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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버니의 그린-골드 오데마 피게에는 이런 디테일이 있다

2026.02.11.조서형, Josiah Gogarty

정치색을 담은 이 하프타임 퍼포먼스 속에서, 배드 버니의 초록과 금색 오데마 피게는 개인적인 상징을 품고 있었다.

미식축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슈퍼볼에는 분명히 공을 돌려야 할 이유가 있다. 켄드릭 라마에 이어 배드 버니까지, 바이럴하고 상징성 짙은 하프타임 쇼의 조합은 그야말로 강력한 원투 펀치였다. 라마의 지난해 무대가 비교적 범위가 분명한, 드레이크와의 디스전에서 거둔 뜨거운 승리 이후의 ‘승리 퍼레이드’에 가까웠다면, 배드 버니의 이번 무대는 훨씬 넓고 무게감 있는 목적을 지니고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 푸에르토리코와 히스패닉 정체성을 지켜내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렇기에 이 공연은 미국령의 경제사를 상징하는 가짜 사탕수수 밭부터, “God bless America”라는 말 뒤에 북미와 남미의 모든 나라 이름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는 장면까지, 날카로운 문화적 기호들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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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라면 배드 버니가 선택한 시계에 시선이 집중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의 손목에 올라간 것은 옐로 골드 케이스에 짙은 초록색 말라카이트 다이얼을 갖춘, 막 출시된 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 오토매틱이었다. 로열 오크를 둘러싼 수년간의 열풍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배드 버니의 손목에서 이 시계를 포착한 것은 다소 의외다. 그는 대체로 작고, 여성적인 코드로 읽히는 드레스 워치, 특히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까르띠에를 사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다소 ‘형님 감성’에 가까운, 투박한 스포츠 워치로 방향을 튼 점은 흥미롭다. 다만 이 모델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두툼한 스틸 오데마 피게가 아니다. 불과 지난주에 출시된 이 버전은 37mm 사이즈이며, 귀금속 케이스 덕분에 드레시한 블링의 광택을 더한다.

이제 우리가 약속했던 해석의 시간이다. 어떤 로열 오크든 골라 찰 수 있는 이 남자가 왜 하필 골드와 그린 조합을 택했을까. 이 색 조합은 공교롭게도 FIFA 월드컵 트로피의 색과 같다. 트로피는 금색이며, 베이스에는 두 줄의 말라카이트 링이 둘러져 있다. 미국은 올해 월드컵 공동 개최국이기도 한데,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긴장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것은, 미국인들이 ‘사커’라고 부르는 훨씬 더 국제적인 스포츠를 택하며 미식축구를 은근히 밀어내는 제스처일까.

그럴 수도 있다. 동시에 배드 버니의 실제 고향에 훨씬 가까운 공명도 존재한다. 푸에르토리코 국기의 색은 빨강, 하양, 파랑이지만,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는 버전에서는 연한 파랑이 사용되며, 이 역시 이번 퍼포먼스에서 드러났다. 하지만 푸에르토리코의 여러 지방 자치 단체 깃발 가운데 상당수는 노랑과 짙은 초록을 사용한다. 배드 버니가 자란 한적한 해안 마을 베가 바하의 깃발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전에도 노랑과 초록을 사용한 아디다스 제품을 통해 이 지역 색을 드러낸 바 있다. 그렇다면 정확히 같은 색감의 반짝이는 로열 오크 역시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거대한 정치적 주제를 깊은 확신으로 다뤄낸 쇼 속에서, 이 시계는 작지만 개인적인 디테일로 기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