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수중 비상사태를 겪으며 살아남은 동굴 다이버 질 하이너스가 전하는 교훈을 나눈다. 공포와 공황 상태에서 바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미지의 공포를 초월할 수 있다면, 우리는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다.” 질 하이너스는 자신의 자서전 Into the Planet: My Life as a Cave Diver 말미에 이렇게 썼다. “우리는 그 여정이 어디로 향할지 항상 알 수는 없다. 어렵다는 부담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길은 결국 발견으로 이어진다.”
이런 통찰들은 그의 30년 넘는 동굴 다이빙 및 수중 사진 경력을 담은 모험 가득한 자서전 곳곳에 깔려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GQ의 팟캐스트 Airplane Mode에 질 하이너스를 초대하고 싶게 만든 이유였다. 남극 빙하 아래로 다이빙하러 떠나는 사람이야말로 ‘자신감’이라는 시즌 테마를 이야기할 적임자가 아닐까?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하 2도의 물 아래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 필요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불확실성 앞에서 당황하거나 겁먹거나 압도당한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다. 질은 그런 순간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능력 덕분에 생존해왔다. 공포와 이성 사이, 아찔한 줄타기를 능숙하게 해온 셈이다.
다음은 그가 물속에서 배운 생존의 교훈이다. 육지 위 인생에도 충분히 통하는 이야기다. 수없이 겪은 수중 비상사태를 통해 얻은 비즈니스 성공의 원칙, 패닉 상태에서 침착함을 되찾는 방법, 누구나 경험해봐야 할 프리다이빙 수업의 자기 효능감까지.
당신 같은 사람도 다이빙 전에 긴장되거나 두려운가?
항상 그렇다. 그리고 그건 중요한 일이다. 그건 내가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무사히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혀 두려워 하지 않는 사람과는 다이빙하고 싶지 않다. 그런 사람은 우리가 감수하는 위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런 어둠 속으로 발을 들이는 것이 특별한 발견의 기회를 주는 법이다. 불확실성과 두려움이 엄습할 때, 그 순간이야말로 이전에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기회라고 나는 믿는다.
그런 태도는 배운 건가, 아니면 타고난 건가?
나는 철저히 배운 것이다. 전통적인 가정에서 자라 부모님은 내가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의사나 변호사, 엔지니어가 된 뒤, 가족을 꾸리고 아이를 낳기를’ 바랐다. 나는 정반대로 살았다. 20대 시절, 광고업계에서 평생 가장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싫어하진 않았지만, 나는 자연 속에서 지내는 것을 좋아했고, 자유롭게 스케줄과 상사로부터 벗어나 일할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다이빙 장비만 잔뜩 담은 여행 가방 하나 들고 케이맨 제도로 이사했다. “이제 수중 사진작가가 되는 법을 배워야겠군” 생각하면서. 조금씩 시도해본 적은 있었지만,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었다. 수중 사진작가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시작하는 것이다. 꿈꾸는 일을 향해 한 발 내디딜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다.
인생의 큰 문제들을 해결하는 건 정말 어렵다. 기후변화를 어떻게 해결할지, CEO가 되는 법, 동굴 다이버로 생계를 유지하는 법을 알아내는 건 너무 거대하다. 물속에서 길이 끊기고 시야도 안 보이고, 동료는 공황 상태에 빠지고, 당신도 거의 죽을 것 같은 상황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우리는 늘 ‘다음 가장 좋은 한 걸음’을 알고 있다. 인생이란 결국, 그런 작은 발걸음들이 모여 환상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동굴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면, 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하나?
누구나 처음엔 심장이 뛰고, 호흡이 빨라지고, 머릿속이 온갖 쓸모없는 생각으로 가득 찬다. 이 모든 건 감정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신과 몸을 제어하는 것이다. “감정아, 지금은 네가 도움이 안 돼. 이제 실용적인 대응을 해야 해.” 라고 말해줘야 한다.
그건 싸움이다. 감정이라는 악마는 계속 되돌아온다. “너 죽을지도 몰라.”라고 속삭이며. 하지만 그때도 “지금 그 생각하면 안 돼.”라고 밀어내야 한다. 차갑고 냉정하게, 감정을 차단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나중에 다시 감정과 마주해야 한다. 슬퍼하거나, PTSD에 시달리거나 하면서. 하지만 처음엔 그걸 배워야 하고, 한 번에 잘하지는 못한다. 생존은 반드시 멋져야 할 필요는 없다. 그저 효과적이면 된다.
공포를 밀어내는 첫 번째 단계는 무엇인가?
호흡이다. 반드시 첫 단계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는 것이다. 그 순간 심박수가 내려간다. 이건 본능적인 생리 반응이다. 심장은 뛰려고 하고, 턱은 떨리고, 하지만 그때 “아니야, 아니야” 하면서 폐 깊숙이 들이마시는 것이다. 바닥에서부터 어깨, 목까지, 명상하듯 천천히 채우고 내쉰다. 그때 감정을 함께 내보낸다. 감정을 날려버려야 한다.
