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ches

스위스 쿠셰벨에서 오롯이 루이 비통의 시간을 보냈다

2023.05.07박나나

그곳에서 만난 아름답고 귀한 시계 3.

루이 비통의 새로운 시간은 은밀하고 특별한 곳에서 시작됐다. 구불구불한 길을 몇 번이나 돌고서야 도착한 쿠셰벨에도 봄이 찾아오고 있었고, 원래는 눈부시게 하얗던 설산은 부드럽게 녹는 중이었다. 부호 스키어들의 천국답게 스키숍과 명품 숍이 편의점처럼 즐비한 이곳에서 루이 비통의 2023 뉴 워치를 선보이는 자리를 가졌다. 화려한 땅부르 피어리 하트 오토마타, 더 화려한 땅부르 오페라 오토마타, 똑똑한 땅부르 문 플라잉 투르비옹 사파이어. 저마다의 개성과 존재감을 뽑내는 세 가지 시계는 작지만 화려한 밀실에서 아주 도도하게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밀실의 문이 열리자 비로소 루이 비통의 시간이 시작됐다.

2밀리미터 크기와 13밀리미터 두께의 18K 핑크 골드 케이스, 다이아몬드 1백7개로 이루어진 땅부르 피어리 하트오토마타. 65시간 파워 리저브와 50미터 방수가 가능하다.

라 파브리크 뒤 떵 루이 비통의 인하우스 작업실에서 수작업으로 완성되는 조각들.

LFT 325 칼리브르는 루이 비통이 직접 개발 및 조립한 오토매틱 무브먼트다.

루이 비통의 최초, 땅부르 피어리 하트 오토마타
2014년 스위스 제네바에 루이 비통 라 파브리끄 뒤 떵 공방이 세워진 이후 루이 비통 워치는 기술력과 예술성을 고루 갖춘 하이워치 메이커로 발전했다. 현재까지 혁신적인 시계 리스트를 여럿 작성했는데, 최근에는 땅부르 피어리 하트 오토마타가 이 목록에 추가됐다. 루이 비통 최초의 인하우스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장착한 시계이자, 어쩌면 가장 정열적인 시계일 땅부르 피어리 하트 오토마타. 이 시계는 마치 한 편의 플라멩코를 보는 듯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장미와 가시, 달콤함과 격렬함, 그린과 레드의 대비가 사랑의 양면성을 표현하며 다이얼 위에서 정렬적으로 춤춘다. 8시 방향 푸시 버튼을 누르면 5개의 작은 무대에서 저마다의 공연을 펼치기 시작한다. 먼저 2시 방향의 서브 다이얼은 가시로 된 원형 바깥쪽으로 숨은 가시를 뻗어냈다 숨기기를 반복한다. 4시와 12시 위치의 장미 위에 놓인 모노그램 플라워는 방향을 바꿔가며 회전하는데, 그 모습이 꼭 플라멩코 턴할 때의 드레스를 떠올리게 한다. 한편 9시 방향 하트 주변의 불꽃 모티프는 화가 난 듯 격렬하게 이글거린다. 하지만 이 플라멩코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다. 하트가 반으로 갈라지면서 등장하는 ‘BUT FIERCE’. 이는 “sweet but fierce”라는 메시지를 만들어내며 사람들을 매혹시킨다. 13초 동안 정열적인 공연이 펼쳐지는 와중에도 루이 비통 플라워 모티프 캐리지로 된 플라잉 투르비옹은 메트로놈처럼 박자를 맞추며 성실하게 초를 알린다.공연을 더욱 화려하게 만드는 건 그랑 푀 스타일을 사용한 에나멜 다이얼이다. 에나멜 파우더를 바르고 고온의 가마에서 구워내면 색이 선명하고 오래 지속되는데, 그런 이유로 수백 년 동안 고급 시계 장식 기술로 쓰였다. 땅부르 피어리 하트 오토마타에는 에나멜 표현 기법이 두 가지 쓰였다. 다이얼 표면 아래 물질을 파내고 그 공간을 에나멜 파우더로 채우는 샹르베 기법은 모노그램 다이얼에, 가느다란 금실을 고정한 후 그 테두리 안에 에나멜을 채우는 클로와조네 기법은 가시, 하트 등에. 이처럼 화려한 무대의 뒤에는 엄청난 분투가 있었다.

루비는 눈이 되고, 하나씩 조각해 샌드 블라스팅한 비늘이 모여 용을 완성한다. 이 용은 시와 분을 표시하는 역할을 한다.

점핑 아워, 레트로그레이드 미닛, 파워 리저브 표시기를 포함한 오토마타 메커니즘.

46.8밀리미터 크기와 14.4밀리미터 두께의 핑크 골드 케이스와 크라운, 푸시 버튼으로 이루어진 땅부르 오페라 오토마타.

