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ches

여성 시계 전문가의 조언, 여자를 위한 시계 고르는 방법

2025.12.24.조서형, Brynn Wallner

아내, 여자친구 혹은 언젠가 그렇게 될 소중한 사람을 위한 완벽한 시계를 찾는 확실한 방법. 다임피스의 브린 윌너가 조언해줬다.

Getty Images

완벽한 파트너를 위해 완벽한 시계를 찾는 일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 내가 운영하는 시계 전문 인스타그램 계정 @Dimepiece.co로 남성들에게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역시 “아내나 여자친구를 시계 세계에 어떻게 입문시킬 수 있을까요?”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가 본인 스스로 어떤 시계를 원하는지 전혀 감이 없을 때, 어떻게 ‘정답’을 고를 수 있을까? 그리고 대물림할 만한 가치까지 내장된 아이템을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물론 예외는 있다. 요즘은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시계에 빠져들고 있고, 어떤 경우에는 당신보다 더 빠르게 시계 덕력 트랙을 질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내, 여자친구, 혹은 소중한 누군가가 당신의 노력에도 여전히 시큰둥하다면, 시계 파티를 시작하기 위한 몇 가지 검증된 방법을 정리해봤다.

1. 듣고, 배워라

대화를 적극적으로 하라. 당신의 롤렉스 서브마리너처럼 남성 시계에서 빌려온 묵직한 스타일을 좋아하는가? 아니면 요즘 남녀 모두에게 유행하는, 더 작고 주얼리 같은 디자인을 선호하는가? 질문하고, 그리고 잘 들어라.

2. 진입 포인트를 찾아라

Getty Images

혹은 아예 전혀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셀러브리티가 찬 시계를 찾아보는 것이 시계 문외한에게 훌륭한 출발점이 된다. 칼리버 번호나 ‘익스클러메이션 다이얼’ 같은 용어가 통하지 않을 때도, 리한나가 멋진 시계를 찬 사진 한 장은 통할 수 있다. 좋아하는 셀럽이 착용한 시계를 보여주고, 그에 대한 반응을 듣는 것이 그녀의 시계 취향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최고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이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걸 나는 경험으로 안다. 나 역시 다양한 셀럽들이 각기 다른 시계를 찬 사진을 많이 볼수록, 그 시계들이 가진 서로 다른 분위기를 이해하게 됐고, 결국 내 취향을 좁혀갈 수 있었다. 당신의 역할은 맥락을 제공하고, 당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진짜로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니 자존심과 개인 취향은 잠시 내려두고, 연인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라.

3. 사기 전에 꼭 차봐라

단 한 번의 데이트로 평생의 상대를 찾지는 않듯, 단 한 번 시계를 차보고 평생 찰 시계를 고를 수는 없다. 오프라인 매장 경험 외에도, 자신의 인맥을 활용하라. 친구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친구의 여자친구가 까르띠에 팬더를 차고 있다면, 당신의 여자친구에게 한번 착용해보라고 권해보라. 내가 첫 럭셔리 시계를 사기 전에는, 친구들과 저녁을 먹을 때, 커피를 마실 때, 오스카 시상식을 함께 볼 때 등 기회만 있으면 친구들 시계를 전부 차봤다. 그렇게 다양한 시계를 착용할수록,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또 싫어하는지를 더 분명히 알게 됐다.

4. ‘시계 데이트’를 즐겨라

까르띠에 부티크나 다양한 시계 브랜드를 취급하는 대형 리테일러가 있는 지역에 산다면, 그 자체를 데이트로 만들어라. 잘 차려입고 근사한 저녁 식사 전에 그녀를 까르띠에로 데려가라. 당장 구매할 계획이 없더라도, 수많은 시계를 착용해보고, 지식이 풍부한 세일즈 스태프와 대화하고, 부티크의 환대를 마음껏 누려라. 럭셔리 시계 부티크에서는 종종 샴페인을 제공하고, 까르띠에의 경우 귀여운 브랜드 초콜릿도 준다. 주저하지 말라. 이게 바로 이곳들이 존재하는 이유다.

5. 당신의 시계 컬렉션을 ‘심어라’

이미 시계를 가지고 있다면, 공유하라. 그녀가 친구들과 저녁 약속을 나가기 전, 살짝 서브마리너를 그녀 손목에 채워줘라. 스타일링에 따라 얼마나 글래머러스해 보이는지에 놀랄 수도 있다. 몇 시간 착용하다 보면, 손목 위에서 느껴지는 메탈의 무게감이 마음에 들어 자주 빌려 달라고 할지도 모른다. 핵심은, 인터넷 화면 속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실제로 시계와 시간을 보낼수록, 무엇이 나에게 맞는지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점이다.

6. 저렴해도 충분히 시크할 수 있다

아직 럭셔리 시계에 큰돈을 쓸 여유가 없다 해도, 시계는 여전히 사려 깊고 재미있는 선물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침 산책할 때 찰 수 있도록, 이베이에서 공들여 찾아낸 60만 원짜리 빈티지 태그 호이어 일 수도 있다. 틱톡에서 화제가 된 문 세이코일 수도 있고, 어떤 날은 차려입고 어떤 날은 캐주얼하게 활용할 수 있는 20만 원짜리 아주 작은 타이맥스 일 수도 있다. 혹은 그녀가 좋아하는 컬러의 9만 원 짜리 스와치도 좋다. 시계의 가치는 항상 당신이 쓴 돈의 액수와 비례하지 않는다. 의도를 담아 고른 시계라면, 반드시 사랑받는다.

