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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니스 씬의 가장 큰 화제, 존투 트레이닝이 뭔데?

2025.05.17.조서형, Ashwin Rodrigues

존2 운동, 존투 트레이닝, Zone2 등으로 불린다. 낮은 강도로 오랜 시간 운동하는 것을 말한다. 당신의 스마트워치가 뭐라고 하든 낮은 강도의 유산소 운동은 몸에 아주 좋다.

피트니스 트렌드를 주시하고 있다면, ‘존2 트레이닝’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혹은 Andrew Huberman의 팟캐스트 Peter Attia의 The Drive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을지도. 이 낯선 용어는 요즘 프로 지구력 코치들 사이에서, 그리고 자신의 몸을 숫자로 관리하는 테크 남자들 사이에서 핫한 개념이다. 팔란티어 CEO 알렉스 카프는 노르웨이식 존2 중심 루틴을 따른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존’이라는 용어가 괜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최신형 스마트워치, 가슴 밴드, 심지어 트래커 내장 속옷까지 착용하며 이 상태를 측정하고 공유하는 ‘하이테크 남자들’의 이야기처럼 들리니까. 하지만 실제로는 그저 ‘약간 힘든’ 강도로, 오랜 시간 운동하는 것이다. 이 간단한 운동이 왜 지금 모든 남자들에게 필요한지, GQ는 전문가들과 함께 그 원리를 풀어봤다.

존2의 정확한 의미

미국 올림픽 위원회와 육상 국가대표팀과도 일한 스포츠 심장학자 벤자민 레빈 박사에 따르면, 운동 강도는 보통 최대 심박수 기준으로 5개의 존으로 나뉜다. 존5는 최대 심박수의 90~100%, 전력 질주 같은 고강도 운동이다. 존1은 50~60%, 빠른 걷기 정도의 강도다. 존2는 그 사이 어딘가. 가벼운 조깅이나 여유로운 자전거 타기 정도다. 물론 운동 수준에 따라 다르다. 엘리우드 킵초게의 존2는 일반인에겐 ‘존6’쯤 될 수도 있으니까.

운동 강도가 낮을수록, 몸은 주로 지방을 연료로 쓴다. 지방은 효율적인 에너지지만, 산소가 많이 필요하다. 반면 강도가 높아질수록 몸은 탄수화물, 즉 글리코겐을 주요 연료로 전환한다. 존2는 이 전환 지점, 즉 ‘지방 → 탄수화물’로 넘어가기 직전의 가장 효율적인 경계선에 해당한다. 이 시점에서 젖산도 거의 쌓이지 않는다. 스탠포드의 임상 운동생리학자 제프 크리슬은 “존은 선이 딱 나뉘는 게 아니라, 최대 심박수의 퍼센트 범위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70%를 넘었다고 해서 갑자기 운동 효과가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미토콘드리아 업그레이드

존2 운동의 진가는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강화하는 데 있다. 콜로라도 의대 교수이자 전직 사이클 선수인 이니고 산 미얀은, 미토콘드리아가 성능의 핵심이라는 데 주목했다. 그는 혈중 젖산 수치를 통해, 존2 훈련이 지구력 선수는 물론 주말 조깅을 하는 사람에게도 ‘심폐 지구력의 토대’를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현재 그는 UAE 팀 에미리츠 사이클링팀의 퍼포먼스 총괄로, 투르 드 프랑스 2연패자 타데이 포가차르의 개인 코치이기도 하다. 그가 말하는 존2 훈련의 핵심은 이것이다. “더 오래,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해선, 먼저 느리게 달려야 한다.”

지속 가능한 운동

전문가들은 존2 운동이 과거의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HIIT) 유행보다 훨씬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다고 말한다. 가장 좋은 운동은, 계속할 수 있는 운동이다. 크리슬은 존2의 효과를 보기 위해선 매주 3~4회, 1시간 정도의 유산소를 12주간 유지하라고 조언한다. 이 정도가 뇌와 몸이 새로운 운동 루틴을 습관화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물론 지루할 수 있다. 토요일 아침, 사람들이 나를 스쳐 지나가는 걸 보며 속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속도가 아니라 지속이 답이다.

스마트워치를 너무 믿지 말 것

이제 중요한 얘기. 심박수 기반 트래커의 존2 측정은 신뢰할 수 있을까?  산 미얀은 “30년을 연구해도 테스트 없이 누구의 존2인지 말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레빈 박사는 더 직설적이다. “심폐 운동부하 테스트(VO₂ max 테스트)를 받지 않았다면, 당신의 존2 수치는 그냥 쓰레기입니다.” 이 테스트는 트레드밀 위에서 마스크를 쓰고 산소 섭취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심박수 등을 측정해 진짜 최대 심박수를 산출하는 검사다. 일반적인 나이 계산식은 최대 20bpm 오차가 날 수 있다.

장비 없이 존2 측정하는 방법

젖산 측정 장비가 없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가장 직관적인 존2 측정법이 있다. ‘말할 수 있을 정도의 강도’에서 운동하라. “말을 할 수는 있지만, 약간 숨이 찰 정도가 존2입니다. 완전한 문장으로 대화가 가능한 정도죠.” 크리슬의 설명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 정도 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사실 이 방식은 수십 년 전부터 지구력 운동계의 상식이었다. 존2가 새롭다기보다, 기존 지식을 체계화한 이름에 가깝다.

존2는 다이어트 비법이 아니다. 물론 지방을 태우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좋다는 오해가 있다. 하지만 크리슬은 단호하다. “존2는 체중 감량 전략이 아닙니다. 운동만으로는 살이 빠지지 않습니다.” 천국의 계단이나 트레드밀에 있는 ‘Fat Burning Zone’ 표시는 망상에 가깝다.  그보다는 이렇게 생각하자. 존2는 내 몸 속 엔진, 즉 미토콘드리아를 ‘업그레이드’하는 훈련이다. 식스팩보다 아름다운 미토콘드리아를 떠올릴 것.

결론: 느리게, 꾸준히, 똑똑하게

세 명의 전문가가 공통으로 말한 것은 이것이다.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내 몸의 신호에 집중하라.” 존2는 마법이 아니다. 하지만 꾸준히 낮은 강도로 운동하고, 가끔 강한 자극을 주는 것, 이 조합이야말로 모든 지구력 선수들이 실천하는 진짜 정석이다. 오늘 스마트워치가 당신에게 뭐라고 말하던 상관 없다. 몸은 알고 있다. 느리게 탄탄히 쌓은 체력이 결국 당신을 더 멀리 데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