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늘 타이밍이 짧고, 그래서 더 집착하게 된다. 차 안에서라도 놓치기 아까운, 지금 아니면 끝인 벚꽃 시즌.

여의도 윤중로
설명이 필요 없는 벚꽃 드라이브의 표준이다. 국회의사당 뒤편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그 자체로 하나의 터널이다. 문제는 모두가 안다는 것. 정체는 피할 수 없고, 오히려 그 느린 속도가 장점이 된다. 창밖으로 고개만 돌리면 프레임이 완성된다. 팁이 있다면, 한 바퀴 도는데 욕심내지 않아야 한다. 스치듯 들어갔다 나오는 걸 추천한다. 늦은 밤, 가로등 아래서 벚꽃은 낮보다 더 농밀해진다.
남산 순환로
남산 순환로에서의 운전은 곧 경험이고 추억이 된다. 곡선을 따라 올라가면서 벚꽃이 스쳐 지나간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도시가 내려다보이고, 타이밍이 맞으면 노을과 야경이 이어진다. 이건 단순한 꽃 구경이라기보다 지금만 누릴 수 있는 하나의 장면에 가깝다. 속도를줄이고, 리듬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급커브가 많다. 대신 그만큼 기억에 남는다. 낮 드라이브도 좋지만 밤 드라이브가 더 좋다. 서울시 남산공원 안내 자료에서도 드라이브 코스로 자주 언급되는 루트다.
양재천 일대
여유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벚꽃길이다. 하천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구조라 시야가 답답하지 않고, 양옆으로 늘어진 벚나무들이자연스럽게 터널을 만든다. 윤중로처럼 과하게 밀집된 느낌은 아니지만, 대신 흐름이 있다. 차가 완전히 막히지 않는 선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드라이브가 가능하다. 특히 밤에는 조명이 과하지 않아 벚꽃의 질감이 더 부드럽게 살아난다. 드라이브 스루 벚꽃길이지만 잠깐내려 걷기에도 부담 없는, 밸런스 좋은 코스다.

석촌호수 일대
속도를 포기하면, 장면이 또렷하게 보인다. 매년 벚꽃 시즌마다 사람이 붐비는 잠실 석촌호수 일대. 하지만 도로 위를 선택하다면? 이곳은 달리는 드라이브보다 흘러가는 드라이브에 가깝다. 호수를 따라 도는 동안, 벚꽃은 물 위로 내려앉고 바람에 흩어지고, 그 뒤로는 롯데월드타워가 가깝게 서 있다. 자연과 도시가 한 프레임에 들어오는 몇 안 되는 장면을 마주할 수 있다. 서울시 한강공원에서 발표한 벚꽃명소에 꾸준히 드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워커힐로
조금 더 어른스러운 벚꽃 드라이브를 원한다면 이곳이다. 한강을 끼고 올라가는 길이라, 벚꽃 사이로 간헐적으로 강이 보인다. 길 자체는 길지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집중도가 높다. 드라이브 코스로서의 완성도가 꽤 높은 편인데, 특히 그랜드 워커힐 서울 쪽으로 올라가는 구간은 곡선과 벚꽃, 그리고 약간의 고도가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좋다. 낮보다 해 질 무렵 이후가 더 어울린다. 차량도 상대적으로 덜몰리는 편이라, 적당히 달리면서 벚꽃을 즐길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