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의 태평양과 카리브해를 가로지르며 비밀스러운 마을과 손길 닿지 않은 섬, 그리고 새로운 감각의 휴식처 사이를 유영하다.

파나마 카리브해 연안의 울창한 마을 포르토벨로 Portobelo. 역사와 신화의 결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이곳에서 산드라 엘레타는 ‘위대한 마녀’로 불린다. 냉소적이면서도 기품 있는 분위기를 지닌 83세의 그녀는 포르토벨로의 아프로-파나마인 Afro-Panamanian 공동체를 기록한 강렬한 사진 작업과 함께 파나마를 대표하는 예술가 중 한 명이 되었다. 민속 벽화와 깃털 가면, 거울 캔버스가 빼곡히 들어선 자유로운 감각의 복합 공간에서 그녀는 반세기 넘는 시간을 살아왔다. 이 복합 공간은 현재 ‘라 모라다 데 라 브루하 La Morada de la Bruja’, 직역하면 ‘마녀의 거처’라는 이름의 비공식 아티스트 레지던시이자 호텔로 운영되고 있다. 사원처럼 곳곳에 놓인 엘레타의 작품들은 1500년대 스페인 식민주의자들에 의해 처음 파나마로 끌려온 콩고 출신 노예들의 후손들에 대한 그녀의 깊은 경외를 보여준다. 엘레타는 나를 포옹으로 맞이한 뒤 차가운 레드 와인 한 잔을 건네고는 주문처럼 들리는 말을 남긴다. “여기 있는 동안은 당신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자유롭게 해도 좋아요.”

엘레타 밑에서 이곳을 공부한 사진가 친구 로즈 마리 크롬웰과 함께 나는 지금 포르토벨로를 누비며 자유로운 로드트립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녀가 들려준 파나마의 숨겨진 장소들에 대한 지난 여행담은 우리 여정의 이정표가 되어 우리를 이 지그재그 같은 길 위로 이끌었다. 여전히 많은 여행자가 파나마를 그저 ‘유명한 운하의 나라’라는 좁은 프레임 안에서 바라본다. 사람들은 보카스 델 토로 Bocas del Toro 같은 리조트 타운에 머무르거나 크루즈 여행의 경유지 정도로 이곳을 지나친다. 하지만 우리는 자동차를 타고 세계에서 가장 좁은 나라 중 하나로 알려진 이 땅을 파나마시티에서 포르토벨로 너머까지 가로지르고 있다.

