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지가 또 하나의 파텍 필립 ‘그레일’을 손목에 올렸다. 이 래퍼의 시계는 아름다운 만큼이나 역사적이고, 또 희귀하다.

제이지의 시계 컬렉션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줄타기를 해낸다. 가사 한 줄로 자랑할 수 있으면서도, 롤리페스트 같은 시계 덕후들의 모임에 나가면 단숨에 사람들을 끌어모을 만한 피스를 동시에 차는 것. 그가 이번 주 공개한 시계가 바로 그런 경우다. 루비가 세팅된 핑크 골드 파텍 필립. 보기만 해도 화려한 이 시계는, 스위스에서 가장 유서 깊은 워치메이커 중 하나의 기술적 돌파구를 상징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제이지가 찬 레퍼런스 5004R은 파텍 필립 세계에서 전설처럼 회자되는 숫자 조합이다. 이 모델이 처음 생산된 1994년 당시, 파텍은 이 시계를 통해 브랜드 최초로 ‘연속 생산’된 퍼페추얼 캘린더에 문페이즈와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를 동시에 얹는 데 성공했다. 쉽게 말해, 제작 난도가 극도로 높은 기능들을 한데 우겨 넣은 시계라는 뜻이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퍼페추얼 캘린더는 2100년까지 별도의 조정 없이 요일, 날짜, 연도를 정확히 표시한다. 한편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있어 보이게 말하면 라트라팡테는 두 개의 초침을 사용하는 스톱워치 기능이다. 크로노그래프를 시작하면 두 침이 겹쳐서 움직이다가, 버튼을 한 번 더 누르면 아이폰 스톱워치의 ‘랩’ 버튼처럼 한 침은 멈추고 다른 침은 계속 돌아간다. 구간 기록을 재는 데 유용한 기능이다.
이 모든 컴플리케이션을 하나로 결합하는 작업은 워낙 까다로워서, 파텍은 2011년 이 5004를 완전히 단종시켰고, 무려 17년 동안 약 250개만 생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희귀한 이 시계 가운데서도, 제이지의 버전은 아마 가장 아름다운 개체일 것이다. 5004는 다양한 다이얼로 제작됐지만, 화이트 오팔린 다이얼 위에 11개의 루비가 세팅된 이 조합을 이길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제이지의 손목 위에서 이 시계를 이렇게 제대로 보는 건 처음이라 더욱 반갑다. 그는 2023년부터 이 시계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는데, 희귀한 오데마 피게와 파텍 필립을 공급해온 그의 신뢰받는 딜러 토니 카박에게서 구입했다. 당시 카박은 이렇게 말했다. “보통은 제 개인 시계를 팔지 않아요. 하지만 제이지는 아주 특별한 사람이죠. 최고의 것을 가질 자격이 있습니다.” 그는 그때 이 5004를 두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사실상 이 시계를 설명하는 말이나 다름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