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에 절은 볼캡 때문에 이마에 여드름이 나는 것만큼 끔찍한 일도 없다. 그렇다고 몇 번 쓰지도 않은 새 모자가 망가지는 건 더 싫다. 어떻게 해야 할까?

좋은 모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멋이 더해진다. 배우 정준원이 지큐 코리아 ‘마이 에센셜’에 가져온 피부처럼 쓰는 볼캡을 보고 ‘아니 어쩐지 모자 아무리 찾아봐도 색이 같은 게 없더라…’는 댓글이 달린 이유다. 네이비 컬러 볼캡을 오래 착용한 결과 빈티지한 그레이 컬러가 만들어졌다. 아무튼 이렇게 색이 바랜 햇, 닳은 가죽 스트랩, 공원에서 보낸 여름날의 흔적이 남은 빈티지 볼캡의 햇볕 자국과 퇴색된 자수까지. 다른 옷들과 마찬가지로 그런 흠집과 흔적은 오히려 매력의 일부가 된다.
하지만 세탁에 있어 모자는 일반 의류와 다르다. 잘못 세탁하면 순식간에 망가질 수 있다. 모자마다 망가지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게다가 요즘 메이저리그 공식 볼캡 한 개 가격은 약 7만 원을 훌쩍 넘는다.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은 수십만 원대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니 세탁 실수는 단순한 아쉬움이 아니라 꽤 비싼 사고다.
세탁하려다 모자가 망가지는 이유
모자를 망치는 것은 생각보다 쉽다. 가장 큰 이유는 구조 때문이다. 야구 모자는 겉으로 비슷해 보여도 내부 구조가 천차만별이다. 어떤 제품은 수년 동안 사용해도 형태를 유지하지만, 어떤 제품은 생각보다 훨씬 약하다. 최근 생산되는 모자들은 챙 안에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제품은 물과 열에 노출돼도 형태가 비교적 잘 유지된다.
반면 1970~80년대의 빈티지 트러커 캡이나 판촉용 모자는 이야기가 다르다. 당시에는 챙 내부에 두꺼운 종이나 판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소재는 물에 젖으면 뒤틀리거나 갈라지고, 부풀거나 영구적으로 형태를 잃어버릴 수 있다. 인터넷에는 식기세척기 윗칸이 모자를 세탁하기 가장 안전한 장소라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 플라스틱 챙과 자수 로고가 적용된 현대식 모자라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오리건주 벤드에서 빈티지 모자 전문점 올드 보이 빈티지를 운영하며 모자 복원 전문가로 활동하는 에즈라 왓슨은 기계 세탁 자체를 권하지 않는다. 특히 모자의 구조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사람들은 세탁기나 심지어 식기세척기에 모자를 넣곤 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가장 피해야 할 행동입니다. 모자는 일반 옷처럼 굴러다니도록 만들어진 물건이 아니에요. 회전과 충격 때문에 크라운 부분이 변형되고 챙 모양이 망가지며 프린트가 갈라지고 오래된 소재는 손상될 수 있습니다.” 열, 수분, 마찰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세탁기와 식기세척기는 특히 위험하다.
더 무서운 점은 처음에는 멀쩡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세탁 직후에는 괜찮아 보이지만 몇 시간 뒤 말라가면서 비뚤어진 형태로 굳어질 수 있다. “이미 세탁기에 넣었다면 아직 약간 젖어 있을 때 최대한 빨리 모양을 다시 잡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틀린 상태로 말리면 안 돼요. 손으로 챙을 천천히 원래 모양대로 펴주고, 둥근 물체 위에 올려 말려야 크라운 형태가 유지됩니다. 초기에 대응하면 어느 정도 복구가 가능하지만 챙이 완전히 뒤틀린 상태로 마르면 복원이 훨씬 어려워집니다.”