태평양에서 대서양까지 채 두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중앙아메리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를 상징하듯 솟아오른 수도의 거대한 스카이라인을 뒤로하고, 우리는 사탕처럼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늘어선 느긋한 은신처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는 목이 잠긴 듯한 울부짖음으로 정글을 채우는 고함원숭이의 울음소리가 가장 크게 들린다. “이곳의 삶은 파나마 어디와도 달라요.” 산뜻한 산미의 세비체를 앞에 두고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으며 엘레타가 말했다. “곧 알게 될 거예요. 마치 가르시아 마르케스 García Márquez의 소설 속에 들어온 것 같다는 걸요.”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들리던 말들은 이틀에 걸친 여정 속에서 점점 구체적인 풍경으로 다가온다. 로즈와 나는 포르토벨로에 남아 있는 유네스코 지정 유적인 산 페르난도 데 오모아 요새의 폐허를 거닐기 위해 이곳에 왔다. 이 요새는 포르토벨로가 스페인으로 금과 은을 실어 나르던 핵심 항구였던 시절, 1759년부터 1775년 사이에 스페인 사람들이 세웠다고 하는데, 파나마 카리브해 연안에 남아 있는 세 개의 무너져가는 요새 가운데 하나인 이곳에는 녹이 내려앉은 대포와 거대한 석벽들이 찬란하면서도 잔혹했던 과거의 흔적처럼 남아 있다. 수세기 동안 이 항구는 해적들의 습격과 폭력이 끊이지 않던 장소였다. 영국의 탐험가 프랜시스 드레이크 역시 1596년 이 해안 인근에서 풍토병으로 생을 마감했다. 당시 선원들은 그의 유해를 납으로 덧댄 관에 넣어 바다 깊숙이 가라앉혔다. 이후 수많은 탐사가 이어졌지만 그의 관은 지금까지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포르토벨로에는 이처럼 전설과 신화 같은 이야기들이 곳곳에 스며 있다. 그 감각이 가장 생생하게 느껴지는 순간은 산 펠리페 교회에 들어섰을 때다. 적막하고 서늘한 공기가 감도는 이 성당에는 마을 사람들이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존재인 ‘블랙 크라이스트’가 모셔져 있다. 전설에 따르면 십자가를 짊어진 어두운 피부색의 예수상이 1600년대 항구 위를 떠다니다 발견되었고, 그 이후 아프로-파나마인 공동체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그것은 신앙과 식민주의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는 성스러운 존재로 남아 있다. 매년 10월이면 수만 명의 순례자가 이 성상을 보기 위해 포르토벨로를 찾기도 하고, 속죄의 의미로 맨발인 채 50마일이 넘는 길을 걸어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 마을의 매력은 깊은 인상을 남기는 역사와 전설에 그치지 않는다. 엘레타의 호텔에 머문다는 것은 탁 트인 베란다에 걸린 화려한 해먹 위에서 느긋한 시간을 흘려보낸 수많은 예술가의 흔적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중에는 미셸 오바마의 초상화를 그린 것으로 유명한 화가 에이미 셰럴드도 있다. “산드라에게는 저처럼 ‘입양된 아이’가 정말 많아요.” 마늘 향이 진하게 밴 코코넛 소스에 조리한 새우 요리를 앞에 두고 길게 이어지는 점심을 즐기던 어느 오후에 로즈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이 지역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어요.” 엘레타가 말했다. “세계 곳곳의 친구들을 이곳으로 데려오고 싶었어요. 많은 파나마인조차 아직 찾지 않는 이 마을에서 제가 경험한 것들을 함께 나누고 싶었거든요.”
포르토벨로에는 상업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의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로즈와 함께 오직 배를 타야만 닿을 수 있는 외딴 해변들을 떠돌던 날, 그것은 한층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미로처럼 얽힌 맹그로브 숲 사이를 지나간다. 거미 다리처럼 뻗은 뿌리들이 물 위에 좁은 길을 만들어내고, 그 끝에 수정처럼 반짝이는 석호가 펼쳐지자 우리는 물속으로 뛰어들어 느긋하게 헤엄친다. 수영 후 우리는 근처 마을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엘레타가 현지 주민에게 미리 부탁해둔 전통 음식이 차려졌는데, 코코넛 밀크에 문어를 천천히 졸여낸 이 요리에는 아프리카 문화의 흔적이 배어 있다.

해가 막 떠오를 무렵 포르토벨로를 떠난 우리는 파나마의 지협을 두 번이나 가로지른 끝에 아찔한 급커브 길을 지나 푸에르토 데 카르티 Puerto de Carti에 도착했는데, 이곳은 구나 얄라 제도 Guna Yala Islands로 향하는 관문이다. 한때 산블라스 제도 San Blas Islands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졌지만 2011년 정부가 원주민 명칭을 되살리기로 하면서 지금의 이름을 되찾았다. 눈부시도록 매혹적인 이 군도는 1925년 파나마로부터 자치권을 쟁취한 원주민 공동체 구나 사람들 Guna people이 자율적으로 통치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곳을 당일치기로 둘러보고 떠나고, 또 어떤 이들은 구나 사람들이 운영하는 초가지붕 숙소에 머문다. 하지만 우리는 섬을 가장 깊고 편안하게 경험하기 위해 세일보트를 빌렸다. 기타노 델 마르 Gitano del Mar는 길이 52피트의 카타마란이다. 드레드록 헤어를 한 선장이자 시인, 철학자 같은 분위기의 아르빈 하그나자리안은 아르메니아 Armenia 출신으로 지난 15년 대부분을 바다 위에서 살아왔다. 그의 티셔츠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너무 좋아! Fucking Bueno!!!” 앞으로 펼쳐질 날들을 생각하면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모토도 없어 보인다.

