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이나연 "바닥을 쳐야죠 그래야 올라올 수 있으니까"

2023.04.28전희란

이나연의 골프 그리고 사랑.

세일러 캡, 로저 비비에. 알람 시계 디자인의 핸드백, 모스키노. 반지, 파나쉬 차선영. 초커, 스와로브스키. 볼륨 원피스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재킷, 베스트, 스커트, 삭스, 네크리스, 모두 아미. 슈즈, 레이첼 콕스. 보터 햇, 헬렌카민스키.

플라워 스텐실 재킷, 토리버치. 크로셰 니트 탱크톱, 가니. 쇼츠, 알렉산더 왕. 슈즈, 캠퍼. 이어링과 반지, 모두 스와로브스키. 네크리스, 파나쉬 차선영. 골프 글러브, 아페쎄. 컬러 골프공, 볼빅. 

GQ 골프채를 부수는 듯한 연출 컷에서 ‘찐텐’을 본
것 같습니다만.
NY 캬하하하. 골프하면서 성격 많이 버렸죠.
GQ 심신 수양이 아니고요?
NY 왜냐하면, 뜻대로 안 되니까요. 머리로는 아는데 몸이 안 따라주니까 골프채 부수고 싶을 때도 많았죠. 정말 ‘요만한’ 차이거든요. 그 작은 차이를 왜 그렇게 못 할까 싶을 땐 화가 나요.
GQ <라이브레슨 70> 진행한 게 도움이 되던가요?
NY 거기서 많이 배웠죠. 내로라하는 실력 있는 코치분들께 직접 가르침을 받으니까요. 제일 많이 하는 레슨이 공 똑바로 보내기, 슬라이스 안 나게 치기, 비거리 늘리기예요. 대부분의 골퍼들이 멀리, 똑바로 치고 싶어 하니까 아무래도 그런 수업이 많거든요. 반복해서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더라고요.
GQ 슬라이스, 비거리 관련 시청률이 가장 높아요?
NY 그런 것 같아요. 스윙의 중요 조건이기도 하고.
GQ 체대 졸업했으니 여러 스포츠를 경험해봤을 텐데, 유독 골프의 매혹적인 점은 뭐예요?
NY 반드시 타고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인 것 같아요. 피지컬이나 운동 신경을 타고난 사람들만 하는 스포츠가 아니고, 연습을 엄청나게 한다고 반드시 잘되는 것도 아니고, 연습 안 한다고 꼭 못 하는 것도 아니에요. 정말 그 알 수 없는 애매함이 좋더라고요. 계속 안 되던 게 아주 작은 차이로 어느 날 갑자기 되면 쾌감도 엄청나요. 꼭 ‘때려치울까’ 싶은 순간에 문득 ‘라베’를 달성한다든지 하더라고요. 밀당을 잘하는 스포츠 같아요.
GQ 밀당이라면 연애랑도 비슷하네요?
NY 그렇죠. 내 맘대로 안 되는 것도 그렇고, 컨트롤하려고 하면 공이 더 잘못 나가는 것도. 몸에 체화시켜서 흘러가게 두어야지 내 마음대로 하려고 하면 망하더라고요. 될 듯 말 듯.
GQ 될 듯 말 듯?
NY 될 듯 말 듯하다가 결국 되는 게 골프 같아요

베스트, 아미. 보터 햇, 헬렌카민스키.

