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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연애, 그게 뭔데? 모르는 사이에 나도 다자연애자일 수 있다

2026.04.12.조서형, Dr Aaron Balick

다자연애는 단순히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는 ‘자유 이용권’이 아니다. 사랑과 관계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다. 심리치료사 아론 발릭이 자주 오해받는 이 개념을 다시 짚는다.

© Strand Releasing / Courtesy Everett Collection

맥스는 상담실에 들어와 소파 끝에 걸터앉았다. 그는 평소 차분한 성격과 달리 발은 바닥을 빠르게 두드리고 있었고, 스스로도 그걸 알아차린 듯 무릎에 손을 얹어 진정하려 했다.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가 같이 살게 될 거예요.”

런던의 많은 게이 남성들처럼 맥스와 그의 파트너 제본은 오픈 관계를 유지해왔다. 단순한 오픈 관계를 넘어, 15년 동안 각자 다른 사람과 깊은 사랑을 나누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은 달랐다. 지난 1년 동안 두 사람 모두 같은 인물, 하산을 사랑하게 되었고, 하산 역시 두 사람을 모두 사랑하게 됐다. 언젠가 셋이 함께 살며 ‘쓰루플’이 되자는 농담을 해왔는데, 그날이 실제로 온 것이다.

맥스는 ‘윤리적 비독점 관계’라는 말을 쓰진 않았지만, 서로 알고 동의하는 비독점 관계를 유지해왔다. 물론 순탄하지만은 않았고, 관계가 무너질 뻔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잘 작동했고 안정된 리듬을 찾았다. 하산이 함께 사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단계였다. “우리는 서로 사랑해요.” 눈물이 맺힌 채 그는 말했다. “하지만 이게 모든 걸 망칠까 봐 너무 두려워요.”

일부일처제, 문제가 있다

일부일처제는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대만큼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증거도 많다. 영국에서는 결혼의 5건 중 2건이 이혼으로 끝나고, 평균 결혼 기간은 13년이 채 되지 않는다. 첫 결혼이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긴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이 전제에 맡기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 의문이 남는다.

불륜에 대한 통계는 더 복잡하다. 설문에서는 영국 성인 5명 중 1명이 외도를 인정했지만, 실제 수치는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을 외도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단순한 상상이나 포르노 시청까지 포함하는 사람도 있고, 키스나 플러팅은 괜찮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사이먼과 아미나의 사례를 보자. 결혼 7년 차였던 이들은 아미나가 옛 연인과 오랜 기간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상담을 찾았다. 물리적 관계는 없었지만, 사이먼은 이를 ‘감정적 외도’로 받아들였고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 아미나는 감정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그것이 남편에 대한 감정을 줄인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단지 즐겁고 흥미로웠을 뿐이라고 했다.

상담을 거치며 두 사람은 문제의 핵심이 감정 자체가 아니라, 그 사실을 숨겼다는 점에 있다는 걸 이해하게 됐다. 사이먼을 가장 괴롭힌 건 그녀의 감정보다도, 자신이 더 이상 그녀를 모른다는 느낌이었다.

“난 널 믿었어. 우리는 약속을 했잖아.”

아미나는 자신이 다자연애 성향일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다자연애를 단순히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관계에 대한 ‘합의’가 핵심이다. 일부일처제의 단 하나의 규칙을 벗어나면, 새로운 규칙이 필요해진다. 다자연애는 그 규칙을 관계 당사자들이 직접 설계하는 방식이다.

나는 다자연애일까?

여전히 일부일처제가 지배적인 모델이지만, 인간이 본래 일부일처적이라는 믿음은 생각보다 약해졌다. 최근 조사에서 미국 성인의 35%만이 인간이 본질적으로 일부일처적이라고 답했다. 나머지 다수는 그렇지 않거나 확신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실제로 다자연애를 경험한 사람은 9%에 불과하고, 시도 의향도 대부분 없다고 답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다자연애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다자연애는 사랑을 ‘배타성’으로 정의하지 않지만, 그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모노가미시’처럼 외부 관계를 크게 문제 삼지 않는 형태, ‘위계형 다자연애’처럼 중심 커플과 보조 관계가 있는 구조, ‘솔로 폴리’처럼 특정 파트너 중심으로 삶을 구성하지 않는 방식, 세 명이 관계를 이루는 ‘쓰루플’, 전통적인 관계 개념 자체를 해체하는 ‘관계 아나키즘’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이 모든 관계의 핵심은 신뢰, 소통, 협상, 그리고 상호 동의다. 역사적으로 규범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LGBTQ+ 커뮤니티가 이러한 관계를 먼저 실험하고 정립해왔다. 다자연애는 일부일처제의 문제를 해결하는 쉬운 해답이 아니다. 오히려 관계의 복잡성이 더 커질 수 있다. 추가되는 관계만큼 갈등과 오해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자연애를 새로운 관점으로 보기

다자연애는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관계의 문제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심리치료사로서 내가 느낀 것은, 관계의 성공은 인원의 수보다 소통과 존중의 질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다자연애의 핵심은 일부일처제의 틀을 벗어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사이먼과 아미나는 결국 관계를 열지는 않았지만, 이를 계기로 신뢰를 다시 쌓고 관계의 의미를 재정의했다. 반면 맥스는 관계를 확장하는 선택을 했고, 예상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풍부한 사랑을 경험하게 됐다.

결국 일부일처제와 다자연애는 하나의 개념일 뿐이다.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다자연애는 사랑을 희소한 자원이 아니라 나눌 수 있는 것으로 바라보게 한다. 위험이 따르지만, 일부일처제 역시 다른 방식의 위험을 안고 있다. 좋은 관계의 핵심은 독립성과 상호의존성 사이의 균형이다. 어떤 모델을 선택하든 그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다자연애가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것이다. 관계의 조건을 계속 점검하고 업데이트하라는 것. 사람은 변하고, 관계도 그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많은 커플이 이를 미루다가 문제를 키운다. 외도는 눈에 띄지만, 관계를 무너뜨리는 진짜 원인은 무관심일지도 모른다.

다자연애를 제안한다고 해서 무작정 관계를 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파트너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감정을 느낄 때, 그것을 실패로 보지 말고 기회로 보라는 것이다. 관계를 점검하고 더 나은 방향을 찾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대부분은 일부일처제 안에서 해결책을 찾겠지만, 어떤 이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할 수도 있다. 결국, 일부일처제에서 벗어나 있을 수도 있지만, 여전히 사랑의 방향은 맞을 수 있다.

*본문의 인물들은 모두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가상 인물이다

    Dr Aaron Balick
    출처
    www.gq-magazine.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