구나 얄라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하얀 모래사장과 푸른빛이 안쪽에서부터 은은하게 빛나는 듯한 바다 위로 야자수 한 그루가 길게 몸을 드리운 무인도를 먼저 떠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섬이 300개 넘게 이어진 풍경 위에 오래된 원주민 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다고 상상하면 된다. 기타노 델 마르 Gitano del Mar를 타고 섬과 섬 사이를 오가면서 느끼는 이곳에서의 즐거움은 소박하다. 코코넛 껍질째 담긴 코코넛 워터를 마시고 유연하게 몸을 휘며 헤엄치는 가오리 떼 위를 패들보드로 지나간다. 그리고 선장 아르빈 하그나자리안이 만들어주는 강렬한 럼 칵테일을 마시며 그의 바다 위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잠자는 거예요. 배 위에서는 보통 방식으로 잠들지 않거든요. 깨어 있을 때나 잠들어 있을 때나 계속 꿈을 꾸는 기분이에요.” 우리가 항해를 이어가는 동안 구나 사람들은 카누를 타고 우리 곁으로 다가와 전통 의상에 쓰이는 손바느질 직물인 몰라 molas를 팔기도 하고, 작살로 갓 잡아 올린 해산물을 건네기도 한다. 건네받은 해산물로 이 보트의 셰프인 프랑스인 콜린 포티에는 랍스터 세비체와 참깨 크러스트를 입힌 참치 같은 근사한 점심과 저녁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곳은 동시에 지구상에서 가장 취약한 장소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바다는 매년 조금씩 더 많은 것을 가져가고 있어요.” 아르빈 하그나자리안이 말했다. 그는 이 지역을 항해하기 시작한 지난 8년 동안 몇몇 섬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래톱 같은 형태로 점점 사라져가는 모습을 직접 지켜봤다. 기후 변화의 영향을 인정한 파나마 정부는 구나 사람들에게 본토로 이주할 것을 요청했고, 2024년에 1천 명이 넘는 주민이 해안가에 새롭게 지은 주택으로 옮겼다. 파나마가 가진 가장 경이로운 풍경 가운데 하나와 그 위에 이어져 온 문화가 머지않아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길한 신호다. 만약 이 섬들이 사라진다면 이 바다를 항해하는 경험 역시 완전히 다른 것이 되어버릴 것이다.

바네둡 Banedup이라는 이름의 섬에 도착한 우리는 코코넛 빵을 먹기 위해 이빈스 비치 레스토랑 Ibin’s Beach Restaurant에 들른다. 청록빛 바다 위에 기둥을 세워 지은 소박한 목조 건물로 이곳의 주인인 이빈 리나레스가 중심을 잡고 있다. 섬에서 자란 그는 오랫동안 파나마시티의 레스토랑에서 일하다 팬데믹 기간 동안 구나 얄라로 돌아와 자신의 공간을 열기로 결심했다. “여기 있는 건 전부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 거예요.” 그가 자랑스럽게 말한다. “우린 누구에게도 빚진 게 없어요.” 레스토랑 안에 걸린 작품들, 구나 전통과 외계 우주선을 동시에 연상시키는 거대한 캔버스들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 대화는 어느새 형이상학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 “지금 당신과 나는 여기, 3차원 안에 존재하고 있어요. 하지만 구나 사람들은 또 다른 차원이 있다고 믿죠. 에너지의 이동으로 이루어진 4차원이요. 그곳에서는 바람이 되고, 물이 될 수 있어요.”

다음 날, 아르빈 하그나자리안은 구나 사람들이 코코넛 플랜테이션으로 사용하는 작은 섬 근처에 배를 정박시키며 묻는다. “상어랑 같이 수영해볼래요?” 배 뒤편 아래를 내려다보자 내 몸보다 더 커 보이는 너스 상어 Nurse sharks 여러 마리가 원을 그리며 맴돌고 있다. 나는 긴장한 채 따뜻한 바닷속으로 몸을 들이밀지만 처음에는 공포가 날카롭게 밀려온다. 하지만 이내 그 감각마저도 이 생명체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헤엄친다는 압도적인 짜릿함의 일부가 된다. 우리는 파나마 내륙으로 이동해 거칠고 투박한 매력을 지닌 엘 바예 데 안톤 El Valle de Antón에 도착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 마을은 직경 약 4마일에 달하는 거대한 휴화산 칼데라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카리브해의 끈질긴 습기를 지나온 뒤라 서늘하고 건조한 이곳의 공기가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해가 저물자 탠저새 Tanagers와 큰부리새, 모트모트새의 지저귐이 잦아든 자리에 개구리들의 합창이 가득 채워진다.