7. 사이즈는 중요하다

Getty Images

요즘의 내러티브는 이렇다. “작은 시계가 대세! 큰 시계는 아웃!” 하지만 유행에만 기대 구매를 결정하기보다는, 실질적인 질문을 던져라. 아내의 손목은 얼마나 얇은가? 정말 가늘다면, 남성 시계를 빌려 찬 듯한 오버사이즈 룩을 소화할 배짱이 있는가? 아니면 그렇게 무거운 메탈을 손목에 얹는 게 불편하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브레이슬릿 같은 느낌의 더 작은 시계를 선호할 수도 있다.

많은 경우, 여성의 첫 시계는 아주 작은 쪽이다. 까르띠에 베뉴아르, 26mm 롤렉스 레이디-데이트저스트, 혹은 모바도 뮤지엄 뱅글 같은 모델이다. 이런 시계들은 주얼리 성향이 강해, 기존의 옷장과 액세서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나 역시 처음에는 미묘하고 활용도가 높아 보여 작은 시계로 시작했다. 하지만 컬렉팅에 깊이 들어오면서, 이제는 더 강한 존재감을 원하게 됐다. 오늘 당장 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 ‘점보’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시간을 줘라.

8. 예산을 현명하게 설정하라

돈 이야기는 언제나 낭만적이지 않지만, 꼭 필요하다. 예산은 시계 선택 범위를 좁히는 데 있어 가장 결정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예산을 정하고, 반드시 지켜라. 한 가지 기준은 이렇다. 시계를 사준 뒤 언젠가 그 돈 때문에 상대를 원망하게 될 것 같다면, 그건 과한 지출이다. 하지만 기억하라. 이것은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이상적으로는 평생 가는 선물이다. 그러니 조금 더 쓰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 그녀는 그럴 가치가 있다.

9. 맥락, 맥락, 맥락

시계 마니아 남성들은 종종 시계에만 몰두한 나머지, 다른 것들을 착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그렇지 않다. 본래의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라는 기능을 벗기고 나면, 시계는 어떤 이들에게 단순한 액세서리일 뿐이다. 그러니 큰 그림을 보라. 당신의 연인이 매우 스포티한가? 그렇다면 금빛으로 번쩍이는 시계보다는 작은 다이버 워치를 선호할 수 있다. 반대로 패션에 집착하는 타입이라면, 그녀가 좋아하는 팝스타들이 차는 시계를 원할 수도 있다. 이를 테면, 아주 작은 로열 오크 같은 것. 당신이 고르는 시계는 그녀의 전체적인 미학과 열정에 어울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시 1번, 듣고 배우기가 필수다. 당장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라.

10. 소재를 이해하라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녀가 평소 착용하는 주얼리를 살펴보라. 주얼리 박스에 골드가 많다면, 골드 시계를. 실버가 많다면, 스틸 시계를 고르라. 존 멀레이니의 말처럼 서로 다른 금속을 섞을 생각이라면, 그 선택은 신중하게 하라.

그리고 또 하나. 다이아몬드와 화려함을 좋아하는가, 아니면 메리-케이트 & 애슐리 올슨의 더 로우를 숭배하는 미니멀리스트인가? 2025년인 지금도, 많은 브랜드들은 여전히 다이아 베젤, 다이아 인덱스, 자개 다이얼, 핑크 스트랩을 단 ‘레이디스 워치’를 고집한다. 만약 이것이 그녀의 바이브라면, 당신의 일은 이미 끝난 셈이다. 아니라면, 좀 더 창의적이어야 한다. 그녀가 원하는 건 당신의 튜더 블랙 베이가 아니라, 남성적과 여성적 사이 어딘가의 시계일 수도 있다.

11. 그래도 모르겠다면, 까르띠에를 고르라

정말로 막막하다면, 까르띠에를 고르면 실패할 수 없다. 시크하고, 클래식하며, 시대를 초월한다. 오늘날은 물론 100년 전의 사교계 인사들까지 고객으로 두었던, 유산이 흘러넘치는 메종에서 그녀가 사랑할 무언가를 찾지 못할 리 없다. 게다가 그 아름다운 레드 박스를 누가 거절할 수 있을까?

그래도 고민이라면? 추천 픽

엘리자베스 테일러 영화를 사랑하는 관능적인 글래머 타입 → 불가리 세르펜티
차세대 잇걸 → 까르띠에 팬더
기계적 매력에 끌리는 타입 → 오메가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스포티 스파이스 → 태그호이어 아쿠아레이서 프로페셔널 200
카멜라 소프라노에 빠진 감성 → 롤렉스 레이디-데이트저스트
파티의 중심 → 샤넬 프리미에르
예산 있는 잇걸 → 아주 작은 타이맥스
에르메스 신봉자 → 갈롭 데르메스
스포티파이 랩드마저 당신보다 쿨한 로커 걸 → 프레드릭 콘스탄트 망셰트
뱅글 워치를 사랑하지만 ‘그’ 뱅글 워치를 못 구했을 때 → 모바도 뮤지엄 뱅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