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필리온’ 배우 스카스가르드는 조너선 앤더슨이 디올을 위해 선보인 반짝이는 보라색 탱크톱을 입고 등장했다. 모두가 놀랐다.

지큐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그의 사진 아래 달린 한 댓글이 핵심을 정확히 짚었다. “청바지에 외출용 톱.” 여성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식이다. 밤에 뭘 입어야 할지 고민될 때, 몸에 잘 맞는 청바지에 약간 화려한 톱을 더하면 끝나는, 검증된 스타일 조합. 실제로 높은 확률로 성공하는 공식이다. 앤더슨이 지난 1월 디올 옴므 런웨이에서 시퀸 탱크톱을 처음 선보였을 때도, 남성들이 이 공식을 따라 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스카스가르드는 이런 흐름을 시도하기에 적절한 인물이다. 해리 스타일스의 스타일리스트로도 유명한 해리 램버트와 함께, 그는 영화 ‘필리온’ 홍보 기간 동안 레드카펫에서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스타일을 꾸준히 보여왔다. 지난해 11월 거버너스 어워드에서는 빨간 매니큐어를 하고 등장했고, 뉴욕에서는 ‘dream girl’ 문구가 프린트된 후디를 입고 포착됐다. 선댄스 영화제에서는 발가락이 드러나는 발렌티노 샌들을 신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외출용 톱’ 시도는 다소 위험한 선택이기도 했다. 베를린 시사회에서 스카스가르드가 입은 포도빛 시퀸 탱크톱은 결과적으로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하의와의 조합이었다. 비교적 평범한 블랙 슬림핏 팬츠와 각진 앞코 부츠가 상의의 화려함과 충돌했다. 핏 역시 아쉬웠다. 키 193cm의 탄탄한 체격을 가진 그에게 이 탱크톱은 약간 작았다. 가슴 부분은 지나치게 타이트하게 당겨졌고, 암홀은 겨드랑이를 조이는 듯한 느낌을 줬다.
올해 초 파리 남성 패션위크에서 앤더슨이 인디 뮤지션 엠케이.지와 20세기 초 디자이너 폴 푸아레에서 영감을 받아 선보인 이 컬렉션 이후, 몇몇 남성 셀럽들이 이 스타일을 시도했다. 그중 해리 스타일스는 지난 그래미 시상식에서 허리를 강조한 블레이저와 연두색 발레 플랫을 매치해 눈에 띄는 룩을 완성했다. 물론 이런 시도는 언제나 논란을 동반한다. 특히 젠더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타일일수록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번 룩의 가장 큰 문제는 단순히 사이즈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스카스가르드는 이 스타일의 핵심 공식인 청바지와의 조합을 따르지 않았다. 앤더슨은 런웨이에서 이 시퀸 톱을 루즈한 애시드 워시 데님과 록스타 느낌의 스네이크스킨 부츠와 함께 스타일링했다. 만약 다음에 다시 시도한다면, 조언은 간단하다. 이미 검증된 공식을 굳이 비틀 필요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