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패션과 럭셔리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건 포뮬러 1이 유일하다.

10년 전, 포뮬러 1 시장은 하향세였다. 팬들은 고령화됐고, TV 시청률은 떨어졌다. 젊은 세대는 포뮬러 1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다. 한 마디로 포뮬러 1은 더 이상 팔리지 않는 상품이 됐다. 짜릿한 아드레날린과 터질듯한 엔진의 굉음, 뜨거운 스포츠의 세계가 잊혀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땐 그랬다. 그럼 10년 후, 지금은? 오늘날 포뮬러 1보다 많은 주목을 받는 스포츠는 없다. 2017년부터 국제자동차연맹(FIA)과 함께 월드 챔피언십의 조직을 담당하고 있는 ‘리버티 미디어’가 포뮬러 1을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 놓기까지 긴 여정이었지만, 변화의 속도를 생각하면 그리 오래 걸린 것도 아니다. 어쨌든 지금, 포뮬러 1은 모든 시장의 중심에 있다.
올해 첫 포뮬러 1 대회는 ‘루이비통 호주 그랑프리’였다. 멜버른의 앨버트 파크 서킷에서 열린 시즌 첫 그랑프리는 올해부터 시작된 LVMH와의 10년간의 파트너십을 기념하는 행사이기도 했다. 루이 비통과 모엣&샹동, 태그호이어 총 세 개의 브랜드가 이번 월드 챔피언십에 함께 동행한다. LVMH 시계 사업부의 프레데릭 아르노 Frédéric Arnault 회장은 포뮬러 1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포뮬러 1은 최근 몇 년간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스포츠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혁신, 팀 정신, 퍼포먼스 등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여러 가치를 구현하는 역동적인 스포츠죠”. 세계 최대의 럭셔리 업계가 포뮬러 1을 미래 시장으로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포뮬러 1이 스피드의 신화를 쓰고, 드라이버는 트랙을 넘어 아이콘이 되고, 취향 높은 타깃층을 충족시키고, 나아가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문화와 서사에서도 꼭 맞물리는 완벽한 스포츠라는 점에서 어쩌면 이번 LVMH의 움직임은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겠다. 몇 가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는 포뮬러 1에 대한 젊은 대중의 관심을 다시 불러왔다. 여기에 푸마와 에이셉 라키 ASAP Rocky의 협업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앞서 언급했듯이, 포뮬러 1을 다시 론칭한 ‘리버티 미디어’는 F1이 모토GP와 똑같이 되기를 바라는 동시에, 영리한 태도로 최대한 많은 시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기를 희망하며 거의 10년에 걸친 작업을 수행해왔다. 또 자동차와 기술 관련 분야의 오랜 파트너들도 수년에 걸쳐 포뮬러 1과의 협업을 유지해왔다. 사실 루이 비통은 월드컵과 아메리카 컵 요트 대회,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 올림픽 등 이미 다른 스포츠 분야와 관계를 맺고 있지만, 럭셔리 브랜드의 가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완벽한 파트너를 찾는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포뮬러 1의 만남은 완벽에 가깝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나아가 10년이라는 계약 기간을 보더라도 국제자동차연맹이 LVMH로부터 얼마나 큰 신뢰를 얻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포뮬러 1의 스테파노 도메니칼리 Stefano Domenicali 회장은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협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훌륭한 전통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미래와 혁신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의 영역은 더 이상 스포츠나 패션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전방위적인 경험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총 24라운드로 구성된 이번 그랑프리에서는 특히 과거 몬테카를로 대회에서만 볼 수 있었던 트로피 전용 ‘루이 비통 트렁크’가 제공될 예정이다. 나아가 모든 트랙에서 LVMH의 브랜드 홍보가 진행될 예정이다. “포뮬러 1은 루이 비통을 젊은 고객에게, 나아가 미국 시장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해줄 것입니다.” LV의 CEO인 피에트로 베카리 Pietro Beccari의 말이다. “루이 비통은 더 이상 제품만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삶을 해석하는 방식, 즉 라이프 스타일을 판매하는 문화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죠. 지난 쇼에서 퍼렐 윌리엄스를 예술 감독으로 정해 새로운 노래를 선보였을 때와 마찬가지로, 포뮬러 1과의 파트너십도 젊음을 향한 문화 브랜드로서 위상을 한층 더 강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고, 일년 내내 꾸준히 지속성을 갖는 스포츠 종목이 얼마나 될까? 스테파노 도메니칼리는 현재의 포뮬러 1이 상징하는 바를 이렇게 정리한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시장으로써 F1은 최고의 시장입니다. 나아가 우리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루이 비통이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경험적 플랫폼을 확보했다고 확신합니다”.
