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 인터뷰 – 스무 살은 지기 싫어

김범 인터뷰 – 스무 살은 지기 싫어

2015-09-10T22:12:24+00:00 |ENTERTAINMENT|

지금 김범은 공포영화 <고死>의 개봉을 앞두고 있고, 드라마 <에덴의 동쪽>도 찍고 있다. 생일날에도 일했다. 지는 게 너무 싫어서.

클래식 셔츠와 바지는 서상영, 신발과 양말은 배우 본인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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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스무 번째 생일이었죠? 네. 근데 일했어요. 영화 홍보한다고 버라이어티 녹화했어요.

스무 살 생일답진 않네요. 어렸을 때부터 일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10대와 20대의 차이점을 잘 못 느끼겠어요. 그냥 일하면서 1년씩 지나간 것뿐이지 많이 다르진 않아요.

생일인데 기쁘지 않아요? 그냥 뭐.

그래도 이제 열심히 찍은 영화와 드라마 공개되잖아요. 영화는 주연도 맡았고요. <거침없이 하이킥> 이후의 작품은 굉장히 오랜만이라서 조금 떨리기도 하고, 그동안 조금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기대도 되고 그래요.

아, 대학생도 됐군요. 연극 동아리 가입하고 싶다고 했었죠? 네. 촬영 시작 전까지 했어요. 그런데 1, 2학년은 연기를 못해요. 선배님들 공연하는 거 도와드리고, 뒤에서 무대 만들고.

요즘 자기가 마음에 들어요? 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노는 것보다는 일하는 게 좋잖아요.

보통은 노는 게 훨씬 즐겁다고들 하죠. 아? 그런가요? 물론 노는 것도 좋지만, 저는 노는 거조차 생각 못할 정도로 바쁘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을 해와서요. 요즘에는 촬영하면서 재밌게 지내고 있어요.

나이 스물에 일중독이네요. 글쎄요. 바쁘게 일하는 거 좋아해요. 제가 일을 시작하고 나서 2년 넘게까지 휴식이라는 시간이 열흘도 안 됐어요. 그래서 일이 몸에 밴 것일 수도 있고요. <거침없이 하이킥> 끝나고 조금 여유로운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어색했어요. 그래서 잠도 잘 못 잤어요. 촬영 현장이 너무 좋아요.

그럼 일 얘기해요. 두 번째 영화로 <고死>는 괜찮은 선택인 것 같아요? 공포영화다 보니까 연기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면이 많지는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배운 것도 있어요. 배우 혼자 연기한다고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태프 분들이랑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거요.

스스로 작품 보는 눈이 있다고 생각해요? 없을 것 같진 않아요. 평상시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요. 일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작품들 중에 중간중간 어색한 부분들을 찾아낼 수 있어요. 제가 혼자 리딩을 할 때 어색하면 그 작품은 저랑 잘 안 맞는 거고요.

첫 번째 영화<뜨거운 것이 좋아> 개봉할 때엔 극 중 ‘키스신’때문에 소희 팬들이 당신 미니홈피를 테러했다죠. ‘무섭다’고 쓴 글이 화제가 됐는데, 뭐가 그렇게 무서웠나요? 무섭다기보다, 그때 제 미니홈피에 와서 악성댓글을 단 사람들이 96년생 97년생이었어요.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그냥 넘겼어요. 그런 거 마음에 두고 사는 성격이 아니라서요.

연예인이 된 거죠. 이제 나도 안티팬이 생겼구나 생각했어요.

언젠가 말도 안되는 루머에 휩싸이거나, 누가 나를 싫어할 수도 있다는 생각해 본 적 있어요? 그 상황 하나만으로 평가가 내려지니까 많은 배우 분들이 평상시에도 조심하시는 것 같아요. 이범수 선배님이 촬영장에서 해준 얘긴데요, 배우는 카메라 앞에서만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있을 때도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고 했어요. 굉장히 공감했어요.

그럼 혹시 지금 인터뷰도 연기예요? 그러고 보니 방금 답할 때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한쪽 눈을 살짝 찡그리는 모습이…. 아니요! 아니에요. 물론 친구들이랑 놀 때랑 지금은 다르겠지만, 그래도 저와 거의 비슷해요.

다행이네요. 촬영할 때 보니 말도 않고 턱을 뾰족하게 만들 정도로 큰 미소만 띄우더군요. 누나들 앞에서 대처하는 당신만의 방법 같아 보였어요. 아니에요. 저 평상시에도 잘 웃어요.

