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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부사장이 꼽은, ‘우리 옷을 입은 가장 의외의 인물’?

2025.12.12.조서형

소유 구조를 지구로 개편한지 3년 차, 최고 주주이자 유일한 주주인 지구는 파타고니아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파타고니아의 연말 성과 평가를 들어보았다.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재고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다음에 나올 신제품은 뭔지, 그리고 파타고니아 옷을 입은 가장 의외의 사람은 누구였는지까지.

지난 8일, 파타고니아 성수낙낙점에서 맷 드와이어 파타고니아 제품 환경영향 부문 부사장과 미디어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창립 52년 만의 최초의 책임 경영 보고서 ‘프로그레스 리포트‘를 발간 기념한 토크 이벤트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다. 이날 파타고니아는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으며, 앞으로 어디로 가고자 하는지, 시행착오와 해결해야 할 과제 등을 솔직하게 공유했다.

이날 발표의 주제는 ‘Why Should We Care? 우리가 먹는 것과 입는 것의 연결성’.

MD 안녕하세요. 파타고니아에서 글로벌 제품 환경 영향 총괄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맷 드와이어입니다. 저희 제품이 우리의 터전인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는 것이 저의 일입니다.

그의 일이 왜 중요한지 발표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그는 식량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MD 미국의 고급 식품 슈퍼마켓 체인인 ‘홀 푸드 마켓’이 글로벌 동물 파트너십 (GAP)를 설립했습니다.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기까지의 모든 경로를 농장을 포함한 당사자들이 참여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는데요. 고객이 매장에서 단순하게 뭔가를 집어 계산하는 것에서 벗어나 식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인지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 안에는 농부와 동물이 관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오늘날 산업화된 농업은 규모를 필요로 합니다. 생산 활동을 통해 수익이 필요하니까요. 현재 거의 대부분의 지구상의 식량들은 유기농으로 생산되지 않습니다. 수익을 얻기 위해 화학 물질을 거의 사용하고 있어요. 이는 토양 시스템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시킵니다. 만약 내가 유기농 상품을 사면, 이는 더 나은 토양 시스템을 향한 의지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이런 합성 농약 제초제 없이 생산하는 농산품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고요. 더불어 화학 물질에 대한 노출 없이 농사를 짓는 농민의 이익을 보호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팔다리는 물론 눈과 얼굴의 대부분을 가린 채 제초제를 뿌리고 있는 농부의 사진이 화면에 띄워졌다. 마치 우주인 같은 모습이었다.

MD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대체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 묻는 것입니다. 옷과 커피를 비롯한 먹을 것을 구매하는 고객으로서 저희는 질문을 해야만 합니다. 추적 가능성이라는 중요한 가치가 대두되는 순간이죠. 이 농작물이 유기농으로 재배된 것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농민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잘 보존된 토양 체계에서 자란 음식이란 건 어떻게 확인할 수 있죠? 이런 질문을 생산자에게 던져 그에 대한 답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철학은 의류 공급망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맷 드와이어 부사장은 계속해서 파타고니아의 면 공급 사업에 대한 얘기를 이어나갔다. 농작물과 마찬가지로 면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농장과 농민이 관여된다.

MD 모든 브랜드와 저의 일, 그리고 소비자인 여러분의 책임은요. 우리가 먹고 입는 것이 자라나는 땅과 이것을 키워내는 농민들이 대우받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 유기농 섬유는 농업과 마찬가지로 합성 농약, 제초제, 고엽제 등 농민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화학물질 없이 재배가 됩니다. 여러분이 이 유기농 섬유로 제작된 티셔츠 한 장을 이 매장에서 구매하면, 농민의 건강과 농민의 생계 그리고 잘 보존된 토양 체계, 더 크게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것에까지 함께 동참하게 되는 겁니다.

이에 더해 맷 와이어 부사장은 이 면이 어떤 농장, 어느 농민에 의해서 만들어졌고, 어떤 경로를 거쳐왔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추적 가능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발표를 마쳤다. 그리고 나서 질문 시간이 이어졌다.

Q. 파타고니아는 비영리 조직으로 회사의 소유권을 넘겼습니다. 혹시 그렇다면 제품 개발 비용이나 품질에 관한 투자가 부족해지는 것은 아닐까요?
MD 파타고니아는 여전히 영리를 추구하는 의류 기업입니다. 저희가 고품질의 제품을 통해서 견고한 비즈니스를 이어나가지 못한다면, 일이 제대로 될 수 없겠죠? 저희는 계속해서 혁신해나가고 있습니다. 저희는 세 가지 일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합니다. 첫 번째는 정말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 두 번째는 옳은 일을 하는 것, 세 번째로는 소비자가 저희를 멋지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앞의 두 가지는 저희 통제권 내에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고요. 세 번째는 우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Why should we care?’라는 질문을 가진 직원은 없나요? 환경 리포트 작성에 쓸 시간과 노력을 물건을 더 파는 데 들여 인센티브를 더 받고 싶은 그런 직원이요.
MD 저희가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한 직원은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애초에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문제에 열의를 가지고 있어 브랜드에 합류한 사람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말씀드리자면, 파타고니아는 늘 성장을 원합니다. 전 세계가 고비용 구조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견고한 재정 상태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나머지 일에 기여를 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저희가 성장을 도모하지 않는다면 저희는 풀뿌리 행동주의에 1% 기부도 못 할 것이고, 생태계를 위한 일도 하지 못하게 될 거니까요.