GQ 희두 씨와의 연애가 18홀이라면 지금 몇 홀 정도 온 것 같아요?
NY 18홀이 이별인가요, 결혼인가요?
GQ 그건 나연 씨의 상상에 맡길게요.
NY 9홀 끝내고 나와서 지금 그늘집 화채 먹고 있죠.
GQ 좋은 때다.
NY 좋은 때죠. 다시 시작해 리프레시하는 느낌이에요. 분명한 건, 아직 끝은 아니라는 거예요.
GQ 연애 상담을 해오는 이에게 늘 “많이 싸워봐라”라고 조언을 하더라고요.
NY 좋을 때는 누구나 잘해주죠. 그런데 싸우면서 진짜 화가 났을 때 그 사람의 본성이 나오니까, 밑바닥을 많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싸우면서 맞춰가는 부분도 분명 있는 것 같고요.
GQ 방송 후에도 희두 씨와 자주 싸우나요?
NY 시도 때도 없이 싸우지는 않아요. 서로 견딜 수 있는 한계치가 높아졌어요. 방송을 통해 서로 이해하게 된 부분도 있고요. ‘쟤가 말은 저렇게 해도 속마음은 다르구나’ 하면서요. 지금은 서로 조금씩은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게 됐어요.
GQ 골프도 싸우듯이 바닥을 치는 편인가요?
NY 맞아요. 골프하면서 연애도, 인생도 깨달아요. 바닥을 쳐봐야 다시 올라올 수 있다는 사실을요. 그런데 아무리 바닥을 쳐도 끝은 안 나더라고요. 그보다 더한 바닥이 늘 있어요.
GQ 최근에 시작한 JTBC 골프 프로그램 에도 우여곡절을 겪은 선
수들이 나오더라고요.
NY 그 프로그램을 하면서 또 느꼈어요. 골프에 인생이 담겨 있구나. 정말로 우여곡절이 없는 선수가 없더라고요. 한번 올라가면 반드시 내려오는 날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 같아요.
GQ 고보경 선수가 열다섯 살에 자신에게 쓴 편지를 나연 씨가 읽을 때 어쩐지 울컥하더라고요. 나연 씨도 스스로에게 응원의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던 때가 있었어요?
NY 많죠. 지금도 그렇고요. 가끔 일기를 쓰면 “흔들리지 말자”라고 써요. “나연아”까지는 안 쓰죠. (웃음) 방송 하면서 좋은 점도 많았지만 힘든 때도 많았어요. 갑자기 삶이 너무 달라져서 벅찬 부분도 있었고요. 물론 좋은 게 훨씬 많죠. 저도 몰랐는데 제가 한동안 붕 떠있었더라고요. 요즘엔 붕 뜨지 말자, 침착하게 오래 가자고 자신을 다스리고 있어요.

원피스, 헤어밴드, 우산, 모두 위글위글. 슈즈, 캠퍼. 이어링, 모스키노. 반지, 네크리스, 모두 파나쉬 차선영. 골프 글러브, 골프 백, 모두 혼가먼트.