오랫동안 파나마는 배낭여행자들의 여행지로 사랑받아 왔지만, 보다 다양한 여행자들을 위해 부티크 스테이를 만들어내는 데는 북쪽 이웃인 코스타리카 보다 뒤처져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도착하기 불과 몇 주 전에 문을 연 호텔 라 콤파니아 델 바예 Hotel La Compañía del Valle는 예외다. 호텔 곳곳에 놓인 수백 점의 아트 설치물은 마치 버닝맨에서 통째로 공수해온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잔디 위 거대한 나무를 둘러싸고 있는 하얀 섬유 유리 손가락 조형물들은 마치 내가 해독할 수 없는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는 듯 땅 위로 솟아 있다. “전부 제가 AI로 만든 거예요.” 수다스럽고 에너지 넘치는 캐나다 출신의 호텔 오너이자, 과거 홍콩에서 나이트라이프 사업을 한 크리스 렌츠 Chris Lenz가 말한다. “머릿속에 뭔가 떠오르면 바로 휴대 전화에 입력해요. 그러면 입력한 그대로 만들어지는 거죠.” 파나마의 전통 문화 속에 깊이 잠겨 있던 며칠을 지나 엘 바예 데 안톤 El Valle de Antón에 도착하는 순간 여행의 결은 완전히 달라진다. 하지만 여전히 이곳은 아직 많은 여행자에게 알려지지 않은 지역을 탐험하기에 매력적인 은신처처럼 느껴진다.

마을 중심 시장에서 점심을 먹은 후, 로즈와 나는 아주에로 반도 Azuero Peninsula로 향한다. 이곳 시장은 이국적인 과일부터 손으로 엮은 바구니까지 온갖 물건이 넘치는 미로 같은 공간이다. 파나마 남쪽 해안에서 태평양 쪽으로 길게 뻗은 아주에로 반도는 거대한 하늘과 목장, 부드럽게 굽이치는 언덕들이 이어지는 풍경으로 펼쳐진다. 우기에는 짙은 초록빛으로 물들고 건기에는 마른 볏짚 같은 금빛으로 변해가며 계절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오랫동안 떠돌이 서퍼들의 영역처럼 여겨졌던 이 해안선에는 작은 마을들이 점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베나오 Venao, 과니코 Guanico, 캄부탈 Cambutal 같은 곳들은 보헤미안적 감각을 지닌 이주민들에 의해 각기 다른 속도로 새로운 분위기를 입어가는 중이다. 페다시 Pedasi 외곽에 이르러 우리는 또 다른 파나마의 얼굴과 마주한다. 소리 없이 천천히 세계의 부유한 여행자들을 위한 목적지로 변해가고 있는 나라의 모습이다. 로즈와 나는 포장도로가 진흙길로 바뀌는 지점 너머로 카사 로로 Casa Loro에 도착한다. 이 저택은 ‘파나마에스 생태 보호구역 Reserva Ecológica Panamaes’이라 이름 붙은 1,527에이커 규모의 복원 목초지 한가운데 자리한 세 채의 대저택 가운데 하나다. 거칠게 요동치는 태평양을 내려다보는 극적인 절벽 위에 자리한 이곳은 에스티 로더 그룹의 손녀이자 사업가인 에린 로더의 개인 별장으로 사용되다 비정기적으로 외부 손님을 맞이하기도 한다. 카사 로로의 호스피탈리티 디렉터 마리아 데 로스 앙헬레스 에체베리아는 우리를 정제된 세계로 이끈다. 칵테일 이후에는 카카오 흙을 흩뿌린 비트 샐러드와 상큼한 패션프루트 살사를 곁들인 신선한 새우 요리가 이어진다. 꽃 향이 은은하게 감도는 칠레산 화이트 와인까지 마시고 나서 나는 그대로 겨울잠처럼 깊고 느린 잠 속으로 가라앉는다.

