시작된다. 영혼이 느껴지는 음악의 밤을 여는 레바논 바로 “앞으로 펼쳐질 밤의 결을 늘 정확히 베를린에서 클럽의 밤을 즐긴 뒤 샤토 로열에서 차분하고 창의적인 여운을 찾을 수 있다.잡아준다”고 전한다. 강변의 오래된 공장 건물에 자리한 판케 Panke는 낮과 밤을 잇는 예술 공간이다: 갤러리 오프닝으로 시작해 아래층 클럽에서 레게 콘서트로 이어진다. “술이 좀 오르면 Æ덴 Æden으로 가세요. 아디라 Adira나 푸티 Putif의 밤은 정말 재밌어요.” 퀴어 친화적인 파티 성지 옥시 Oxi 역시 베를린에서 가장 감각적으로 큐레이션된 DJ 군단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마침내 잠들 시간(혹은 곧장 아침으로 넘어갈 시간)이 되면 패션 피플처럼 미테 Mitte 지역 중심에 위치한 샤토 로열 Château Royal로 향하자. 주요 박물관들 바로 옆에 자리해 문화 예술인들에게 오래 사랑받아 온 호텔이다. 부드럽고 미니멀한 인테리어는 콘크리트 창고에서 밤을 보낸 뒤 포근하게 안아주는 휴식처럼 느껴진다. – AD

트빌리시 TBILISI 조지아 GEORGIA

STAY AT BLUEBERRY NIGHTS
STAY UP FOR WINE BARS
트빌리시는 힌칼리, 하차푸리와 함께 와인을 즐기기에 아주 좋은 도시다. ‘와인의 요람’이라 불리는 조지아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 재배 유적을 품은 곳으로 앰버 컬러의 스킨 콘택트 와인으로 유명하다. 힙스터들은 이를 ‘내추럴’이라 부르지만 석기 시대부터 이어져 온 방식 그대로 만드는 ‘진짜’ 와인이다. 와인을 마시기에 가장 좋은 동네는 므트크바리강 오른쪽 강변의 녹음 짙은 베라다. 아자리야 그룹의 농장을 운영하는 네이선 모스는 “베라는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 관광지 느낌이 덜하다”고 말한다. 해당 농장은 롤리타에 식재료를 공급한다. 저녁은 레스토랑과 바를 겸한 레스토바 Restobar에서 시작된다. 페전츠 티어스의 와인을 글라스로 마신 뒤 길 건너 웨어하우스 Warehouse에서 400종이 넘는 리스트를 탐색해도 좋다. 16개의 객실은 1990년대 영화 감성으로 꾸몄으며, 프로젝터와 턴테이블, 현지 예술가들이 고른 LP가 비치돼 있다. 이들 중 일부는 호텔 바에서 DJ로 활동한다. 밤의 마지막 행선지로 추천한다. – NK

레이캬비크 REYKJAVÍK 아이슬란드 ICELAND

STAY AT THE EDITION
STAY UP FOR THE NORTHERN LIGHTS
9월부터 4월 사이, 운이 좋다면 레이캬비크 외곽의 온천 풀에서 밤 9시에 몸을 담근 채 IMAX급 오로라 쇼를 볼 수 있다. 초록과 보라의 빛줄기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괜찮다. 섭씨 38도의 물속에서 아이슬란드 라거 한 병을 들고 있으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테니까 말이다. 스카이 라군 Sky Lagoon은 검은 화산암을 깎아 만든 실내외 스파로 포토제닉한 공간이다. 소금 스크럽과 지열 풀, 차가운 미스트, 대서양이 내려다보이는 사우나를 차례로 즐기면 된다. 밤에는 비교적 한산해서 도심까지 돌아오는 데도 15분 남짓이면 충분하다. 혹한의 겨울이 버겁다면 여름의 밤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팝 재즈 스타 라우페이는 따뜻한 계절의 레이캬비크 역시 늦은 밤이 좋다고 한다. “여름밤에 바를 나서면 아직 해가 떠 있고,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새벽 4시에 핫도그를 사러 가는 풍경을 보게 되죠.” 그녀가 꼽는 긴 밤의 단골은 뢴트겐 바 Röntgen Bar와 바야린스 베스투 필수르 Bæjarins Beztu Pylsur다. 이질적인 풍경을 탐험한 긴 하루 끝에는 더 에디션 The Edition에서 쉬어가기 좋다. 타이즈 Tides의 셰프 카운터는 밤을 여는 작은 무대처럼 느껴지고, 스파의 온탕은 마지막까지 몸을 제대로 풀어준다. – RD

