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유니폼 중 단연 눈에 띄는 노르웨이의 홈 킷. 축구 실력과 예상되는 경기 내용은 모르겠고,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노르웨이가 이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노르웨이가 마지막으로 월드컵에 나왔던 건 1998년이다. 마르틴 외데고르는 그로부터 몇 달 뒤에 태어났고, 엘링 홀란드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 당시의 나는 다섯 살이었고, 월드컵이든 국가대표 자부심이든 알 리가 없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정말 오래됐다.
그리고 2026년, 노르웨이가 다시 본선 무대로 돌아온다. 홀란드와 외데고르는 물론, 안토니오 누사와 산데르 베르게 같은 선수들도 함께한다. 솔직히 말하면 그건 나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그냥 우리나라를 무작정 응원하다며 술이나 마실 사람이다. 전방 압박이니 포메이션이니 오프사이드니, 그런 건 잘 모른다. 하지만 스타일은 안다. 그래서 확신할 수 있다. 노르웨이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멋진 유니폼을 내놨다는 걸.
물론 다른 팀들도 다 봤다.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신작을 쭉 훑어봤는데, 머릿속에 남은 건 노르웨이뿐이었다. 잉글랜드는 깔끔하고, 브라질과 프랑스는 강렬하며, 한국의 것은 아름답다. 그리고 노르웨이는 그 중간 지점을 정확히 짚는다. 단순하지만 임팩트 있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으면서도 뻔하지 않다. 디테일은 감성적이지만 과하지 않다.

먼저 홈 킷부터 보자. 순수한 레드 컬러 베이스로 시작한다. 이게 중요하다. 잉글랜드나 폴란드처럼 같은 색 안에 패턴을 숨겨 넣은 게 아니라, 그냥 ‘빨강’이다. 이 단순함이 전체를 정리해준다. 시각적인 노이즈를 줄이고, 괜히 디자인 과한 느낌을 없앤다. 여기에 가슴을 가로지르는 강렬한 블루 크로스가 들어가는데, 국기를 그대로 반영한 디자인이다. 뻔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게 정답이다. 가장 단순한 선택이 가장 좋은 선택일 때가 많으니까. 블루 부분을 자세히 보면, 색 위에 색을 더한 패턴이 숨어 있다. 스칸디나비아 전통 양식인 우르네스 스타일의 문양인데, 과하지 않게 지역적 디테일을 더한다. 여기에 깔끔한 엠블럼, 정돈된 칼라까지. 끝이다. 간결하고, 효과적이고, 충분히 멋있다.

그리고 결정타는 어웨이 킷이다. 완전히 블랙으로 밀어붙였다. 베이스, 칼라, 로고, 엠블럼까지 전부 블랙이다. 유일하게 눈에 들어오는 건 등 뒤의 이름과 번호인데, 고대 노르드 룬 문자에서 영감을 받은 폰트를 사용했다. 나이키에 따르면 이 디자인은 ‘바이킹 버서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폭발적인 전투력으로 유명한 전사들이다. 잔혹함과 강인함을 표현하려 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냥 엄청 멋있다. 특히 홀란드 입고 있는 모습은 살짝 무서울 정도다.
이번 월드컵 유니폼들은 전반적으로 호불호가 꽤 갈린다. 몇몇은 확실히 아쉬운 선택이었다. 캐나다의 애매한 어웨이, 우루과이의 어딘가 아이언맨 같은 디자인, 그리고 그라데이션을 시도한 호주까지. 또 어떤 팀들은 지나치게 미니멀해서 서로 구분이 안 될 정도다. 이탈리아, 웨일스, 스페인, 멕시코, 북아일랜드의 어웨이를 멀리서 구별해보라면 쉽지 않다. 벨기에 어웨이처럼 너무 귀여운 방향으로 간 경우도 있다.

그런데 노르웨이는 그 어느 쪽도 아니다. 아니, 어쩌면 그 모든 요소를 적절히 섞은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한 가지는 분명하다. 처음 본 순간부터 계속 생각난다는 것. 아마 직접 사서 입고 펍에 갈 때까지 계속 떠오를 것 같다. 그러다 누가 와서 노르웨이 선수 다섯 명 이름을 대라고 하면, 나는 결국 홀란드가 무섭다는 것과 맨시티 경기는 펩 과르디올라 옷 보려고 본다는 사실만 털어놓게 되겠지. 좋은 전략은 아니지만, 좋은 유니폼이란 원래 그런 힘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