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ches

초보가 빈티지 시계 막 사면 절대 안 되는 이유, 73억 원 위조품 실체

2026.03.23.조서형, Jeremy Freed

수백만 달러짜리 가짜 시계를 잡아내는 전문가를 만났다. 빈티지 시계 가격이 치솟을수록, 정교한 위조품을 만날 확률도, 그걸 알면서도 사고 싶은 유혹도 커지니까. 컬렉터들이 모르고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돕는 호세 페레즈를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

Getty Images

그 시계는 놀랍도록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한화 약 73억 원의 시계였으니까. 문제는 그 시계가 가짜였다는 점이다. 인스타그램 @perezcope로 더 유명한 호세 페레즈가 실제로 감정한 결과였다. 문제의 시계를 산 고객은 유명 스위스 브랜드의 빈티지 크로노그래프를 몇 십억 원 짜리 위조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당연히 충격을 받았죠. 그에게 그 돈이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속았다는 사실은 뼈 아팠을 겁니다.”

호세 페레즈는 빈티지 시계 감정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이자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하나다. 그는 10만 점이 넘는 빈티지 시계를 세부 요소까지 기록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진품 여부를 판별한다. 또한 블로그 ‘페레즈코프’를 통해 경매에 등장한 시계들 중 가짜이거나 잘못 소개된 사례를 집요하게 분석해 공개한다. 이런 활동 덕분에 그는 진실을 밝히는 인물로 평가받는 동시에, 경매사와 브랜드로부터 비판도 받고 있다.

시계 위조는 18세기부터 존재해왔다. 당시에는 오히려 스위스 시계를 더 뛰어났던 영국산처럼 보이게 개조하는 경우도 있었다. 방식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저렴한 시계를 비싸 보이게 꾸며 팔아 이익을 남기는 것이다. 다만 최근에는 상황이 훨씬 복잡해졌다. 빈티지 시계 시장이 커지고 고가 거래가 늘어나면서, 정교한 위조품의 수익성도 함께 커졌기 때문이다.

이제 가짜 시계는 ‘쉽게 구별 가능한 짝퉁’의 수준을 넘어섰다. 케이스 소재, 다이얼, 무브먼트, 부속품까지 정밀하게 복제한 ‘슈퍼 페이크’가 등장했다. 실제로 2021년에는 약 18억 8천만 달러, 한화 약 2조 5천억 원 규모의 스위스 브랜드 위조 시계가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 온라인 시계 마켓에서는 2025년 검사한 시계 중 34%가 진품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완전히 가짜인 시계도 문제지만, 더 골치 아픈 것은 ‘프랑켄워치’다. 이는 진짜 부품과 가짜 부품을 섞어 만든 시계로, 겉보기에는 진품처럼 보이기 때문에 여러 번 거래를 거친 뒤에야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복원’이라는 또 다른 논쟁도 있다. 빈티지 시계 시장에서는 모든 부품이 원래 상태 그대로인 ‘완전 오리지널’이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수십 년 된 시계가 완벽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일부 판매자들은 복원된 시계를 오리지널인 것처럼 속여 판매하기도 한다. 페레즈는 이 문제를 바로잡고 싶어 한다. 그는 복원 작업 역시 숙련된 장인의 기술이며, 이를 숨기는 관행이 오히려 시장을 왜곡한다고 본다. 현재 시계 시장은 ‘오리지널리티’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고, 이는 가격과 신뢰 모두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의 해결책 중 하나는 감정 서비스다. 구매자와 판매자에게 시계의 출처와 진위를 상세히 분석한 보고서를 제공해 거래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일부 고객은 분해 사진과 각 부품 설명이 포함된 ‘패스포트’ 형태의 인증서까지 받는다. 물론 그의 활동은 여전히 논쟁적이다. 일부 컬렉터는 그를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인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페레즈는 변화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경매사들이 더 신중해졌고, 때로는 직접 그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빈티지 시계 가격이 계속 상승하면서, 이 시장은 이제 단순한 시계를 넘어 미술품에 가까운 영역으로 들어섰다. 그만큼 구매자, 판매자, 그리고 위조업자 모두에게 걸린 위험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