물론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포뮬러 1과 모든 럭셔리 브랜드와의 관계를 함축한 이야기다. 자동차에서 엔진은 항상 화려함과 대담함의 대명사였다. 그런 이유로 F1과 럭셔리 시장을 연결하는데 있어, 가치와 감정선을 이을 수 있는 구실은 충분했다. 물론 그 안엔 비즈니스 논리도 있지만. 이번 LVMH와의 파트너십으로 태그호이어가 공식 타임 키퍼로 돌아오고, 시상대에서는 모엣&샹동 샴페인을 터트리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게 됐다. 이게 전부일까? 아니다. 럭셔리와의 관계는 다층적이어서 F1을 이루는 개별 레이싱 팀과의 계약도 이뤄졌다. 예를 들어 태그호이어는 지난 네 번의 대회에서 세계 챔피언을 차지한 맥스 페르스타펜 Max Verstappen의 레이싱 카인 레드불과 함께 하고 있고, 리차드 밀은 페라리와 맥라렌과 함께 하고 있으며, IWC는 메르세데스, 튜더는 레이싱 불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웨어로는 레이밴이 페라리, 마우이짐은 레드불, 오클리는 애스턴 마틴, 휴고는 레이싱 불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더하여 젊은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팝업도 활발한데,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파라마운트+와 비자, 뉴에라, 틱톡, 엑스박스, EA 스포츠 등이 있다.
그럼 새 포뮬러 1 시대에서의 핵심은 무엇인가. 포뮬러 1이 다시 신뢰를 회복하고 주목받을 수 있었던 건 참신한 리버티 미디어의 전략 덕분이었다.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어들이면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닐슨 스포츠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7억 5천만 명의 팬층이 F1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프랜차이즈로 만들었다고 한다. 실제로도 지난 3년 동안 약 5천만 명의 신규 팔로워가 증가했는데, 이는 모든 스포츠 중 가장 높은 5.7퍼센트의 성장률이다. 무엇보다 이중 팬의 41퍼센트가 여성이라는 점도 놀랍다. 뿐만 아니라 5.7퍼센트의 성장률 중 16~24세 연령층이 가장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F1 팬의 평균 연령은 약 32세로, 평균 팬층 연령이 50세인 미국 미식축구리그(NFL)나 42세인 NBA 보다 훨씬 젋다. 리버티 미디어가 경영을 맡은 첫 4년 동안 16세에서 35세 사이의 시청자 수가 77퍼센트나 증가했을 정도로 젊은 층의 유입은 빠르게 늘었다. 흥미로운 건 앞서 언급한 넷플릭스 시리즈 를 본 4명 중 1명이 실제로 포뮬러 1 팬이 됐다고 답한 통계 자료도 있다.

이런 멋진 트렌드를 향해 전 세계의 사람들이 안테나를 세운 것은 분명하다. 패션 시장은 F1을 멋진 세계로 꾸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루이스 해밀턴이 스타로서의 능력(첫 번째 사진은 인스타그램에서 5백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으며 F1 콘텐츠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을 갖기 전부터 사실 이 패션계는 일찍이 포뮬러 1 시장이 대중에게 접근하기 좋은 완벽한 파트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식(F1과 연결한 광고)의 작업이 더 많아지기도 했다. 이를테면 포뮬러 1이 젊은 층에게 강한 영향력을 가진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인 ‘어 베이싱 에이프 A Bathing Ape’와 ‘안티소셜 소셜클럽 Antisocial SocialClub’과 협업을 시작했고, 개별 팀들도 곧 이어 비슷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하스 F1(Haas F1) 팀의 엔터테인먼트 큐레이터였던 팜 엔젤스 Palm Angels, 발렌시아가 및 팰리스와 협업한 메르세데스, 루드와 협업한 맥라렌, 2022년에 알파타우리 컬렉션과 계약한 피에르 가슬리가 대표적이다.
또 시대를 기념하는 작업도 있다. 로코 이아노네 Rocco Iannone가 디자인한 페라리의 ‘레디투웨어 라인’ 출시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푸마가 포뮬러 1에 합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푸마가 스트리트웨어와 모터 스포츠의 미학을 아우르는 컬렉션 디렉터로 에이셉 라키를 영입한 것도 스포츠와 다른 시장과의 덧셈을 의미한다. “최근 몇 년간 모터스포츠, 특히 포뮬러 1이 스포츠와 스트리트웨어 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포뮬러 1과의 파트너십은 모터스포츠와 라이프 스타일의 덧셈이 지금의 시장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 것인지,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입니다.” 푸마의 CEO인 아르네 프로인트 Arne Freundt의 말이다.
당연하게도 다른 경쟁자들 역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아디다스는 올해부터 메르세데스 팀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모터스포츠, 특히 포뮬러 1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팬을 확보하고 스포츠와 도시 문화에 영향을 미치려면 빠르게 이 세계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아디다스는 새로운 세대의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매력적인 라이프 스타일 제품을 선보이며 전에 없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아디다스 CEO 비외른 굴덴 Bjørn Gulden의 말이다.
포뮬러 1의 잠재력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럭셔리 업계는 포뮬러 1 시장을 활용해 그들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오늘날 포뮬러 1의 상업적 가치는 1백70억 달러(25조512억)로 추산된다. 각 팀의 계약 가치는 평균 5백8만 달러로, 2019년의 2백87만 달러보다 56퍼센트나 증가했다. 모든 팀의 가치 역시 최소 10억 달러 이상으로, 그 중에서 47억 8천8백만 달러의 가치를 지닌 페라리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것은 경제적인 수치임과 동시에 포뮬러 1이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실체적인 수치이기도 하다. 포뮬러 1은 올해 투자를 위한 촉매제가 되어 더욱 매혹적이고 황홀하며 독점적인 것을 원하는 이들(브랜드)을 위한 플랫폼으로서 점점 더 확고하게 자리잡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있다. 몸집을 키울 수 있는 이번 기회를 포뮬러 1은 어떻게 활용할지,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