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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 위해 달려요, 맛집 아니 러닝 로드 8

2025.05.13.전희란

소비보다 섭취 칼로리가 더 많을 지도.

여의도 고구마 로드

여의도의 일명 ‘고구마’ 코스는 러너들에게 인기가 높은 루트. 이 일대에는 맛집들도 진진하다. 먹방 러닝의 시작점으로 권하는 한주면옥은 에빗에 근무하던 한 외국인 셰프가 단골집으로 소개해준 곳인데, 이 든든한 추어탕 한 그릇이 1만원이라는 사실이 어찌나 고마운지. 몸을 뜨끈하게 달궜으면 위에 무리되지 않을 만큼만 여의도 한강공원을 슬슬 달리다가 국회의사당으로, 그리고 IFC 몰에서 기호에 따라 커피 한 잔 하고, 콘래드 호텔 일대를 뛰다가 이번에는 8번대물집으로. ‘비터팬’으로도 유명한 요식업계의 젊은 대부가 운영하는 이곳은 회와 병어 조림이 별미다. 오후 4시에 오픈하니 가볍게 낮술하기 제격. 취기를 연료 삼아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을 휘휘 돌다가 마지막 해장은 라멘집 이와타에서.

루트 ① 한주면옥 → ② 여의도 한강공원 → ③ 국회의사당 → ④ IFC 몰 → ⑤ 8번대물집 → ⑥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 ⑦ 이와타
총 거리 7.5킬로미터(최단 거리 기준)

예술가의 풍류를 따라

예술의 전당에서 근무하던 이들의 맛집 리스트를 공개한다. 음악, 미술계의 인물들과 매일 교류하는 이들의 맛집을 따라가면 한국 대표 아티스트들이 모이는 곳을 짐작할 수 있다. 시작은 아침 9시에 오픈하는 카페 드 요요에서. 커피와 함께 잠봉뵈르 등 브런치 메뉴를 곁들이기 좋다. 예술의 전당으로 향해 디자인 미술관, 콘서트홀, 예술의 전당, 국악박물관까지 빙 둘러 달리다가 허기가 지면 동네 명물 앵콜칼국수로 향한다. 칼국수뿐 아니라 두부 제육, 전류도 별미다. 배가 많이 부르다면 우면지구근린공원까지 갔다가 돌아오고, 혹은 바로 다음 맛집 곰포차로 향한다. 아티스트들이 사랑방처럼 자주 찾는, 크림 파스타가 별미인 술집이다. 발길 닿는 대로 달리다가 탄수화물이 간절해진다면 자정까지 여는 동경도에서 라멘을 흡수한다. 들깨 라멘이 맛좋다.

루트 ① 카페 드 요요 → ② 예술의 전당 → ③ 앵콜칼국수 → ④ 곰포차 → ⑤ 동경도
총 거리 1.3킬로미터(최단 거리 기준)

더 깊숙한 취기로

월드클래스 우승자 출신 바텐더가 운영하는 연남마실은 시작점으로 좋다. 섬세한 하이볼 한 잔으로 목을 축인 다음엔, 바텐더가 추천하는 오늘의 칵테일을 맞이한다. 애주가의 러닝 신호탄을 장전한 뒤 ‘연트럴 파크’를 왕복 두 번 정도 달리다가, 굴다리를 지나 연희동으로 향한다. 연희동 먹자 골목에서 한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면 이번엔 코블러 연희가 넉넉하게 당신을 맞이할 것이다. 누군가의 집에 놀러 간 듯한 따뜻한 공간에서 취향을 털어놓으면, 침착하고 기교 있는 바텐더들이 마땅한 연료를 제공할 것이다. “다음엔 기슭으로 가려고요” 라고 하면 바텐더들이 눈을 동그랗게 뜰 테지만 괜찮다. 연신내 깊숙한 곳 바 기슭까지 달리는 코스는 퍽 달리는 맛이 난다. ‘캄파리 레드 핸즈’ 한국 우승자 출신이 운영한다.

루트 ① 연남마실 → ② 코블러 연희 → ③ 기슭
총 거리 8.3킬로미터(최단 거리 기준)

와인과 작은 한입들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강민철레스토랑의 새로운 레스토랑 기와강에 ‘기와강 바’가 오픈했다. 파인 다이닝의 감각을 느끼면서, 코스는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한 훌륭한 선택. 섬세하게 큐레이팅한 와인, 위스키와 함께 한식 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입문하듯 경험하기 좋은 곳이다.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빈호 역시 솜씨 좋은 젊은 셰프와 소믈리에의 합으로 정평이 난 곳인데, 저녁 8시 이후에 방문하면 코스가 아닌 단품으로 다이닝을 경험할 수 있다. 선택지가 넓은 글라스 와인 리스트도 좋은 데다, 비교적 캐주얼한 분위기라 뛰다가 들러도 환영받을 것이다. 이번에는 한강을 가로질러 달리며 서울의 밤을 맞이한다. 신사동에서 한남동으로 달려가면, 스페인 레스토랑 레에스티우에서 비교적 착한 가격에 재미난 타파스를 맛볼 수 있다.

