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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코어는 끝났다, 올여름은 ‘이 스포츠’ 스타일

2026.04.05.조서형, Marcus Mitropoulos

코디도 쉽고 입기도 편한 스포츠 스타일, 전문가가 꼽은 다음 유행할 스타일은 바로 이것.

블록코어는 2022년부터 여름 옷차림을 요란하게 지배해왔다. 매년 여름마다 펍과 공원은 축구 유니폼과 헐렁한 쇼츠, 스니커즈 조합으로 가득 찼다. 나 역시 지난해 이 흐름에 휩쓸려, 90년대 축구 선수들이 지금의 스타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글을 썼다.

올해는 월드컵이 열리는 해이기도 하고 축구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이제는 축구 유니폼 하나만 입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그래서 시선을 다른 스포츠로 돌릴 필요가 있다. 조금 과감한 시도일 수 있지만, 올여름의 ‘왕좌’를 차지할 스포츠를 찾아보려 한다.

2026년은 선택지가 풍부한 해였다. 동계올림픽이 연초를 장식했고, 다양한 스타일 아이콘을 만들어냈다. 봅슬레이 선수들의 헬멧부터 미국 피겨 스케이트 선수 일리아 말리닌이 입은 약 200만 원짜리 발망 데님까지, 스타일적으로 인상적인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상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라텍스 수트를 입거나 스키를 들고 지하철을 타지 않는 이상 말이다.

해외에서 최근 화제가 된 크리켓 월드컵도 마찬가지다. 테니스처럼 스타일 요소는 있지만, 대중적인 패션으로 확장되기에는 부족하다. 기능성 폴로 셔츠나 컬러 티셔츠는 이미 존재하고, 케이블 니트 역시 상징성이 약하다.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크게 유행하기는 어렵다.

다음 후보는 북미로 넘어간다. NHL, 즉 아이스하키다. 올해 아이스하키는 두 가지 이유로 주목받았다. 하나는 올림픽에서 NHL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출전한 것, 그리고 또 하나는 ‘히티드 라이벌리’라는 드라마 때문이다. 이 작품은 두 하키 선수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새로운 팬층을 끌어들였다. NHL 콘텐츠 총괄 스티브 메이어는 “이 작품이 새로운 관객을 유입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Getty Images

이 새로운 팬층이 선택한 스타일은 하키 유니폼이다. 하지만 문제는 분명하다. 하키 유니폼은 여름에 입기에는 너무 덥다. 두꺼운 폴리 혼방 니트 소재로 만들어져 겨울에는 좋지만, 한여름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등장하는 대안이 야구와 미식축구다. 야구 유니폼은 이미 서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들이 MLB와 협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고, 빈티지 매장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짧은 소매와 메쉬 소재 덕분에 통기성이 좋고, 버튼을 열거나 닫아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미식축구 유니폼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브이넥과 짧은 소매 디자인은 이미 스트리트웨어에 자리 잡았다. NFL 스타일리스트 세인트 해리스는 이 스타일이 패션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언급한다.

하지만 결국 다시 축구로 돌아온다. 월드컵을 앞두고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다양한 국가 대표팀 유니폼을 디자인하며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잉글랜드와 노르웨이 같은 팀들이 디자인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패션을 이끌 스포츠는 럭비일 가능성이 높다. 럭비 브랜드 올드 노보의 창립자 매트 데해티는 럭비 셔츠가 유행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티셔츠보다 단정하고, 셔츠보다 덜 격식 있다.”

럭비 셔츠는 활용도가 높다. 데님, 치노, 플리츠 팬츠 모두와 잘 어울린다. 그래서 경기장 안팎에서 모두 착용되고 있다. JW 앤더슨, 시몬 로샤, 미우미우 같은 브랜드가 런웨이에 올렸고, 루이 비통은 전 올블랙스 선수 댄 카터를 앰배서더로 기용했다.

특히 빈티지 스타일이 핵심이다. 과거 블록코어가 브라질 2002 유니폼이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클래식 셔츠로 가득 찼던 것처럼, 이제는 럭비 셔츠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와 아트 기반 브랜드들이 이 흐름을 반영하고 있으며, 하이스트리트 브랜드들도 넓은 칼라의 폴로 형태로 재해석하고 있다.

실제 경기용 유니폼도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는 버튼 칼라를 다시 도입했지만, 빈티지 스타일보다 더 슬림한 핏으로 제작됐다. 밝고 타이트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다만 올 시즌 럭비 셔츠를 선택한다면, 기본 원칙은 ‘빈티지할수록 좋다’는 것이다.

2026년은 이미 스포츠의 해였다. 그리고 앞으로 남성 패션을 이끌 동력은 럭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켜보면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