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GQ KOREA MEN OF THE YEAR – JUYEON
주연을 설명하는 데 많은 말은 필요하지 않다.


GQ 2026년 1월은 주연 씨 생일이 있는 달이기도 하죠. 축하해요. 새해 스물아홉이 되는 주연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본다면요?
JY 감사합니다. 한 문장으로, ‘이븐’하게 익었다. 작년까지는 조금 어린 티가 났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그래도 일을 한 지 어느덧 10년이 되어가니까 여러 가지 방면, 내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방법, 나를 챙기는 방법, 정말 다양한 방면에서 익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마음의 여유도 생겼거든요, 조금. 제일 좋을 때인 것 같다고 느끼고, 그렇기에 “이븐하다”.
GQ 양분화할 수 없겠지만 여유가 생겼다고 느끼는 연유는 대개 두 가지 같아요. 부족할 것 없이 다 이루어서. 혹은 오히려 ‘Let It Go’ 하는 마음이 생겨서.
JY 어, 완전 후자예요.
GQ 완전 후자예요? 욕심이 비워졌다고 해야 하나?
JY 말씀대로 양분화하기는 어렵지만, 왜냐하면 그렇다고 제가 일에 대한 욕심이 없어졌다거나 그런 건 아니거든요. 다 ‘Let It Go’ 하지도 않고. 그냥, 빨리빨리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보고, 안 되는 일은 과감하게 스트레스 안 받고 보내고, 그리고 나 스스로를 많이 챙기고. 네. 그러니까 스스로를 챙기는 느낌에 가까워요.
GQ 주연 씨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
JY 음···, 어글리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본인이 잘할 수 있는 것과 잘하는 것, 있어야 할 자리와 있으면 안 되는 자리, 그런 것을 잘 구분하는. 억지로는 안 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맞지 않는 옷을 두고 ‘나는 이게 잘 어울릴 거야, 잘 어울리도록 노력해서 입을 거야’ 하고 쓸데없이 고집 피우지 않고 변화에 맞춰서 잘 움직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예를 들어 이런 거죠. 아이돌은 청순해야 돼, 더보이즈니까 소년미가 있어야 돼, 그러니까 우린 교복을 입어야 돼. 그런데 제가 스물아홉, 우리 멤버 중 평균인데 더보이즈로서 교복을 입기보다 현재 상황에 잘 맞는, 훨씬 더 매력적인 것들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을 잘 알아가는 게 중요한 거죠. 시간이 지나고 성장을 하면서.
GQ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지나보내야 할 순간을 잡아두려지 않는 것.
JY 맞아요. 지금의 자신한테 계속 그때를 끌어오는 것보다. 순리에 맞게 해나갈 수 있고 어울리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GQ 일 외에는 무슨 생각하고 살아요?
JY 일 외에···.(20초가 지나도록 가만히 생각한다. 넘어갈까 묻자 “아뇨” 답한다.) 사실 일은 일부예요. 나라는 사람의 일부. 그런데 이 이야기해도 되나, 이건 진짜 딥한 얘기인데. 그런데 좋은 얘기인데. 그러니까 예전에는 일이 90퍼센트였다면, 나의 심장이었다면, 지금은 왼쪽 팔 하나가 된 거예요. 상황이 그렇게 맞춰진 것도 있고, 제가 스스로 그렇게 하려고 한 것도 있어요. 일이 나의 전부, 나의 90퍼센트를 차지하면 그 일이 흔들릴 때 나의 90퍼센트가 흔들리는 거예요. 그게 정신 건강에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GQ 적정하게 내 에너지를 분산해야 하는군요.
JY 네, 나라는 사람을 잘 분산시켜야 하는 거예요.

GQ 비교해보고 있는 관찰자로서는 통쾌하다 싶은 게, 앞서 물은 세 개의 큰 가지는 2021년 스물네 살 이주연이 이주연에게 했던 질문이에요.
JY 어?
GQ ‘Be Your Own King’ 때 자문자답하는 시간을 가진 적 있죠? 당시 첫 질문은 “스물네 살의 이주연은?”이었고, 오늘은 “스물아홉 살의 이주연은?”이고.
JY 아! 그때는 엄청 부족하고, 나약하고, 그렇다고 말한 것 같은데.(웃음)
GQ 그때도 나름 단단했어요.
JY 그랬어요?
GQ 왜냐하면 이렇게 말했거든요. “계속 어딘가를 떠다니고 있는 느낌. 비유하자면 내가 살 곳은 어디지? 질문하고 있는 사람.”
JY 맞아요. 방황까지는 아니어도 그냥 계속 달렸던 것 같아요.


GQ 그랬는데 지금의 주연은 목적지를 찾지 못했다기보다···.
JY 목적지가 없는 것 같아요. 아니, 없는 게 아니라 내 페이스가 중요해요.
GQ 그러니까. 자신만의 흐름을 쥐고 있다고 느껴져요.
JY 확실히 그런 것 같아요. 스스로도 바이브가 달라졌다고 느껴요. 당시 인터뷰했을 때 기억이 나거든요? 그 당시에는 진짜 마음의 여유가 조금도 없었던 것 같아요. 일 외에 무슨 생각하고 사는지, 그때는 제가 뭐라고 말했어요?
GQ 외로움. 외로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한다고.
JY 그래서, 그래서 제가 아까 그런 말씀드린 거예요. 예전에는 일 말고는 0이었어요.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외로웠던 것 같아요. 나를 구성하는 모든 것 중 제일 큰 가치니까 일 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는 것 같았고, 그땐 왜 그런지도 몰랐어요. 그래서 이제는 (일이) 팔 하나가 됐다는 거예요. 일이 전부가 아니게 된 게 아니라 어떻게 나를 분배해야 하는지를 알게 됐어요.