루트 ① 기와 바 → ② 빈호 → ③ 레에스티우
총 거리 5.5킬로미터(최단 거리 기준)

50 베스트 바 호핑

서울로 여행 오는 푸디들에게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이것. “바 호핑하기 좋은 동네는?” 도쿄에 긴자, 홍콩에 성완 지구가 있다면 서울은 압구정 로데오역을 거점으로 두고 바 호핑을 해보기를. 다 고만고만한 거리이니 시작점 제스트, 앨리스 청담, 제라늄, 르챔버, 페르마타 서울 어디든 좋고, 순서도 뒤죽박죽해도 된다. 다만 은은한 맛에서 강한 맛으로 옮겨가려면 제스트에서는 청량감 있는 Z&T, 바제라늄에서는 향긋한 칵테일, 르챔버에서는 위스키, 앨리스 청담에서는 실험적인 칵테일, 페르마타 서울에서는 발효의 매력이 선명히 드러나는 칵테일을 마신다. 이 골목에서는 취한 채로 달려도 누구도 이상하게 보지 않으니, 자유를 만끽하시길. 젊은 에너지의 파인앤코, 캐주얼한 바 호퍼스는 마지막 종착지로 권하고 싶다.

루트 ① 제스트 → ② 바제라늄, 르챔버, 앨리스 청담 → ③ 페르마타 서울 → ④ 파인앤코 → ⑤ 호퍼스
총 거리 1.2킬로미터(최단 거리 기준)

북한산 둘러 둘러

신발끈을 단단히 묶자. 그만큼 걷고 먹을 테니까. 시작점은 정릉이다. 슴슴한 메밀묵, 손만두, 부침, 막걸리로 속을 편안하게 채우고 우이신설선을 따라 걷는다. 북한산보국문역, 솔샘 고등학교, 혜화여자고등학교를 지나며 정겨운 풍경을 눈에 담고, 북한산 인수재에서 맑은 뭇국, 몽글몽글한 순두부를 맛본다. 거하지 않으니 죄책감 갖지 말고, 두유 라테 마시는 기분으로 훌훌. 이후의 식사를 더 맛있게 하려면 가볍게 북한산을 등반하거나, 우이천 길을 따라 둘러 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북한산 우이역 근처를 지나다가 수정궁에 대기 줄이 길지 않다면 간단한 요기로 군만두, 고기 튀김을 먹고 간다. 그냥 지나치면 나중에 후회한다. 도봉산 역쪽으로 더 올라가면 만나는 도봉구의 터줏대감 삼오집에서 곱창전골, 소곱창이 시그니처다.

루트 ① 봉화묵집 → ② 북한산 인수재 → ③ 대보명가 → ④ 수정궁 → ⑤ 삼오집
총 거리 12킬로미터(최단 거리 기준)

커피 러닝 로드

심장 질환자, 불면증 환자는 주의하시길. 카페인과 러닝의 환장 콤비에도 끄떡없는 강심장에게 권하는 커피 러닝 로드. 서강대역 부근 경의선 숲길을 내려다보는 비로소커피는 숲길을 걷다 원두 볶는 향에 그냥 지나치기 힘든 곳이다. 원두도 시즌별로 바뀐다. 한 잔 마시고 이번에는 효창공원 언덕까지 슬슬 달린 다음, 드니로커피로 향한다. 배우 태인호의 커피 작업실인데, 고향이 부산인 사장이 직접 블렌딩한 동백 블렌드부터 실험적인 원두를 핸드 드립으로 경험할 수 있다. 후암동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 오르소에스프레소바는 어디에서 출발하든 목적지가 되기 좋다. 우후죽순 생겨난 에스프레소 바 중 주인장의 개성으로 차분히, 뚝심 있게 운영하는 소중한 곳. 에스프레소 메뉴는 모두 훌륭하고, 마지막에 그라니타로 마무리하면 더할 나위 없다.

루트 ① 비로소커피 → ② 커피드니로 → ③ 삼각지역 4호선 → ④ 서울특별시 용산구 남영동 → ⑤ 오르소에스프레소바
총 거리 7킬로미터(최단 거리 기준)

디저트 뷔페 로드

달리는 목적 중 하나가 다이어트인 사람이라면 이 글은 가뿐히 스킵하길. 지금 당신은 디저트 뷔페에 와 있다고 가정한다. 단지 뷔페의 접시와 접시 사이가 조금 멀 뿐이다. 시작은 1994SEOUL에서 예약제로 운영하는 다과 코스를 권한다. 한국의 절기, 세시풍속, 명절을 주제로 구성하는 다과 차림은 때로 조금은 배부른, 그러나 상쾌한 명상처럼 느껴진다. 그 다음 궁동 공원을 한 바퀴 돌며 배부름을 한 김 식히고, 이번에는 푸어링아웃에서 아포가토, 혹은 브루잉 커피를 마신다. 선물로도 인기가 높은 돌파운드 케이크에선 무스 케이크와 구움 과자가 별미다. 위의 부담 여부를 잘 체크한 후 연희동 먹자 골목을 한 바퀴 돌든, 혹은 프로토콜로 직진하든 결정한다. 창밖에 펼쳐지는 나무의 고요한 풍경이 디저트의 끝에 놓이기 좋다.

루트 ① 1994SEOUL → ② 궁동공원 → ③ 푸어링아웃 → ④ 돌파운드 → ⑤ 프로토콜
총 거리 2.6킬로미터(최단 거리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