어느 날 아침, 우리는 이른 시간 눈을 떠 작은 해변으로 걸어 내려간다. 그곳에는 날렵한 보트 한 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몇 분 뒤 우리는 탁 트인 바다 한가운데에서 혹등고래 무리 곁을 천천히 떠다니고 있다. 배에 함께 탄 베테랑 어부 한 명이 힘 좋고 거대한 황다랑어를 낚아 올린 뒤 낚싯대를 내게 건네고, 나는 줄을 감아 올리며 한동안 녀석과 힘겨루기를 이어간다. 이후 호텔로 돌아와 호사스러운 아침 식사를 마친 우리는 근처 플라야 로스 파나마에스 Playa Los Panamaes로 향해 서핑보드 위에 몸을 올린다. 거칠게 솟은 바위들이 흩어져 있는 원시적인 해변에서 밀려 들어오는 파도는 오롯이 로즈와 나만의 것이 된다.

이런 날들이야말로 상위 1퍼센트의 사람들에게 그 유연하고 윤기 어린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걸까. 카사 로로에서 보내는 시간은 계속해서 감각적인 순간들로 이어진다. 몇 시간 전 내가 직접 낚아 올린 참치로 만든 크루도가 점심 식탁에 오르고 해 질 무렵에는 말을 타고 정글 사이를 달린다. 저녁에는 파나마시티에서 초청된 젊은 채식 셰프 안드레아 핀손이 바나나 꽃 엠파나다와 캐슈 애플 세비체를 준비해낸다. 하지만 진짜 오래 마음에 남는 건, 그 모든 호사스러운 순간들보다 훨씬 원초적인 풍경이다. 어느 날 해가 막 진 직후, 우리는 보호구역 안에 있는 바다거북 부화장으로 급히 향한다. 60마리가 넘는 푸른바다거북이 막 알에서 깨어난 순간이었다. 어둠 속에서 로즈와 나는 꿈틀거리는 작은 몸들을 조심스럽게 모래사장 위로 옮긴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이 부서지는 파도를 향해 천천히 기어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다에 휩쓸려 사라진다.
*저니 코스타리카 Journey Costa Rica는 파나마 맞춤 여행 일정을 기획한다. journeycostarica.com
One For The Road

파나마시티 구시가지 한복판 호텔 라 콤파니아 카스코 안티구오 Hotel La Compañía Casco Antiguo를 추천한다. 구나 얄라로 향하는 구간에서는 4륜구동 차량이 필요하다. 다시 북쪽으로 약 90분 이동하면 포르토벨로 마을에 닿는데, 이곳에서는 산드라 엘레타의 분위기가 느긋한 호텔 겸 아티스트 레지던시 라 모라다 데 라 브루하 La Morada de la Bruja, 혹은 포르토벨로만 건너편에 자리한 그녀의 사촌 아우로라의 엘 오트로 라도 – 프라이빗 리트리트 El Otro Lado – Private Retreat가 가장 좋은 숙소로 꼽힌다. 포장 도로를 따라 가로질러 달리다 보면 우림을 지나는 마지막 구간의 가파르고 축축한 길 끝에서 푸에르토 데 카르티 Puerto de Carti에 도착한다. 구나 얄라 제도로 향하는 관문이다. 군도를 제대로 경험하는 방법은 산 블라스 세일링 San Blas Sailing을 통해 카타마란 기타노 델 마르 Gitano del Mar를 빌리는 것이다. 휴화산 분화구 안에 자리한 마을 엘 바예 데 안톤 El Valle de Antón으로 향하면 세련된 웰니스 스테이, 호텔 라 콤파니아 델 바예 Hotel La Compañía del Valle가 기다린다. 아주에로 반도에는 작은 마을들과 함께 카사 로로 Casa Loro, 아마 에스탄시아 Ama Estancia 같은 고급 에스테이트가 자리하고 있고, 에코 베나오 Eco Venao의 소박한 수상 카바나 역시 매력적인 선택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