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과 지창욱이 차기작 [인간x구미호] 출연을 확정했다. ‘K-구미호’ 계보를 빛낸 역대 대표 구미호상들을 짚어보자.
원조의 압도적인 아우라 | <구미호, 1994>, 고소영

한국 영화계에서 구미호 캐릭터를 단순히 설화 속 괴물이 아닌 도시적이고 세련된 아우라를 지닌 존재로 탈바꿈시킨 것은 단연 고소영이다. 구미호 캐릭터에 현대적인 해석을 더한 기념비적인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히는 영화 <구미호>에서 당시 신비로운 마스크를 가진 배우로 손꼽히던 그녀는 구미호 역할을 맡아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단순히 인간의 간을 빼먹는 공포의 대상이 아닌 인간 남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딜레마에 빠지는 복잡한 내면을 지닌 존재로 그리며 차가우면서도 고혹적인 아름다움으로 구미호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완성했다. 그녀의 날카로우면서도 고혹적인 이목구비는 ‘신비로우면서도 위험한 아름다움’이라는 구미호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완벽하게 구현하며, 팜므파탈 구미호의 원조로 강렬하게 자리매김했다.
사랑스러운 ‘구미호블리’ |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2010>, 신민아

그리고 2010년대에 들어와 구미호라는 소재가 얼마나 트렌디하고 대중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지 보여준 기념비적인 작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가 나왔다. 여기서 신민아는 공포는 0%, 사랑스러움은 100%인 새로운 유형의 구미호를 선보이며, 기존 구미호 캐릭터의 클리셰를 완전히 깨부쉈다. 500년 만에 봉인에서 풀려난 구미호 ‘미호’ 역을 맡아 공포스러운 이미지를 걷어내고, 순수하고 해맑으며 먹을 것에 집착하는 엉뚱하고 해맑은 소녀 같은 모습과 인간을 해치지 않고 순수한 사랑을 갈망하는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보조개 미소’와 함께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구미호블리(구미호+러블리)’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구미호 캐릭터에 러블리한 새 장을 열었다. 이 작품 이후, 구미호는 여름 납량 특집의 전유물이 아닌 주요 로맨스 드라마의 인기 소재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젠더의 틀을 깬 최초의 남자 구미호 | <구미호뎐, 2020>, 이동욱

2020년이 되어서는 구미호 캐릭터가 여성이라는 오랜 공식이 깨졌다. <구미호뎐>에서 이동욱은 구미호의 성별을 파괴한 ‘최초의 남자 구미호’로 출연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백두대간의 전직 산신(山神) 출신이자 도심에 정착한 남자 구미호 ‘이연’ 역을 맡은 이동욱은 누구보다 구미호 캐릭터에 최적화였다. 그의 비현실적인 외모와 서늘한 분위기는 천 년을 살아온 고독한 존재감을 완벽하게 표현했으며, 특히 붉은 계열의 헤어스타일과 시크하면서도 퇴폐적인 스타일링은 ‘섹시한 남자 구미호’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했다. 지금까지 여성으로 구현된 구미호가 보여주지 못했던 압도적인 피지컬과 액션 연기는 물론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수백 년간의 절절한 순애보를 완벽하게 그려내며 ‘역대급 구미호’라는 찬사를 받았다.
츤데레 매력의 만찢남 구미호 | <간 떨어지는 동거, 2021>, 장기용

그 이듬해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간 떨어지는 동거>에서는 장기용이 999살 구미호 ‘신우여’ 역을 맡아 또 다른 매력의 남자 구미호를 선보였다. 웹툰을 찢고 나온 듯한 비주얼로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장기용 표 구미호는 낯선 현대 사회를 겪으며 인간의 정을 배워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존재답게 냉철하고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지만 인간 여대생과의 우연한 동거를 통해 점차 인간적인 정과 감정을 느끼며 서툴게 변화하는 모습은 큰 공감을 샀다. 장기용 특유의 길고 시원한 피지컬에서 나오는 고독한 아우라와 다정한 츤데레적 면모는 ‘완벽한 비주얼 판타지 로맨스’의 구미호상을 완성, 원작 팬들까지 만족시키는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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