GQ 나연 씨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요?
NY 그건 제 내면의 문제예요. 저는 제가 잘 못할 때 힘들어요. 일에 있어선 완벽주의라 못하는 걸 보여주기 싫거든요. 상황이 어쩔 수 없었어도 ‘내가 더 잘할걸’ 자책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GQ 그 자책의 수명은?
NY 다행히 오래 안 가요. 금방 빠져나와서 ‘다음에 더 잘해야지!’ 다짐하는 편이에요. 단순하죠.
GQ 방송 보면서 줄곧 신기했어요. 어쩜 저렇게 솔직한 사람이 다 있지?
NY 저도 신기했어요. 왜냐하면, 사람은 다 저 같은 줄 알았거든요.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고 감정에 직면하는 게 저에겐 너무 당연한 일이었어요. 그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으니까. 만약 희두가 정말 싫거나, 관계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나 의지가 없었다면 저도 회피했을지 모르죠.
GQ “표현해도 괜찮아”라고 독려하는 어린 시절이 영향을 주었을까요?
NY 맞아요. 어릴 때부터 엄마가 “나연아 이게 좋아? 이건 왜 싫어? 왜 슬펐어? 아까 어떤 기분이 들었어?” 제 감정을 꺼내놓도록 자주 물으셨어요.
GQ 질투라는 감정을 그렇게 여과 없이 드러내는 사람도 처음 봤어요. 한편으로 부럽기도 했고요.
NY 저는 질투가 부끄러운 감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인간의 당연한, 자연스러운 감정이잖아요. 그리고 질투하라고 판을 깔아주는데 어떻게 질투를 안 해요.(웃음)
GQ 골프할 때 올라오는 감정도 그대로 표현해요?
NY 전혀 숨기지 않아요.
GQ 감정 표현이 골프에 도움이 되나요?
NY 방해돼요. 골프할 때는 감정을 도려내는 편이 나은 것 같아요. 기쁘면 기쁜 대로 들뜨고, 긴장하거나 화나면 그만큼 힘이 들어가거든요.
GQ 나연 씨에게는 굉장히 힘든 스포츠겠군요.
NY 아하하하. 그래서 퍼팅이 잘 안 되나? 퍼팅까지 가면 집중력이 흐려지고 조급해져요.
GQ 골프에서 누군가가 질투나는 순간도 있어요?
NY 아니요. 그저 대단하다, 부럽다 생각해요. 그리고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서 많이 물어봐요.
GQ <라이브레슨 70>에서도 코칭 프로에게 질문을 많이 하더라고요. 대본에 있는 거예요?
NY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거예요. 아직 ‘골린이’라 레슨 하나하나 열심히 듣거든요. 그래서 질문이 많아져요. 제 머릿속에 그려보고 ‘이건 헷갈린다’, ‘그럼 이럴 땐 어쩌지?’ 싶은 것들은 시청자분들도 비슷하게 느낄 것 같거든요. 아마추어인 제 눈높이에서 질문을 많이 하려고 노력해요.
GQ 골프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요?
NY 애증이에요.
GQ 희두 씨의 명대사 있죠. “나 너 좋아하는 거 넘어선 듯.” 골프 좋아하는 것을 넘어선 순간은요?
NY 제주도 나인브릿지 CC에 부모님과 함께 라운딩 간 날이었어요. 그날은 날씨도 정말 좋았어요. 처음엔 드라이버가 잘 안 맞다가 6번 홀부터 몸이 풀리기 시작하더니, 그 뒤로 드라이브가 뻥뻥 나가더라고요. 150미터쯤에 해저드가 있으면 저는 무조건 빠지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해저드도 쑥쑥 넘기고 어프로치도 잘됐어요. 내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데 어쩐 일이지? 그렇게 골프 신이 한 번씩 와요. 저는 아이언보다 드라이버가 잘 맞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아요. 공이 저를 떠나가는 그 쾌감, 캬! 예사롭지 않아요.
GQ 좋아하는 선수 있어요?
NY 임성재 선수요. 작년과 올해 인터뷰로 두 번 만났는데 1년 사이 또 훌쩍 성장했더라고요. 어린 나이임에도 차분하고 진중해요. 멘털도 훌륭하고요. 이건 여담인데, 방송할 때 임성재 선수에게 전할 말을 PD님이 인이어로 제게 말하거든요. 선수가 그 말을 듣는 것도 아닌데, 그는 이미 지시대로 먼저 해요. 그 정도로 센스가 좋죠.
GQ 봄이 되었으니 슬슬 라운딩 나가야죠?
NY 3월에는 꼭 한 번 나가려고요. 가방에 하리보 젤리랑 선 스프레이, 그리고 골프공 잔뜩 넣어 갈 거예요. 공이 자꾸 딴 데로 새니까. 에헤헤.
GQ 별똥별 떨어지는 날 빌고 싶은 골프 관련 소원 있어요? 진짜로 이루어진 적 있다면서요.
NY “버디하게 해주세요”라고 빌 거예요.
GQ ‘첫 버디 개 버디’라는 소문이 있던데.
NY 버디 성공하면 경기는 망해도 괜찮아요.

피처 에디터
전희란
포토그래퍼
장덕화
헤어 & 메이크업
장해인
스타일리스트
신상철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