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eakers

귀여운 남자들이 올봄 코디에 꼭 포함하는 이 신발, 어프로치 슈즈 6

2026.03.20.조서형, Adam Cheung

몽클레어와 로에베, 프라다 같은 패션 브랜드까지 뛰어든 덕에 요즘 이 신발이 정말 어디에나 보이는데, 대체 뭐야? 어프로치 슈즈가 뭔지 몰라도 곧 구매를 위해 찾아 헤매게 될 것이다.

‘어프로치 슈즈’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내 반응은 이랬다. 뭐야 이거? 그냥… 등산화 같은 거 아니야? SNS를 몇 분 동안 뒤져봤지만 딱 떨어지는 답을 못 찾겠어서, 친구 커밋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어프로치 슈즈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절벽이나 암벽 같은 곳에 접근, 즉 어프로치할 때 신는 신발이고, 실제로 등반을 시작하면 그때 클라이밍화를 따로 갈아 신는다는 것. 듣고 보니 꽤 마니악하다. 그러니까 자연 암벽을 등반하는 사람이 전문적으로 신는, 아주 특정한 상황을 위한 장비다. 원래라면 클라이밍 커뮤니티 안에서나 통용될 법한 물건이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다.

어느 순간부터 어프로치 슈즈는 산에서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할 때 신는 신발이 아니라, 도심에서도 충분히 설득력 있는 선택이 됐다. 이건 우리가 옷을 입는 방식이 바뀐 것과도 관련이 있다. 킨의 시니어 마케팅 매니저 예룬 마이어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하루의 다양한 상황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아이템을 원합니다. 어프로치 슈즈는 기능적이고 편안하면서도 활용도가 높고, 동시에 분명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죠.”

이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핵심이다. 발끝 가까이까지 길게 이어지는 레이싱 시스템 덕분에 발 전체를 촘촘하게 조일 수 있고, 그만큼 핏과 접지력이 좋아진다. 앞부분까지 올라온 고무 소재는 거친 지형을 오를 때 발을 보호해준다. 실용성은 말할 것도 없지만, 동시에 작년 유행했던 플랫 스니커즈처럼 얇고 낮은 실루엣이라서 살로몬보다는 오히려 스피드캣에 가깝다.

이렇게 전문 장비에서 일상용 스니커로 넘어오는 흐름은 사실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지난 10년 동안 아웃도어 스타일이 패션으로 스며들면서, 처음에는 공격적인 트레일 러너와 전형적인 고프코어가 중심이었다면 점점 더 정제된 형태로 발전했다. 실루엣은 더 날렵해졌고, 컬러는 더 깔끔해졌으며, 전체적인 인상도 훨씬 차분해졌다. 어프로치 슈즈는 그 흐름의 한가운데에 있다. 기능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부담스러운 부피감은 덜어냈다.

이런 변화는 다양한 브랜드에서 확인된다. 로에베, 몽클레르, 프라다 같은 하이패션 브랜드들도 최근 시즌에서 어프로치 스타일 스니커를 선보였고, 스포츠웨어 브랜드들은 아카이브에서 유사한 모델을 다시 꺼내고 있다. 푸마의 경우 2003년에 출시된 로우 프로파일 모델 ‘클림’을 재해석했다. 완전히 기술적인 클라이밍화라기보다는, 클라이밍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다. 푸마 스포츠스타일 디자인 디렉터 다니엘 테일러는 이렇게 말한다. “문화가 변하면, 아카이브 속 일부 모델들이 다시 주목받게 됩니다. 2000년대 초반은 브랜드가 기존 스포츠를 넘어 클라이밍 같은 니치 영역을 탐색하던 시기였죠. 우리는 클라이밍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그 맥락을 재해석하고 있는 겁니다.”

대형 브랜드뿐 아니라 소규모 인디 브랜드들도 이 카테고리를 새롭게 풀어내고 있다. 파리 기반 브랜드 빌리지 피엠은 클라이밍 슈즈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스케이트보드용 신발에 적용했다. 공동 창립자 브람 더 클렌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주목한 건 기능성이었어요. 클라이밍 슈즈는 동작을 아주 정확하게 느낄 수 있으면서도 굉장히 튼튼하거든요.” 이 조합은 보드의 감각과 내구성이 중요한 스케이트보드에서도 그대로 유효하다.

“우리는 클라이밍 슈즈의 비대칭적인 정밀한 핏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여기에 확장된 레이싱 시스템을 더해 ‘락다운’이라 부르는, 발을 단단히 잡아주는 착용감을 구현했죠.” 또한 클라이밍 슈즈에서 영감을 받은 고무 컴파운드를 자체 개발해, 부드러우면서도 접지력이 뛰어나고 내구성까지 갖추도록 했다.

반면 킨은 이 분야를 오래전부터 이어오고 있다. 2008년에 처음 출시된 재스퍼는 지금까지도 가장 대표적인 어프로치 슈즈 중 하나로, 인스타그램의 수많은 스트리트웨어 유저들이 즐겨 신는 모델이다. 대대적인 마케팅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꾸준히 살아남았다. “디자인의 본질을 유지해왔기 때문입니다. 진정성과 일상에서의 활용성이 결합된 점이 사람들에게 와닿는 거죠.”

그래서인지 어프로치 슈즈는 이전 유행과는 결이 다르게 느껴진다. 트레일 러너가 대세지만, 형광펜 같은 컬러와 과장된 볼륨감은 일상에서 부담스럽기도 하다. 반면 어프로치 슈즈는 훨씬 조용하다. “이건 하입으로 움직이는 시장이 아닙니다. 기능이 중심이죠.” 마이어의 말이다. 그리고 기능이라는 건, 생각보다 일상에 잘 스며든다.

물론 이 신발이 모든 걸 대체하진 않을 것이다. 푸마 역시 클림이 트레일 러너와는 정반대 지점에 있다고 말한다. 더 낮고, 더 미니멀하고, 조금 더 자유로운 느낌이다. 하지만 그게 바로 핵심이다. 테일러의 말처럼, “사람들은 이제 새로운 실루엣에 훨씬 더 열려 있으니까.”

나는 당장 암벽을 오를 계획도 없고, 하루 중간에 신발을 갈아 신을 생각도 없다. 그래도 이제는 이해한다. 어프로치 슈즈는 ‘접근’ 그 자체를 위한 신발이 아니라, 그 외의 모든 순간을 위한 신발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