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은 요즘 웰니스 업계 꽉 잡은 주인공이다. 핫 허니로 고단백 식단에 맛을 더하고, 소금 곁들인 꿀로 운동 전 연료를 채우고, 로 허니(raw honey)로 염증을 완화한다. 그런데 이건 진짜 효과가 있을까, 아니면 또 하나의 바이럴 유행일까?

마그네슘, 생강, 통캇 알리. 그리고… 꿀? 요즘 웰니스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다양한 보충제와 식품 중, 곰 모양 병에 담긴 그 끈적한 물질만큼은 전혀 이국적이지 않다. 그런데도 인플루언서부터 일반 헬스족까지 모두가 이걸 운동 전에 에너지원으로, 고단백 식사의 천연 감미료로, 혹은 인공 감미료를 대체하는 건강한 단맛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로 허니처럼 효소와 항산화 성분이 살아 있는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고, 칠리향을 더한 핫 허니는 자극적인 매운맛 덕분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숟가락으로 퍼먹는 꿀에 소금을 살짝 얹어 프리워크아웃(pre-workout) 연료로 삼는 건 지금 틱톡에서 유행 중인 트렌드다. 물, 히말라야 소금, 글리세롤 파우더를 섞은 ‘허니 펌프 칵테일’을 소개하는 영상도 있다. 심지어 요즘엔 핫 허니 갈릭 텐더, 내슈빌식 치킨 텐더 등 고단백 식사에 꿀이 메인 재료로 활약 중이다.
애쉬튼 홀의 화제의 ‘모닝 루틴’ 영상에도 꿀은 등장한다. 그는 바나나 껍질로 얼굴을 닦은 후, 꿀로 아침 식사에 맛을 더했다. 요즘은 양봉도 셀럽들 사이에서 유행이다. 제니퍼 가너, 비욘세, 데이비드 베컴, 에드 시런까지 벌통을 소유한 셀럽들이 늘고 있다. SNS에서 인기인 ‘비 레이디’를 보면 알 수 있다.
왜 사람들이 꿀에 열광할까?
미국 국립 꿀위원회 CEO 마가렛 롬바드에 따르면, 꿀의 판매량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고 특히 최근 5년간 급증해 2024년엔 11억 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설탕이나 인공 감미료 대신 건강한 대안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설탕 소비가 줄고는 있지만, 여전히 꿀보다 훨씬 많이 섭취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칠리를 우려낸 핫 허니는 지금 가장 ‘핫’한 아이템이다. 지난 4년간 판매량이 128%나 급증했다. SNS에선 고단백 레시피에 핫 허니를 활용한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전통 꿀이나 로 허니는 운동 전 에너지원으로, 소금과 함께 섭취하는 방식으로 등장한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160만 명을 보유한 피트니스 인플루언서이자 The Flexible Dieting Lifestyle의 창립자 잭 로슐로는 이렇게 말한다. “핫 허니는 집에서 만든 단백질 피자에 뿌리거나, 스티키 허니 스리라차 치킨 텐더처럼 글레이즈에 섞어 활용해요. 달달하면서 매콤한 조합 덕분에 칼로리는 낮고, 맛은 진짜 풍부하죠. 재료도 간단하고요.”

정말 꿀이 건강에 도움이 될까?
설탕 대신 꿀을 쓰는 건 꽤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에모리 대학교 교수이자 미국 올림픽 대표팀의 영양사인 댄 베나도트 박사에 따르면, 꿀은 설탕보다 체내 흡수가 느리다. 이 느린 흡수는 체중 관리, 지방 축적 억제, 식욕 조절 호르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실제로 꿀은 설탕보다 체중 증가를 덜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항산화 성분은 염증 수치 감소에 도움이 된다.
왜 꿀이 더 천천히 흡수될까? 짧은 화학 수업을 하자면, 설탕은 포도당 50%, 과당 50%로 구성돼 있다. 반면 꿀은 과당 40%, 포도당 30%, 물 17%, 나머지 13%는 기타 당류, 탄수화물, 영양소다. 꿀에는 설탕에 없는 ‘트레할라아제’라는 효소도 포함돼 있다. 이 효소가 포도당을 천천히 방출한다.
다만, 모든 설탕을 꿀로 대체하고 감자와 곡물을 끊고, 하루 두 번만 과일을 먹는 ‘허니 다이어트’ 같은 유행은 경계해야 한다고 베나도트 박사는 말한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을 늘리는 방식은 결국 단백질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쓰게 돼 효과가 없다”는 것. 결국, 가장 좋은 식단은 ‘다양성’이다.
운동 전에 꿀을 섭취할지 고민 중이라면, 설탕과 꿀의 흡수 속도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베나도트 박사는 “설탕은 빠른 에너지를 제공하기 때문에 마라톤처럼 긴 운동 전엔 젤리나 에너지 젤 같은 설탕 기반 간식이 흔히 쓰인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꿀은 운동 1시간 반 전에 섭취할 경우 더 지속적인 에너지를 제공한다고 한다. 꿀 속 포도당과 과당이 간에서 글리코겐으로 전환되고, 이 글리코겐이 고강도 운동 중 핵심 에너지원이 된다.
‘허니 펌프 칵테일’에 들어가는 글리세롤 파우더는 어떨까? 베나도트 박사는 “여름 오후 러닝처럼 땀이 많이 나는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필요 없다”고 말한다. 글리세롤은 수분을 오래 유지하게 돕기 때문이다. 꿀에 소금을 곁들이는 트렌드에 대해서는, “100mg 정도면 충분하다. 더운 환경이라면 200mg도 괜찮다. 하지만 과도한 소금 섭취는 혈압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쯤 되면 마지막 질문은 이것만 남는다. 양봉을 시작해야 할까? 만약 그렇다면, 롬바드 CEO는 “지역 양봉 협회로부터 기초 지식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꿀벌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