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리 스타일스의 마라톤 키트로 직접 달려봤다. 당신은 안 해도 된다. 하지만 아마 이 기사를 읽고 나면 해보고 싶어질 것이다. 직접 해리처럼 입고 테스트해보니, 팝스타 에너지와 개인 기록 에너지의 경계는 생각보다 훨씬 얇았다.

셀럽들의 피트니스 루틴을 떠올려보자. 크리스 헴스워스의 신급 벌크업부터, 톰 홀랜드가 선수처럼 크로스핏 WOD를 누비는 모습까지. 너무 대단해서 따라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해리 스타일스는 다르다. 우리 같은 평범한 인간도 현실적으로 넘볼 수 있을 것 같은 몇 안 되는 웰니스 아이콘으로 또렷이 빛난다.
해리는 우리에게 단백질 보충제를 팔지 않는다. 슈퍼요트 갑판 위에서 폭발적인 박스 점프를 하지도 않는다. 대신, 조용히 마라톤을 뛴다. 그리고 그걸 말도 안 되게 빠르게 해낸다. 지난 9월, 그는 베를린 마라톤에서 3시간 벽을 깨며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셀럽 러너 순위표의 최상단에 이름을 올린 순간이었고, 불과 6개월 전 도쿄에서 기록한 3시간 24분이라는 이미 인상적인 성적마저 가볍게 넘어섰다.
물론 그 모든 과정은 이제 그의 시그니처가 된 ‘신경 안 쓴 듯한 우아함’ 속에서 이루어졌다. 웸블리 스타디움의 강렬한 조명 아래서든, 소호를 조용히 거니는 순간이든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그 태도 말이다. 그리고 그날의 키트는? 이제는 아이코닉해진 거의 없는 것 같은 트랙스미스 쇼츠, <매트릭스>에서 튀어나온 듯한 디스트릭트 비전의 랩어라운드 선글라스, 그리고 일본 마라톤에서 착용했던 초경량 나이키 스트라이드 리펠 UV 재킷.
내 주변 사람들은 이미 분명히 말해줬다. 반짝이는 레오타드를 입는다고 해서 내가 글로벌 팝스타가 되지는 않을 거고, 섹스어필도 별로 되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레이스 데이에 해리처럼 입는 건? 그건 훨씬 생산적인 모방처럼 느껴졌다. 그의 오프 듀티 마법을 조금 빌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제로 더 빨라질지도 모른다는 현실적인 보너스가 있으니까.
해리 스타일스를 결승선까지 데려다준 바로 그 셋업을 직접 로드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나는 “Watermelon Sugar” 한 소절 부르기도 전에 문을 나섰다. 이 키트가 드디어 나를 그 지긋지긋한 5km 20분 벽 아래로 끌어내릴 수 있을까? 콧수염을 기르고 반다나를 두른 채 햄스테드 히스로 일요 장거리 러닝을 나가면, 누군가 나를 해리로 착각하고 셀피를 부탁할까?
(스포일러: 전혀 아니다.)
재킷: 나이키 스트라이드 리펠 UV 러닝 재킷
가볍고, 바람을 막아주며, 어깨 라인을 기가 막히게 살려준다

나이키스트라이드 레펠 UV 러닝 재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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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재킷은 악명 높게 까다롭다. 너무 무거우면 안에서 땀과 열이 끓어오르고, 너무 가벼우면 존재 이유를 묻게 된다. 나이키의 스트라이드 리펠 UV 재킷은 정확히 그 황금 비율 존에 있다. 깃털처럼 가볍지만 실루엣에 적당한 구조감을 줘서, 바람에 펄럭이지 않고 몸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온다. 수많은 바람막이의 적, 그 플래핑 현상이 없다.
처음 입자마자 느낀 건 정돈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지퍼를 반쯤 올리면 은근한 주인공 에너지가 생긴다. 끝까지 올리면 겨울 하프 마라톤을 등록할까 고민하게 될 만큼 에어로다이내믹하다. 러닝 후 지퍼를 내리면, ‘공항에서 은신 중인 팝스타’ 영역으로 진입한다. 통기성은 충분하고, 발수 성능은 가볍지만 실용적이다. 어느 날 동네 공원에서 가을 소나기를 만났는데, 옆 러너들의 소매가 후회처럼 축 늘어붙는 동안 나는 꽤 뽀송하게 살아남았다.
베를린의 27.6°C 마라톤을 긴팔 러닝 티로 뛰고, 20°C의 도쿄 마라톤 내내 바로 이 재킷을 입었던 해리 스타일스를 보면, 그의 체온 조절기능은 극지방 근처에 맞춰져 있는 게 분명하다. 반면 나는 역사적으로 정반대였다. 가능한 한 레이어를 줄이는 편이고, 겨울 한복판에서도 조금만 껴입으면 자연발화할 것 같다고 느끼는 타입이다.
그럼에도 스트라이드 리펠 UV는 요즘 쌀쌀한 아침의 단골이 됐다. 나를 더 빠르게 만들어주냐고? 아마도. 더 빠르게 보이게 하냐고? 그건 확실하다. 실제 성능과 꾸안꾸 무드를 동시에 잡은 드문 재킷이다. 달릴 땐 제 몫을 하고, 달린 뒤에는 이미 스타일로 결승선을 통과한 느낌을 준다.
쇼츠: 트랙스미스 밴 코틀란트 쇼츠
아이비리그 감성의 컬트 클래식

