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s

자동차의 미학을 그려내다

2023.05.06신기호

타지 않고 보기만 할게요.

BMW iX1 Pillar Frame

잘생긴 생김을 감탄하며 바라보다, 유려한 실루엣을 멍 때리며 따라가다, 그러다 어느 순간 구분된 조각을 잇고, 묶는 경계가 눈에 들어왔다. 이를테면 보닛을 잠가놓은 자물쇠 같은 그릴. 구분을 구분되지 않게, 영리하게 연결한 이 경계가 흥미롭게 보인 뒤로는 비슷한 장치가 제법 쉽게 발견됐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단연 창을 하나로 묶는 필러 라인. 미학적인 디자인 앞에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제 역할은 묵연했다. 거위 날개를 닮은 이 디자인을 어떻게 뻗치고, 휘는지에 따라 차체가 달리 보인다니까. 이를 알게 된 뒤로는 여기를 단순히 창을 따라 덮은 프레임만으로 건조하게 볼 순 없었다. 신기호, <GQ> 피처 디렉터

VOLVOC40 Face Design

차의 전면에는 미학적 요소가 전부 모여 있다는 생각이다. 차에는 브랜드의 개성을 강조할 수 있는 디자인 언어가 숨어 있는데, 보통 전면이다. 이를테면 공기 흡입구를 크게, 모서리 굴곡을 날렵하게 만들어내는 디자인은 고성능 차를 표현하는 기본적인 방법. 같은 맥락에서 볼보의 C40을 바라보면 헤드 램프와 앞 범퍼를 수평으로 배치하고, 이를 넓고 부드러운 실루엣으로 연결한 디자인은 편안하고 점잖은 인상을 완성한다. 이는 결국 볼보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다르지 않다. 미적 가치가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의 언어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C40의 전면은 명확한 범례에 가깝다. 민성필, 자동차 전문 포토그래퍼

FERRARI V12 Engine

아름다움을 논하는 자리에 보닛을 열어야 볼 수 있는 엔진이라니,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보통의 엔진은 복잡한 블록과 전선들, 먼지 쌓인 엔진 커버에 덮여 있으니까. 하지만 페라리라면 다르다. 그 흔한 엔진 커버 조차 찾아볼 수 없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은 새롭다 못해 놀라울 지경. 붉은색 금속 덩어리를 보석처럼 세공한 듯한 형태는 명료하고, 다시 그 형태는 고스란히 기능으로 이어지며 붉은 심장을 펄떡인다. 로쏘 코르사로 불리는 페라리의 상직적 컬러를 곤룡포처럼 휘감은 엔진을 12개의 실린더가 신하처럼 떠받들고 있는 모습은 마치 굳건한 왕국을 보는 것 같다. 김선관, 자동차 전문 기자

PORSCHE 911 Carrera Coupe Black

예쁜 것도 그저 다 부질없어질 때쯤, 이 차의 미학에 관심이 생겼다. 존재감이 확실한 엔진 소리나 지면의 요철이 그대로 전해지는 승차감은 문제되지 않았다. 팔딱거리는 생선을 닮은 911 피지컬 중에서도 루프부터 벨트 라인까지 완만하게 이어지는 부분은 현존하는 쿠페 중에서 가장 매력적이다. 여기에 블랙 보디에서 폭죽처럼 쏟아지는 레드 라이트는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아찔한 황홀을 준다. 골프와 스키에 불친절하다는 지적엔 예쁜 애들은 그래도 된다고 편도 들었다. 요즘 버전의 뒷면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내게는 여전히 가장 예쁜 차. 이 아름다움을 가질 수 없어서 서글플 뿐이다. 박나나 , <GQ> 패션 디렉터

AUDI Q4 etron Doo

무엇이 멋지다는 감동은, 더 이상 생김새의 문제가 아니다. 아우디의 최초 순수 전기 차 Q4 이트론, 구석구석 전기 차의 기능을 집어넣기 위한 그들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걱정거리부터 찾아 미간을 찌푸리는 독일의 엔지니어들을 떠올려보면, Q4 이트론의 디자인은 극찬받아 마땅하다. 그중에서도 내가 집중한 부분은 문. 자동차의 문은 기능과 기술의 집합체다. 그래서 새로운 무엇을 추가하는 건 혁신에 가까운 일인데, 여기에 물병의 편리한 수납법을 새로 디자인했다. 사실 이건 내가 그린 그림에서 시작됐다. 미학을 고르는 일에 팔이 안으로 굽었다. 박찬휘, 자동차 디자이너, 작가

BMW MOTORRAD R nineT

BMW 알나인티는 자타가 인정하는 아름답고 멋진 모터사이클이다. 그리고 그 미학의 중심에는 좌우로 툭 튀어나온 박서 엔진이 있다. 사실 알나인티의 박서 엔진을 디자인으로만 바라보기엔 왠지 좀 아깝다. 엔진 열을 공기로 식히기 위한 공학적인 노력의 산물이기도 하니까. 배기량 1천1백70시시짜리 2기통 엔진의 실린더가 만들어낸 묵직한 덩어리감, 냉각을 위해 실린더 주위로 섬세하게 파놓은 냉각 핀, 그리고 넓게 펼쳐진 실린더 헤드까지, 그래서 보면 볼수록 알나인티는 각종 금속 소재와 화려한 가공 기법을 동원해 기능적 설계를 미학적인 디자인으로 덮어낸 ‘작품’에 가깝다. 김준혁, 모빌리티 저널리스트

피처 에디터
신기호
포토그래퍼
김래영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