모자를 올바르게 세탁하고 말리는 방법
에즈라 왓슨의 원칙은 간단하다. “세탁이 적을수록 좋다.” 소재와 종류에 상관없이 모든 모자에 적용된다. 그러나 여름 내내 이마에서 땀이 퐁퐁 솟아나는 것을 막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칙칙한 냄새를 풍기며 다니는 건 더 싫다. 세탁을 앞두고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소재다.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 어디가 얼마나 더러운가? 부분 세탁만으로 해결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부분 세탁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항상 가장 약한 방법부터 시작하라고 말합니다. 먼저 부분 세탁을 해보고 차가운 물만 사용하세요. 세제도 순한 것을 써야 합니다. 표백제나 강한 화학제품은 절대 사용하지 마세요. 많은 사람들이 너무 강하게 문질러서 원단을 상하게 하거나 프린트를 갈라지게 만듭니다.”
모자를 망치는 또 다른 주요 원인은 건조 과정이다. 에즈라는 세탁 직후 반드시 손으로 형태를 잡아주고 자연건조만 해야 한다고 강조해 말했다. 급해도 절대 건조기에 넣어서는 안 된다. 햇볕 아래 방치한 뒤 머리에 맞게 다시 변형될 거라고 기대해서도 안 된다. 젖은 모자의 형태를 유지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그릇이나 공 같은 둥근 물체 위에 씌워 말리는 것이다.
빈티지 모자의 경우 드라이클리닝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지만, 에즈라는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오래된 빈티지 모자라면 대부분의 드라이클리닝 업체를 믿지 않을 겁니다. 정말 경험이 있는 곳이 아니라면요. 많은 업체들이 일반 의류는 잘 다루지만 모자는 구조 자체가 완전히 다른 물건입니다.”
땀받이 부분은 칫솔로 닦아라
모자가 더러워지는 가장 흔한 이유는 땀이다. 특히 머리 둘레를 감싸는 안쪽 땀받이 부분에 땀이 스며들면서 오염이 쌓인다. 사람에 따라서는 땀과 습기, 열, 마찰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마 여드름이 생기기도 한다. 다행히 땀 얼룩이 심하게 굳지 않은 상태라면 제거는 어렵지 않다. “특별한 장비를 쓰지 않습니다. 부드러운 브러시, 마이크로화이버 천, 순한 세제, 차가운 물 정도면 충분해요. 사실 땀받이와 봉제선 주변은 부드러운 칫솔이 가장 효과적일 때도 많습니다. 강한 세제를 쓰는 것보다 정교하게 닦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방법은 간단하다. 미지근한 물에 세제를 몇 방울 풀고 부드러운 칫솔로 오염 부위를 살살 문질러준다. 진한 선크림 얼룩이 남았다면, 베이킹소다를 활용하자.
아무리 세탁해도 지워지지 않는 것들
모든 얼룩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소중한 모자라도 복구가 불가능한 흔적은 존재한다. “시간이 오래 지나 심하게 남은 땀 얼룩은 좋아질 수는 있어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수년 동안 방치된 경우라면요. 햇볕에 의한 변색, 깊게 누렇게 변한 자국, 스펀지 소재의 노화 같은 것은 사실상 영구적인 손상입니다. 세탁은 상태를 개선할 수는 있지만 새 제품처럼 되돌리지는 못합니다.”
그렇다고 얼룩이 생겼다고 해서 모자를 은퇴시킬 필요는 없다. 빈티지 숍 주인의 시각에서 보면 적당한 세월의 흔적은 오히려 멋이다. 에즈라의 매장에 들어오는 모자들도 모두 개별적으로 평가된다. 어떤 제품은 세탁을 거치고, 어떤 제품은 기부 매장으로 보내지며, 어떤 제품은 있는 그대로 판매된다. “오래됐거나 가치가 있는 모자라면 정말 최소한만 손대는 것이 좋습니다. 꼭 필요하지 않다면 전체 세탁은 하지 마세요. 사용 흔적 자체가 그 모자를 멋지게 만드는 요소인 경우가 많거든요. 너무 과하게 손대다 보면 오히려 그 매력을 잃게 됩니다.” 사람 사용법과도 같은 꿀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