GQ 이주연은 자신을 어떻게 챙겨요?
JY 막상 저는 쉴 때도 쉰 적이 없거든요? 침대에서 잠 이외에 2시간도 있어본 적이 없어요.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계속 뭔가를 해요. 가만히 쉬기보다 산책이라도 가야 하는 성격인 거예요. 경험하고 탐험하는 걸 너무 좋아해요.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게 달라진 점 같아요.
GQ 주연 씨가 멤버들을 인터뷰를 하는 콘텐츠 <동행>을 봤어요. 그 안에서 주연 씨는 다른 사람이 무엇을 힘들어하는지 알고 싶어 하는 인물처럼 보였어요.
JY 응, 정말 그래요. 이런 거죠. 제일 보여주기 싫은 모습이 뭘까? 팬들한테나 사람들, 나한테 보여주기 어렵고 불편한 지점이 뭘까? 제일 진짜를 보여줄 수 있는 게 어떤 아픔과 슬픔인 것 같아서 그게 무엇인지 이끌어내고 싶었어요.
GQ 재밌네요. 한 소설가도 비슷한 이야기를 해주었거든요. 인간은 서로의 슬픔, 마음의 짐을 같이 떠안을 때 보다 면밀해지는 것 같다고.
JY 정서적인 교감. 네. 저는 겉핥기 식으로 대화하는 게 제일 힘든 일 같아요. 그럴 때 에너지를 제일 많이 쓰는 것 같아요.


GQ 그 교감을 다루는 주연 씨의 대화 방법은 뭐예요?
JY 특히 깊은 이야기를 나누려면 정말 세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제가 투박하고 세심하지 않다고 느끼실 수도 있는데, 그런데 저는 되게 세심한 편이거든요? 엄청 예민하고. 깊은 대화를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죠. 그런 걸 캐치하려고 해요. 상대가 불편해하면 바로 다른 이야기로 돌린다거나 해요.
GQ 인터뷰어 주연은 대화 상대 성향, 에너지에 맞춰 자신의 결을 바꿔요. 그 점이 세심하게 느껴졌어요.
JY 감사합니다. 대화하는 걸 워낙 좋아해요.

GQ 저는 주연 씨만큼 세심하지 못해서 투박하게 질문할게요.
JY 아니에요. 제가 세심하게 답하면 되죠. 그리고 그렇지도 않으시고.
GQ 그럼 마음 놓고 던질게요. 주연 씨가 제일 보여주기 싫은 면은 뭐예요?
JY 하하하하. 저는, 연연하는 모습. 집착하고 연연하는 것. 쿨하지 못한 모습.
GQ 뭐에 그렇게 연연해요?
JY 예를 들어 만약 제가 경연장의 심사위원이라면 간절해 보이는 사람보다는 여유로운 사람을 뽑을 것 같아요. 그만큼 자신 있다는 뜻이니까. 간절하고 절박한 데서 나오는 힘도 분명히 있다고 믿어요. 그게 좋지 않다는 말이 아니에요. 그게 문제가 아니라, 그런 상태라는 것은 다른 것들은 안 보이고 ‘오직 그것만 있다’라는 것일 수도 있잖아요. 그게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GQ 무슨 마음인지 알겠어요. 그럼 이주연이 이주연을 앉혀두고 묻고 싶은 건요?
JY 지금의 제가 저에게 말이죠? 잠시만요.(이것 역시 한참을 고민한다. 넘어갈까 묻자 이번에도 “아뇨” 답한다.) “네가 제일 하고 싶은 말은 뭐야?”


GQ 다음 질문 알고 있죠?
JY 그거예요? 하하하하하. 거기까지는 생각 못 했는데
GQ 이주연이 가장 하고 싶은 말은?
JY 그런데 저는 많은 말은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제 모습이, 제 바이브가 이미 많은 말을 해주고 있다고 믿어요.
GQ 영리한 답변이네요. 좋아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JY 감사합니다.(반달 눈으로 웃는 그가 모든 일정이 끝났다는데도 가만히 앉아 무언가를 생각하다 다시 말문을 연다.) ‘Be Your Own King’ 같이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저랑 진짜 친하거든요. 본질을 잘 파악하는 사람이라고 느끼고 저랑 깊은 이야기를 엄청 많이 나누면서 친해졌어요.
GQ 일하면서 만난 친구예요?
JY 네. 지금도 친해요. 그때 자문자답하면서 진짜 고민 많이 했거든요. 지금 와서 보니 정말 좋은 작업자들과 좋은 작품을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GQ 그러게요. 그게 자신을 많이 담아낸 인터뷰였다 말한 적 있어서 궁금했어요.
JY 그때는 나의 결핍을 조금 귀엽게 꺼냈다면 오늘은, 오늘도 그래서 재밌었는데, 지금의 내가 나에게 무엇을 물어볼까 할 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나 충만한 상태구나. 내가 나 스스로를 곤란하게 만들 질문은 없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