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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시계 말고, 보자마자 시계 덕후들이 인정하는 ‘이런 시계’

2026.03.19.조서형, Josiah Gogarty

전문가들이 단순히 좋은 시계와 진짜 ‘아는 사람’이라는 신호를 주는 시계를 구분하는 기준이 따로 있다. 폐쇄적인 시계 커뮤니티에서 인정받고 싶다면 이 정도는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늘 이 신비로운 시계판의 보이지 않는 큰손들, ‘시계 일루미나티’에게 묻곤 한다. 이번 여름의 시계는 무엇인가, 올해의 시계는 무엇인가, 나아가 이 시대를 대표할 시계는 무엇인가.

정작 진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실제로 어떤 시계를 차고 있을까? 단순히 멋진 시계와, 모임에서 모두가 카메라를 꺼내 들게 만드는 시계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들이 선택하는 시계는 단순히 눈에 띄게 멋진 것이 아니라, 절제되고 신중하게 고른, 진짜 취향을 드러내는 시계다. 가장 크고 최신의 모델이 아니라, 조용히 자신의 가치를 말하는 제품이다. 단순하고 절제되어 있으며, 깊은 역사를 품은 것들이다.

물론 이런 카테고리에 쉽게 떠오르는 시계들도 있다. 제네바에서 열리는 워치스 앤 원더스 같은 행사에 가보면, 블랙 베이 58의 헤리티지나 가성비를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유튜버를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 보기 위해 몇몇 인증된 일루미나티 멤버들에게 직접 물었다.

돈 이상의 가치

“오히려 돈 쓰는 게 쉽죠”라고 배우이자 시계 감정 서비스 창립자인 프레드 새비지는 말한다. “그건 일루미나티가 아니에요. 지식, 취향, 그리고 전통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합니다.” 시계 애호가 작가 게리 슈타인거트도 동의한다. “판단력보다 지식이 더 많은 사람들을 좋아해요.” 100달러든 10만 달러든, 일루미나티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방법은 따로 있다. 최근 워치스 앤 원더스 리뷰에서 그는 튜더, 노모스, 그랜드 세이코를 ‘비억만장자 계층을 위한 새로운 성삼위’라고 표현했다.

노모스 클럽 스포츠 네오마틱 월드타이머

“사람들이 노모스나 그랜드 세이코, 튜더 같은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접근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이건 투자용이 아니예요. 손목 위에서 아름답기 때문에 사는 거지, 어떤 자산 전략 때문이 아닙니다.” 이 브랜드들은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는 가성비라는 말에 집착하는 것도 경계한다. “나는 ‘가치’라는 단어를 반복하는 사람은 별로예요. 이건 엑셀 시트가 아니거든요. 이른바 가치라는 것도 사실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아요.” 최고의 컬렉터는 기계식 시계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장인정신과 문화의 아름다운 표현으로 여전히 유효하다.

더 깊이, 그리고 더 깊이

이 기준은 그랜드 세이코나 노모스 같은 브랜드뿐 아니라 독립 시계 브랜드에도 적용된다. 요즘 일루미나티가 진짜 ‘아는 사람’인지 드러나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단순히 다이얼 위의 이름이 아니라, 그 다음을 본다. 혁신, 디자인, 장인정신, 그리고 이를 만들어내는 신진 시계 제작자들까지 주목한다.

딜러인 에릭 구스타프슨은 이렇게 말한다. “크셰브데트, 렉셉 렉셰피, 시몽 브레트, 베르네론, 테오 오프레, 페테르만 베다 같은 2세대 독립 시계 제작자들이 지금 이런 흐름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에프 피 주른, 로저 스미스, 필립 뒤포 같은 선배 세대가 만들어낸 독립 시계 붐 덕분이다.

컬렉터들은 ‘먼저 알아본 사람’이 되는 걸 좋아한다. 떠오르는 신예에게 먼저 투자하고, 그 가능성을 알아보는 것 자체가 자부심이자 표현이며 동시에 자랑거리다. 현재 새로운 세대의 독립 시계 제작자들이 자신들의 시대를 정의할 작품을 만들고 있다. 반면 이미 명성을 가진 브랜드를 볼 때 일루미나티는 과거로 시선을 돌린다. 브랜드를 만든 ‘근본’ 모델을 찾는 것이다. 구스타프슨은 말한다. “이런 시계들은 브랜드의 명성을 만든, 혹은 만들고 있는 모델들입니다.”

새로운 브랜드든 오래된 브랜드든, 초기 모델은 제작자의 의도가 가장 순수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컬렉터들에게 큰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어 랑에 운트 죄네를 제대로 수집하고 싶다면 1994년 브랜드 재출범 초기 모델을 봐야 한다. 초기 투르비용 모델이나 1세대 랑에 1 같은 것들이다. “2024년 모델이 더 인기일 수는 있지만, 진짜 아는 컬렉터들은 브랜드에서의 의미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그리고 그 의미를 이해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새비지는 또 다른 예를 든다. “빈티지 파텍 필립 노틸러스 3700 같은 모델이죠. 최신 5711이 아니라요.” 3700은 최초의 노틸러스라는 역사적 무게를 갖고 있으며, 디자인도 절제돼 있다. 반면 5711은 너무 강한 상징이 되어버렸다. “5711은 햄프턴 바비큐용으로 남겨두세요.”

톨레다노 앤 찬 B/1.2

반대로 특정 시계는 그 자체로 ‘덕후의 신호’가 된다. “톨레다노 앤 찬은 시계 덕후를 위한, 시계 덕후의 시계입니다. 그걸 사면 거의 바로 일원이 되는 거죠.” 구스타프슨은 더 깊은 예를 든다. “루카 소프라나가 데릭 프랫의 유산을 이어가는 작업은 정말 특별합니다. 르로 삼각형 리몽투아 구조는 진짜 천재적인 설계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깊이. 작은 디테일을 알아보는 눈이야말로 좋은 시계와 ‘성배급’ 시계를 가르는 기준이다. 무엇을 차느냐보다, 그 선택을 가능하게 한 지식과 취향이 더 중요하다. 그런 태도로 선택한 시계라면, 그것이 곧 일루미나티의 시계다.

그래서 실제로 뭘 차고 있냐고? 이 모든 설명이 다소 모호하게 느껴진다면, 직접 물어봤다. “내일 시계 모임에 간다면 어떤 시계를 차고 갈래요?” 게리 슈타인거트는 말했다. “완벽하게 보존된 1016 익스플로러를 꺼내요. 홍콩이나 도쿄에서 보여주면 반응이 엄청납니다.” 프레드 새비지는 말했다. “빈티지 세르티나 아르고노트요. 이 시계를 이해하려면 시계를 진짜 좋아해야 하거든요.”

에릭 구스타프슨은 말했다. “항상 예상 밖의 선택을 합니다. 롤렉스 빈티지 모임이면 그뤼벨 포르세나 자이트베르크를 차고 가고, 독립 브랜드 모임이면 롤렉스 6238 같은 걸 가져가죠. 서로 다른 세계를 섞는 게 재밌거든요.” 세 가지 답은 모두 다르지만, 하나의 사실을 보여준다. 시계 덕후가 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라는 것.

Josiah Gogarty
출처
www.gq.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