그런 호흡법은 일상에서도 도움이 되나?
항상 쓴다. 예전에 정면 충돌 사고 현장에서 사람을 도운 적이 있다. 정말 무서운 상황이었다. 차는 망가졌고, 그녀는 크게 다쳤고, 차는 불타고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에도 깊게 숨을 들이마셔야만 정신을 차리고 할 일을 할 수 있었다. 사람을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뜻밖의 반응을 보이거나, 온라인에서 헛소리를 퍼붓는 일이 있을 때. 처음엔 떨리고 “그 사람이 나를 그렇게 생각한다고?” 싶다가도, 숨을 들이마시고 감정을 버려야 한다. “이건 나에 대한 게 아니야. 저 사람에 대한 거야.”라고 생각하며.
그런 위기 대응이 평소 스트레스 대처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나?
전혀 다른 시각을 갖게 된다. 60일 동안 극한 탐험을 하고 돌아오면, 말 그대로 레이저처럼 집중한 상태로 지냈던 뒤다. 그런데 슈퍼마켓에 갔는데 어떤 사람이 브로콜리가 없다고 투덜대면, 속으로 “진짜?” 싶다.
죽음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달라졌나?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제대로 살지 못하는 것’이 더 무섭다. 인생은 정말 덧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이 스포츠를 하면서 많은 친구들을 잃었다. 어떤 사람은 예견된 죽음이었고, 어떤 사람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지금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다. 내 남편은 내가 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매일 나를 기다린다. 그건 그에게도 정말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만큼 내가 집으로 돌아갔을 때 함께하는 시간이 정말 특별하게 느껴진다.
전통적인 직업을 떠나 덜 전통적인 일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겠나?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라. 그러면 돈과 성공은 따라온다. 그리고 성공이라는 개념도 그 경험을 통해 변화하게 된다. 오늘날은 내가 어릴 때와 완전히 다르다. 예전엔 직업 적성 검사를 하고, 비서나 약사 같은 평생직을 골라, 한 회사에서 일하는 걸 상정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탐험가가 되어야 한다. 하이브리드한 직업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긱 이코노미’고, 다음 급여가 어디서 나올지 모르는 시대다.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과 연결하고, 일거리를 요청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다. 나는 탐험 기회를 자원봉사,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해 “우리가 함께 일할 방법이 있을까요?”라고 묻는 방식으로 얻었다.

한 번에 가장 오래 물속에 있었던 시간은?
가장 긴 임무는 총 22시간짜리였고, 그 중 13시간은 물속에 있었다.
보통은 동료와 함께 다이빙하겠지만, 외로움은 힘들지 않나?
외로움이야말로 다이빙의 가장 좋은 부분이다. 인생의 모든 소음—실제 소리든, 머릿속의 잡념이든—이 물속에서는 모두 사라진다. 물속에서는 그 순간에만 집중하게 된다. 물 밖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혀 떠오르지도 않는다. 그게 다이빙의 매력 중 하나다.
물 위에서는 그런 고요함이나 몰입감을 어떻게 재현하나?
명상이나 호흡법 등을 시도해봤지만, 아주 잠깐만 가능하다. 곧장 할 일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온다. 결국 나에겐 물속뿐이다. 그래서 프리다이빙도 시작했다. 장비 없이 잠수하는 방식인데, 깊은 호흡을 연습해 오랫동안 숨을 참는 훈련을 한다. 물 밖에서는 그 경지에 못 미친다. 나는 물속에 있어야 하는 사람인 것 같다.
프리다이빙 호흡법에서 배운 점은 일반인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누구나 프리다이빙 수업을 한번쯤은 받아보면 좋겠다. 정말 자존감이 올라간다. 불과 이틀 만에,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시간만큼 숨을 참을 수 있게 된다. 주말 동안 2분 반, 심지어 3분까지 참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물속에서 가슴이 떨리기 시작할 때, “이제 숨 쉬어야 해!” 싶은 그 순간이 있다. 수영장에서 경험해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반응의 생리학적 원리를 이해하면, 실은 숨 쉴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단지 몸의 반응일 뿐이고, 실제로 산소가 필요한 시점은 아니다. 훨씬 더 오래 버틸 수 있다. 그건 곧 당신이 상상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 존재라는 걸 가르쳐준다. 이틀짜리 수업만으로도 굉장한 고양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런 놀라운 일을 하면서도, 불사의 느낌 같은 걸 경계할 줄 아는 이유는 뭔가?
그런 느낌에 빠지긴 정말 쉽다. 그런데 바로 그 자만심이 사람을 죽인다. 누군가 죽으면 사람들은 곧바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뭘 잘못했지?”라고 말한다. 분석에 들어간다. “나는 그런 실수 안 해.”라고. 하지만 그건 그 친구가 방금 했던 행동이다. 어떤 연쇄적인 사건들이 그 선택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같은 실수를 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그런 실수를 방지할 수 있을까?”
그게 내가 친구의 죽음을 기리는 유일한 방식이다. 그런 선택으로 이어진 사고와 판단의 연쇄를 타인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경고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 똑똑한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