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르 트리코퇴르의 니트에는 오래 사용한 방식과 구체적인 혈통이 주는 특별함이 있다.

영국을 떠올리면 뭐가 생각나는가? 음식은 맛이 없고 전통은 기묘한 진흙투성이의 작은 바위 섬? 큰 도시만 살아남고 아이와 마을은 사라져가는, 전 지구적 디지털 시대에 위협받는 섬을 떠올리기 쉽다. 일단 나는 그렇다. 포츠머스에서 남쪽으로 페리를 타고 세 시간 거리에 있는 ‘건지’ 역시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기 쉽다. 단, 이곳에는 남성복 전통이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전통 니트웨어를 만드는 작은 브랜드 르 트리코퇴르는 수십 년 동안 이 섬에서 특별한 점퍼를 생산해왔다. 내가 처음 본 건 우리 사무실을 방문한 BBC 프로듀서가 입고 있던 것이었다. 전반적으로는 클래식해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독특한 점이 눈에 띈다. 목 부분이 손가락 굵기로 넓은 골지로 짜여 있고, 어깨는 내려앉아 있으며, 솔기에는 양모 주름이 고정돼 있다. 마치 알파벳으로 쓰인 한국어 단어를 보는 느낌이었다. 프랑스어의 ‘르 파킹’이나 독일어의 ‘데어 다운로드’처럼 익숙하지만 어딘가 떨어져 있는 느낌. 옷이 멋지면 나는 참을 수가 없다. 그래서 바로 그에게 옷을 어디서 샀는지 물었다. 그는 라벨을 보여주며 사진을 찍게 해줬다. “건지에서 샀어요. 그러니까 진짜 건지 니트죠.”
바로 그런 식의 구체적인 혈통이 르 트리코퇴르를 특별하게 만든다. “섬의 이름은 대문자 G를 쓰는 건지고, 점퍼는 소문자 g를 쓰는 건지예요. 콘월 버전도 있고, 노섬벌랜드에서 만든 것도 있죠. 하지만 우리 것은 기본적으로 채널 제도의 토착 어부 점퍼예요. 아란 제도의 아란 니트, 셰틀랜드의 페어아일 니트처럼요.” 르 트리코퇴르의 오너 레이철 레인은 이렇게 말한다. “해안 지역 출신이라면, 그 나라 사람이라면,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섬의 어부 점퍼가 모두 있어요.”
그렇다면 진짜 건지에서 만든 남성복은 무엇이 다를까.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특정 니팅 모티프가 있고, 우리는 항상 영국산 워스티드 울 100퍼센트로 만들어왔어요. 그 관계는 수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죠.” 레인은 말한다. “채널 제도에는 다른 제작자가 두 곳 더 있어요. 하지만 나는 그 오래된 기계들이 필요했고, 그 니터들이 필요했어요.”
알고 보니 그 기계들은 이제 더 이상 살 수도 없는 것들이었다. 설령 이 점퍼들이 손으로 마감되고, 수십 년간 축적된 매우 틈새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보지 못한다 해도, 르 트리코퇴르 점퍼에는 정신적으로 탁월한 무언가가 있다. “하나를 다 만들고 나면 실 끝이 잔뜩 남아요. 우리는 그걸 잘라내지 않고 솔기 안으로 다시 집어넣죠.” 레인의 말이다. 양모는 무겁고 약간 오일 처리가 돼 있으며, 거의 완전 방수에 가깝다. 디자인은 위커맨의 일부이자 트롤 어부의 일부이고, 또 일부는 ‘휴가지에서 아주 멋진 로맨스로 보일 법한 남자’ 같다. 남성복의 클래식이면서도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낸다. 누구나 입을 수 있을 만큼 착용 가능하지만, 모두와 똑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심지어 완전히 평범한 네이비 건지조차 눈에 띈다. 그 정도로, 나는 직장에서 낯선 사람을 붙잡고 그의 스타일을 캐물은 적도 있다.
“채널 제도에 와보면 사람들이 왜 이렇게 건지를 사랑하는지 알게 될 거예요. 우리에게는 거의 민족 의상 같은 존재거든요.” 레인은 말한다. “너무 튼튼해서, 새로 사서 바꾸기보다는 물려주고 싶어 하죠. 사람들은 그걸 입은 채로 묻히기도 해요.”
구하기도 쉽지 않다. 르 트리코퇴르가 일부러 문턱을 높이거나, 배타적인 마케팅 전략을 쓰기 때문은 아니다. 그냥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리암 니슨처럼 ‘아주 특별한 기술 세트’를 요구한다. 섬에 궂은 날씨가 한 번 들이닥치면, 수입 원자재가 지연돼 생산이 꼬이기 일쑤다. 몇 명이 은퇴하기만 해도 멸종 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 그래서 레인은 후계 계획을 세우고 사람들을 교육하고 있다. 2025년은 그들에게 사상 최고의 해였다고 한다. 사람들은 느리고 꾸준하며, 민속적인 니트를 찾아 르 트리코퇴르를 찾고 있고, 그 수요를 감당할 만큼 만들 수조차 없다. 대부분의 지역 산업이 사라진 시대에, 어쩌면 이런 올드스쿨의 해상 남성복에야말로 어떤 마법이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