런던 LONDON 영국 UK

STAY AT THE NEWMAN
STAY UP FOR QUEER CLUBS
런던과 늦은 밤의 관계는 늘 복잡하다. 이 도시는 세계에서 가장 전설적인 파티 피플을 배출하기도 했지만, 정작 펍은 자정 무렵이면 문을 닫고 클럽은 임대료를 걷는 건물주와 지방 의회 사이에서 늘 전쟁 중이다. 그 와중에도 런던의 퀴어 신은 스트로브 조명처럼 또렷하게 빛난다. 해크니의 레즈비언 바 라 카미오네라 La Camionera, 달스턴의 퀴어 클럽하우스 더 로지스 오브 엘라가발루스 The Roses of Elagabalus 같은 새로운 공간들이 빽빽한 파티 캘린더에 새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런던에는 여전히 퀴어들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는 공동체 의식이 강해요. 밤에 나가면 클럽을 즐기는 사람들과 인형처럼 꾸민 사람들, 가죽 차림의 사람들, 그리고 저 같은 패션 피플까지 한 공간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죠.” <Farfetch>의 에디터이자 주간 파티 ‘Feel It’의 도어를 맡고 있는 티치아노 비티키에는 전한다. 영국 <GQ> 편집국에서 자주 언급되는 LGBTQIA+ 파티로는 하울, 로스트, 아도니스, 그리고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공간에서 열리는 언폴드가 있다. 인스타그램으로 분위기를 확인한 뒤 파티 의상을 정하자. 과하게 덜 입거나, 지나치게 차려입는 일은 피하는 게 좋다. 이후에는 피츠로비아에 문을 연 더 뉴먼 The Newman에서 잠을 청하면 된다. 아르데코에 스칸디 감각을 더한 이 호텔은 최근 런던을 장악한 값비싼 럭셔리 호텔보다 젊고 느긋하다. 노르딕 스파가 한 층을 통째로 차지하고 시선은 자연스레 펜트하우스로 향한다. 다음 날, 사우나와 풀에서 전날 밤을 되짚기 좋다. – RD

이비자 IBIZA 스페인 SPAIN

카삿 마카의 안뜰에서 즐기는 소박한 그릴 요리.

STAY AT CASA MACA
STAY UP FOR EDM CLUBS
이비자에선 자금 여유 있는 DJ와 모델들이 식스 센시스 Six Senses를 선택하곤 한다. 사과식초 샷으로 하루를 열고, 크라이오 챔버(영하 수십 도의 극저온에 잠시 들어가 몸을 리셋하는 웰니스 장비)에서 15분을 보내는 웰니스 루틴을 즐기기 위해서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시내까지 차로 45분 남짓 걸리는 이동은 숙취가 없어도 두통을 부른다. 며칠 밤을 연달아 보낼 생각이라면 클럽과 가까운 곳이 훨씬 현실적인 선택이다. 카사 마카는 레스토랑, 농장, 호텔이 한데 어우러진 러스틱한 공간으로 파티 피플 사이에서 가장 핫한 장소로 꼽힌다. 이곳에서는 메스칼 칵테일을 마시며 구운 새우와 하몽 이베리코를 곁들인다. 하룻밤을 위한 미니멀한 객실이 몇 개 있고 메인 항구를 내려다보며 해가 지는 장면을 감상할 수 있는 수영장도 갖췄다. 그리고 수영장에서 저녁 테이블까지 느긋하게 걸어가면 된다. 지난해 문을 열며 ‘세계 최대 클럽’이라 불리는 유니버스 UNVRS나 월요일마다 전설적인 시르콜로코 파티 Circoloco가 열리는 디씨텐 DC10에 택시로 10분이면 도착한다. DC10에서 디제잉을 하는 세스 트록슬러는 이비자의 밤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한다. 아주 큰 클럽에서 유능한 DJ가 틀어주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즐기기만 하면 된단다. “파티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면 괜히 피곤해져요. 솔직히 말해 그건 시크하지도 않죠. 언제나 멋진 DJ가 어딘가에서 플레이하고 있으니 저녁을 먹다가도 가볍게 ‘클럽 가자!’라고 하면 됩니다. 이 섬 어딘가에서는 늘 재미있는 밤이 열리고 있으니까요.” – RD

파리 PARIS 프랑스 FRANCE

STAY AT HÔTEL GRAND AMOUR
STAY UP FOR AFRO HOUSE MUSIC
파리에서도 코로나 이후 밤 문화는 확실히 달라졌다. “사람들이 예전만큼 춤을 추지 않아요. 우리는 그걸 바꾸고 싶습니다.” 파리 13구에서 디준 클럽 Djoon Club을 운영하는 파리 나이트라이프의 산증인, 아프신 아사디안은 전한다. “포즈 잡으러 오는 곳이 아니라, 음악을 들으러 오는 곳이죠.” 문을 연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 로프트 공간에서는 파리 최고의 솔과 아프로 하우스 아티스트들이 만들어내는 땀에 젖은 황홀한 댄스 파티가 이어진다. “테크노는 여전히 인기가 많아요. 하지만 동시에 훨씬 글로벌한 영향을 받아 오가닉 사운드 디스코, 아프로, 아마피아노 같은 음악이 다시 떠오르고 있는 것 같아요.” 새벽 2시 이전이라면 밤의 분위기는 달라진다. 밤을 여는 공간으로는 밤비노 Bambino, 리스너 Listener 같은 리스닝 바와 오디오파일 스폿 Audiophile Spot이 인기이고 늦은 밤의 술은 내추럴 와인이 대세다. “오텔 그랑 아무르 Hôtel Grand Amour에서는 내추럴 와인만 팔아요.” 패션위크 단골들이 모이는 이 호텔의 아트 디렉터, 플뢰르 베르탱은 전한다. 이곳은 보헤미안 스타일의 인테리어와 핫한 손님들로 유명한데 최근에는 로즈 그레이의 곡에 언급되기도 했다. 긴 밤의 마무리에 대해 플뢰르 베르탱의 말을 믿어보자. “카페에 가서 크루아상을 시키고, 도시가 깨어나는 모습을 지켜보세요.” – 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