16초의 연극, 땅부르 오페라 오토마타
루이 비통은 땅부르 카르페 디엠 오토마타라는 시계로 2021년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에서 오대시티상을 받는다. 오대시티상은 정기적인 시상이 아닌, 꼭 받아야 할 가치가 있는 시계가 있을 때만 시상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상을 받은 후로 이 시계는 하이 컴플리케이션 기술력에 시계의 오트 쿠튀르라 불리는 메티에 다르가 더해졌다는 찬사를 받으며 루이 비통의 최고급 타임 피스 자리에 앉는다. 땅부르 오페라 오토마타는 땅부르 카르페 디엠 오토마타의 뒤를 잇는 시계다. 땅부르 카르페 디엠이 로마에서 시작됐다면, 땅부르 오페라 오토마타는 쓰촨성 천극의 가면 바꾸기 예술인 변검에서 출발한다. 천극을 공연하는 배우들이 1초도 안 되는 찰나에 많게는 20개나 되는 가면을 바꿔가며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는 데서 영감을 받았다. 1초에 20개는 무리지만, 땅부르 오페라 오토마타의 변검은 16초 동안 다섯 가지 애니매이션을 보여준다. 오른쪽 상단의 푸시 버튼을 누르면 연극은 시작된다. 눈썹을 찌푸리기도, 왼쪽 눈의 눈꺼풀만 감기도, 오른쪽 눈의 눈동자에 뾰족한 모노그램 플라워가 나타나기도 한다. 미세한 턱의 움직임으로 가면의 기쁨과 슬픔을 표현하기까지 한다. 그사이 용의 머리는 좌우로 움직이며 변검의 이마에 새겨진 점핑 아워로 시를, 용의 꼬리가 부채 위의 숫자를 가리키며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분을 알린다. 여기에 리피터 역할을 하는 자크마르로 청각적인 만족감까지 전달한다.시계를 천천히 들여다보면 세부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에나멜 처리한 모노그램 플라워 다이얼 위에 놓인 장식은 저마다의 의미를 가지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용은 강인함을, 빨간 부채는 지혜와 권위를, 조롱박은 악으로부터 보호를, 구름은 행운을 뜻한다. 아시아에서는 불길한 의미의 숫자 4는 점핑 아워 숫자 자리에 4개의 꽃잎으로 된 모노그램 플라워로 대신하는 세심함까지 더했다. 땅부르 오페라 오토마타의 마지막 숨은 비밀은 1백 시간 파워 리저브. 조롱박 안에서 떨어지는 모래로 확인할 수 있다.

42.5밀리미터 크기와 9.9밀리미터 두께의 사파이어 케이스를 가진, 땅부르 문 플라잉 투르비옹 사파이어 그린 & 옐로.

중앙 브리지 아래 그린과 옐로 사파이어 LV 로고 브리지를 넣고, 케이스 후면에 제네마 인증 마크를 더했다.

시와 분, 분당 회전하는 모노그램 플라워 투르비옹 케이지를 얹은 플라잉 투르비옹.

제네바의 인정, 땅부르 문 플라잉 투르비옹 사파이어
이 시계는 어쩌면 낯이 익다. 핑크, 화이트 그리고 블루가 이미 출시된 바 있고, 이번엔 그린과 옐로 버전이 새로 출시된 이유다. 무엇보다 사파이어 케이스 시계 중 워치메이킹 역사상 처음으로 제네바 인증을 받은 시계라는 점이 이 시계를 특별하게 만든다. 제네바 인증은 제네바주 정부가 1886년에 도입한 제도로 기원, 마감, 정확성 면에서 최고 수준임을 입증한다. 시계의 모든 부품을 최고 수준의 장인이 수작업으로 제네바주 안에서 만들어야 함은 물론, 일련의 시험과 확인 과정을 모두 통과해야만 인증받을 수 있다. 사파이어는 알루미늄 산화물을 2천 도에서 가열해야 얻을 수 있는 귀중한 광물이자, 순금이나 플래티넘처럼 변형이 불가하고 다이아몬드 다음으로 단단한 강도를 가져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보석 중 하나다. 루이 비통은 이 소재를 LV90 칼리버의 외부 충격 보호재로 사용했다. 투명해서 속을 온전히 들여다볼 수는 있지만 어떤 것도 뚫을 수 없는, 마치 투명한 방탄 유리인 셈이다. 보통 사파이어는 시계의 앞면과 백 케이스에 사용되지만, 루이 비통 땅부르 문 플라잉 투르비옹 사파이어는 케이스까지 온전히 하나의 사파이어로 만드는 기술에 성공했다. 케이스 미들, 케이스 백, LV 로고가 박힌 브리지까지 정확히 한 가지 색으로 만들기 위해, 2백 킬로그램짜리 사파이어 덩어리의 한가운데서 높이 1백50밀리미터, 직경 50밀리미터의 원통을 추출했고, 그 후엔 4백20시간의 복잡한 공정을 거친다. 분쇄 1백 시간, 연마 1백50시간, 50시간의 기계 작업, 60시간의 수작업 마감 등의 긴 시간을 들여야만 흠 없이 완벽하게 빛을 투과시킬 수 있었다. LOUIS VUITTON 알파벳을 오목한 케이스 미들 바깥쪽에 새기고, 블랙 샌드블라스트 PVD 처리한 티타늄 크라운에 악어가죽 스트랩을 연결한 러그까지 더하면 이 시계의 외관이 완성된다. 모노그램 플라워 오픈워크 캐리지로 된 플라잉 투르비옹은 초를 표시하고, 가운데가 뚫린 핸즈로 시와 분을 알린다. 오랜 시간과 과정을 생각하면, 이 시계는 생각보다 꽤 가볍다. 하지만 루이 비통의 시간은 절대 가볍지 않다.

패션 에디터
박나나
제품
루이비통 율리시즈 프레첼린, 피오트르 스톡로사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