트랙스미스반 코트랜드 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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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스미스의 밴 코틀란트 쇼츠는 이미 ‘뉴잉글랜드 향수 한 스푼 얹은 템포런’을 좋아하는 러너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 있다. 나도 처음 입자마자 이해할 수 있었다. 초경량 원단, 시그니처 토끼 로고, 그리고 “가볍게 PB를 찍고 공원에서 <시크릿 히스토리>를 읽어도 될 것 같은” 에너지. 강력하다.
핏은 내가 가진 러닝 쇼츠 중에서도 짧은 편이다. 집에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는 살짝 노출감이 느껴질 정도. 하지만 몇 번 달리고 나니, 이제 5인치가 넘는 쇼츠는 허벅지를 질식시키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남성 러닝 쇼츠에 있어서 이건 제약 없는 컴프레션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 같은 존재다.
습한 임계 페이스 러닝에서도 빠르게 마르고, 말려 올라가지 않으며, 쓸림이 없다. 전혀 섹시하지 않지만 절대적으로 중요한 기준이다. 입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쇼츠인데, 커피를 주문해 놓고 기다리다가 누군가 휘파람을 불 때에야 존재를 자각하게 된다. 실제로 그런 일이 한 번 이상 있었다. 충성스러운 해리스 팬? 아니면 그냥 취향 좋은 러너들? 어쨌든.
그리고 러닝화: 나이키 알파플라이 3

나이키알파 플라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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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용 마라톤화를 조금이라도 알아봤다면, 나이키 알파플라이가 최상위에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워낙 구하기가 어려워 착용하지는 못했지만, 스타일스의 기록을 믿는다면 장거리 러닝화로 상당히 훌륭하다는 데 베팅해도 좋다.
선글라스: 디스트릭트 비전 준야 레이서
멋과 퍼포먼스의 만남, 인디 영화 주인공 바이브

디스트릭트 비전준야 레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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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릭트 비전의 선글라스는 얼굴 위의 포르쉐 911 같다. 목적이 분명하고, 정교하며, 자연스럽게 시선을 끈다. 쓰는 순간 뭔가가 바뀐다. 자세가 더 곧아지고, 착지가 깔끔해지며, 6분마다 휴대폰을 확인하고 싶은 충동이 사라진다. 갑자기 ‘러닝 중간에 카톡 답장 안 하는 사람’이 된 기분이다.
렌즈는 눈부심을 훌륭하게 잡아주면서도 세상을 세피아 톤으로 만들지 않는다. 색감은 따뜻하고 디테일은 또렷하다. 자갈길과 울퉁불퉁한 트레일에서도 그립과 안정성은 문제없었고, 워낙 가벼워서 착용 사실을 잊게 된다. 가격은 솔직히 만만치 않다. 같은 가격대에서 오클리는 카메라와 골전도 헤드폰까지 얹어주기도 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일 8에서 ‘침착해 보이는 나’를 연출하는 데 이만한 투자는 없다고 느꼈다.
러닝이 끝난 뒤에도 이 선글라스는 터무니없이 멋있다. 카라비너 클립이 달린 고급 패브릭 케이스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내가 써본 랩어라운드 스타일 중 단연 최고다. 캐주얼한 룩에 영화 같은 엣지를 더해주면서도, “이 사람, 꽤 진지한 피트니스 마일스톤을 깼구나”라는 신호를 과하지 않게 보낸다.
그래서, 해리처럼 달렸냐고?
어떤 재킷, 쇼츠, 선글라스도 해리 스타일스의 수년간의 하드 트레이닝, 규율, 완벽한 플레이리스트를 복제해주진 못한다. 당연하다.
하지만 이 키트가 주는 건 ‘무드’다. 평범한 러닝을 살짝 시네마틱한 순간으로 바꿔주는 종류의 무드. 퍼포먼스가 스타일이나 자기 표현을 희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상기시켜주는 무드. 가장 비 오는 날에도 속삭인다. “왜, 이 러닝이 중요하다고 느끼며 달리면 안 되는데?” 실질적인 성과도 있었다. 스타일스가 신뢰한 쇼츠, 재킷,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마침내 5km 20분 벽을 깼다. 그동안 모든 파크런에서 나를 괴롭히던 기록이었다. 며칠 뒤에는 10km 개인 최고 기록도 세웠다. 느린 날에도 이 키트는 이지런과 템포런에서 꾸준한 편안함을 제공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셀럽을 코스프레하는 ‘과한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저 장비에 진심인 러너가 된 기분이었다. 글로벌 슈퍼스타의 아우라와 최상의 기능성을 동시에 노린다면, 축하한다. 성배를 찾았다. 이 키트는 소리치지 않는다. 조용한 자신감, 프리미엄한 감촉, 그리고 퍼포먼스로 뒷받침되는 미적 야망이 전부다. 이 아이템이 베를린에서 2시간 59분을 찍게 해주느냐고? 그것만으로는 아니다. 하지만 주말 장거리 러닝을 ‘투어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줄 순 있다. 솔직히, 때로는 그 정도 동기부여면 충분하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