Q. 당신이 개발한 고기능성 소재가 도심에서 패션 아이템으로 소비되는 현상을 보면 어떤가요? 자원 낭비라고 보나요 아니면 옷을 더 오래 입게 만드는 긍정적인 기회라고 보나요?
MD 뉴욕에서 강아지 산책하는 사람을 위해 저희 제품이 설계된 것은 아닙니다만, 그런 분들에게도 대환영입니다. 모두가 고기능성 제품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파타고니아 제품은 스포츠와 아웃도어, 그리고 인간을 원동력으로 하는 다양한 활동을 위해 설계되었지만, 그 활동 사이에 있는 모든 일상의 순간에도 잘 녹아든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1년에 두 번 스키를 타는 사람도 스스로를 스키어라고 생각하거든요. 당연히 그런 분들을 제외할 필요는 전혀 없지 않겠습니까? 일상을 위해 고기능성 제품을 구매해서 입으면, 1% 기부를 위해 돌려주고 공정 무역에도 기여를 하고 더 나은 가치 사슬에 동참해주시는 것입니다. 또 재활용 소재가 활용되는 의류 산업에까지요. 더 많이 오실수록 더 좋죠. 대환영입니다.

Q. 다른 의류 브랜드도 그렇겠지만, 파타고니아에서도 재고 관련 문제가 있을 것 같은데요. 제품마다 생산 수량이 정해져 있나요?
MD 생산 수량이 결국 온실가스를 배출 하고, 수자원을 사용하게 되고, 인력이 투입되기 때문에 결국은 환경에 영향을 끼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산 수량은 대단히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고 있습니다. 모두가 이런 예측을 하고 오류와 실수를 경험하겠지만, 저희가 가장 신중하고 면밀하게 살펴보고 제품 생산 수량을 결정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정상가로 판매하고 남는 수량은 정말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말 면밀하게 결정하고 있습니다.

Q. 지드래곤이 공항에서 입은 플리스가 유행하는 것 말고, 한국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MD 파타고니아는 비상장 기업으로서 어떤 선택을 강요하는 주주나 투자자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유에 따라 판매하는 제품, 소비자와 시장을 선정하고 움직입니다. 저희가 한국 시장에 있는 이유도 매우 뚜렷합니다. 댐과 관련된 여러 활동 때문이기도 하고, 미세 플라스틱 절감을 고민하는 삼성과의 협업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자리의 여러분과 같은 커뮤니티 때문이기도 하고요.

Q. 제가 생각하는 파타고니아의 흥미로운 점은 억만장자가 입어도, 의류 수거함에서 누군가 꺼내 입어도 어색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일하는 동안 파타고니아를 입은 사람을 많이 봤을 텐데, ‘이 사람이 우리 옷을 입었네?’ 싶은 경우가 있었을까요? 가장 의외의 인물을 꼽는다면요.
MD 칸예 웨스트라고 답변 드릴 수 있겠습니다. (웃음) 저는 출장을 다니면서 공항에서 파타고니아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말을 겁니다. 왜 구매하게 되었는지, 옷은 마음에 드는지 등을 물어봐요. 오래 입을 수 있고 재판매와 재활용이 가능해서 선택했다는 답변을 주로 들었어요.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파타고니아를 입은 장면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Q. 의류 기업들이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주로 제조 단계를 언급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문제는 폐기되는 과정에 있지 않은가 싶은데요. 이 부분에 있어 파타고니아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MD 말씀 주신 순환성의 확보는 제가 맡은 업무 중 큰 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수명이 다한 제품을 재활용할 뿐 아니라 처음부터 순환성을 고려해 디자인하는 거죠. 소재부터 수선 가능성까지 강화하는 방향으로요. 현재로서는 연간 저희에게 다시 돌아오는 제품이 1% 미만이라 이 내용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제가 감당해야 할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죠.

이렇게 많은 질문이 쏟아지는 발표라니. 미처 질문하지 못하고 남은 궁금한 이야기는 파타고니아에서 마련한 음식을 즐기며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MD 오늘 제 짧은 발표를 듣고서 행동이 달라진다면, 뭔가 살 때마다 질문을 던져보면 좋겠어요. 저와 같은 목표를 가지고 같은 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게끔 독려해주길 바랍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여러분이야말로 가장 큰 목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디로 가고 싶은지 투표할 수 있고, 어디에 지출할지 결정하는 것으로 또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던지는 질문을 통해서 물건을 생산하는 주체에게 답을 내놓도록 요구할 수 있고요. 여러분이 가진 돈으로 표를 던져주시면 어려운 일은 파타고니아가 대신 하겠습니다. 지구를 위해 옳은 일을 하는 곳에 돈을 써 주세요.

이날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브랜드를 불문하고 가장 오래 입은 옷을 챙겨 왔다. 얼마나 된 옷인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나누었다. 유기농법으로 생산된 핑거 푸드와 음료를 즐기며 못다한 대화를 마저 나눴다. 한 켠에는 손과 입가를 닦을 수 있는 면 냅킨이 마련되어 있었다. 일회용 물티슈 대신 준비해 둔 그 마음 덕에 방금 들은 발표가 더욱 공감되었다. 이날 매장에서는 재생 유기 농법으로 만든 ‘파타고니아 프로비전’ 식품인 파스타와도 만나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