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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광 보세요, 백 만원대로 살 수 있는 최고의 시계 추천

2025.12.17.조서형, Oren Hartov

새로운 오토드로모 그룹 B 페가수스 에디션은 60초 안에 사라질 게 분명하다. 자동차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진짜 남다른 시계니까.

Courtesy of Autodromo

대부분의 자동차 시계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더 넓게 보면 협업 시계 전반이 그렇듯 말이다. 파트너의 로고를 다이얼 어딘가에 그냥 얹어놓고 손을 털어버리면, 그게 수집 욕구를 자극하긴 어렵다. 여기에 이미 포화 상태인 시장 상황까지 더해지면, 결과는 뻔하다. 시큰둥해진 시계 마니아들만 배기가스 속에 남게 된다. 하지만 오토드로모의 그룹 B 페가수스 에디션은 다르다. 어제 출시된 이 995달러짜리 자동차에서 영감을 받은 시계는 그런 실망은 시키지 않는다.

오토드로모는 흔히 말하는 ‘자동차 시계를 만드는’ 일반적인 시계 브랜드가 아니다. 2011년, 진짜 자동차 마니아이자 시계 애호가인 브래들리 프라이스가 설립한 이 미국 마이크로브랜드는, 각종 빈티지 자동차에서 영감을 받은 잘 디자인된 모델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여왔다. 하지만 프라이스는 수백만 달러짜리 코치빌트 박물관용 자동차를 영감의 원천으로 삼는 대신, 자동차 세계의 ‘툴 워치’에 해당하는 모델들을 선택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그룹 B다. 1980년대 중반의 그룹 B 차량, 그러니까 안전이나 규제에는 거의 신경 쓰지 않고, 대담한 드라이버들이 몰던 고출력 랠리 머신에서 착안한 이 시계는, 운전석에 앉아 착용할 수 있는 사려 깊게 만들어진 기계식 오브제를 원하는 자동차 팬에게 이상적이다.

처음 그룹 B는 패스스루 스트랩 버전으로 출시됐다가, 2018년에 통합형 브레이슬릿을 추가했다. 이 버전은 ‘시리즈 2’로 불렸고, 이후 다양한 형태와 사양으로 오토드로모의 카탈로그에 등장했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그때마다 이전보다 더 군침 도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이 시계는, 이번에 페가수스 에디션이라는 흥미로운 모습으로 다시 등장했다. 단 70피스 한정 생산으로, 아우디 콰트로 타이어를 교체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더 빠르게 매진될 게 분명하다.

이번 신작은 바로 그 엔진 오일 회사 모빌 1과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다이얼에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빨간 페가수스 로고가 자리 잡고 있고, 전체적으로 쿨한 블랙 컬러웨이를 채택했다. 다른 시계였다면 이런 요소가 성의 없어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자동차 감성이 확실한 이 시계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티타늄과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된 그룹 B에 블랙 DLC 코팅을 입히고, 계기판에서 영감을 받은 블랙 앤 화이트 다이얼을 적용한 이 모델은 놀랄 만큼 세련돼 보인다. 외곽 챕터 링 곳곳과 초침 끝에 들어간 은은한 레드 포인트는 전체적인 인상을 깔끔하게 묶어준다.

케이스 직경은 39mm, 두께는 10mm가 채 되지 않아 그룹 B는 상당히 활용도가 높은 시계다. 브레이슬릿은 탈착과 길이 조절이 가능하다. 어두운 환경에서는 시간만 표시하는 다이얼이 밝은 블루 컬러의 슈퍼 루미노바로 계기판의 타코미터처럼 빛나고, 블랙 배경 위에서 페가수스 로고가 또렷하게 떠오른다. 스크루다운 케이스백에는 70개 한정 중 개별 넘버가 레이저 각인되어 있으며, 50미터 방수 성능은 혹시라도 포드 RS200을 연못에 빠뜨리게 될 경우를 대비한 약간의 안심을 제공한다. 기억하자. GPS가 항상 옳은 건 아니다.

자동차만큼 다양한 수집가층의 감성을 동시에 사로잡는 대상은 드물다. 그리고 향수와 미래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담아내면서도 키치로 빠지지 않는 시계는 더더욱 드물다. 프라이스는 그룹 B를 통해 오랫동안 그 미묘한 균형을 유지해 왔고, 이번 페가수스 에디션은 이 재미있고 개성 넘치는 모델이 아직도 충분한 연료를 탱크에 남겨두고 있음을 증명한다.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도,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M3와 A3의 차이를 잘 모르지만, 이 시계는 충분히 매력적인 손목 위의 아이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