그 미소로 단숨에 뜬 젊은 배우 같지만, 연예계 입성을 위해 오디션에 기를 쓰고 참가하고 <거침없이 하이킥>에서의 단역을 주연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한 것도 알아요. 제가 지는 걸 굉장히 싫어해서요. 제가 들어간 자리에서는 항상 상위권이나 최고가 되어야 나름대로 만족을 해요. 주위 사람들의 평가가 좋다고 하더라도 제가 만족을 못했던 경우가 더 많았어요. 중고등학교 때 6년 동안 축구 선수를 할 만큼 축구를 좋아하는데, 공 찰 때도 밖이 어두워져서 공이 안 보일 때까지 연습했어요.

<거침없이 하이킥> 김병욱 PD에게 A4 3장에 걸쳐서 ‘김범’ 캐릭터를 분석해서 보여줬다는 일화는 당신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에피소드예요. 캐릭터 설명이 ‘민호의 단짝친구로 엉뚱한 부분이 많다’는 두루뭉실한 말밖에 안 되어 있었어요. 비중이 없는 지나가는 캐릭터에 불과했고요. 거기서 또 지기 싫어하는 제 성격이 발동 걸린 거죠. 다른 영화나 드라마 작품에서 보면 튀는 캐릭터가 하나씩 있어요. 그런 캐릭터들 찾아가면서 수첩에 나름대로 정리를 했어요. 그걸 정리해서 작가님이랑 감독님께 보여드렸어요.

악착같네요. 처음 연기를 배울 때, 연기 선생님이 저에게 재능이 없다고 하셨거든요. 배운 지 세 달 넘어가니까 선생님이 “재능은 없을 수 있어도 니가 가진 성격 때문에 가능성은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했어요. 저는 재능이 없기 때문에 선생님의 그 말씀을 새기고 있어요.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해요? 음. 모르겠어요. 제가 느끼는 것보다는 연기 선생님께서 그런 말씀을 해주셨으니까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그런데 뭘 믿고 계속 했어요? 질 싸움이지만 어느 정도 해보면 몇 대 더 때리고 내가 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지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싸움이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연습하는 모습 보여주는 거 싫어하죠. 네. 저 되게 싫어해요.

너무 자존심 센 거 아닌가요? 아직 칭찬받을 일보다는 혼날 일이 더 많을텐데요. 남들한테 노력하는 거 보여주면 왠지 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상대가 나만큼 노력을 안 했을 경우엔 제가 이겨도 상대가 졌다고 생각을 안 할 것 아니에요.

그래도 물어볼 거예요. 연기 연습 어떻게 해요? 저는 분석을 많이 하는 편이죠. 대본에 나와있지 않아도 그 인물의 습관을 하나씩 다 적어봐요. 썼다가 아닌 것 같으면 다음 날 일어나서 다시 찾아서 지우고. 그렇게 촬영 전에 종이에 딱 정리된 것이 나올 때까지 써요. 책도 많이 봐요. 대학 입학 전에 스타니슬라브스키 연기론도 읽어봤는데, 사실 그건 아직까지는 이해가 잘 안 되더라고요.

연기 잘한다고 생각해요? 멀었죠. 아직 배워가는 단계다 보니까 안 좋은 평가들도 있을 수 있고 처음 시작하는 새내기에 대한 칭찬도 있을 수 있죠. 하나하나 다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우리는 당신을 연습하는 배우가 아닌 그냥 배우로 봐요. 학교를 다니더라도 시험을 보는 게 있고 평상시 예습 복습을 하는 게 있잖아요. 현장에서 연기는 시험을 보는 거죠. 평가를 받는 거죠. 시험을 볼 때만은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가는 거예요.

항상 차렷자세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연기할 때도요. 글쎄요. 물론 카메라 앞에 서면 아직까지는 부자연스러운 면이 많겠죠. 긴장을 해서 그랬을 수도 있고요. 잘 모르겠어요. 동적인 부분보다는 정적인 부분이 더 몸에 잘 맞는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만약에 살인범이 있다면 사람을 찌를 때 힘을 막 줘서 이렇게 여러 번 찌르는 살인범이 있을 거고요, 또 개중에는 슥 찔러서 칼끝만 확 돌리는 살인범도 있잖아요. 비유하자면 저는 후자의 연기가 더 몸에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잘 모르겠어요.

또래 배우 중에 라이벌 있어요?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요. <거침없이 하이킥> 3인방인 정일우 씨와 김혜성 씨와 오랜 기간 촬영하면서 많이 친해졌는데, 나중에 서로 경험을 많이 쌓고 다시 만나서 한 작품에서 연기해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선배 배우 중엔 있어요? 없어요. 선배 분들을 어떻게 라이벌로 감히 말하겠어요.

롤모델로 삼은 배우는 있겠죠. 존 쿠삭. 그분은 모든 장르를 넘어서 연기를 하는 것 같아요. 이번에 공포물을 찍어서 그런지 몰라도 연기를 넘나든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 같아요.

요즘 스스로 느끼는 결핍은 뭐예요? 곧 드라마 첫 방송이 시작되고 영화도 개봉하는데 그동안 제가 방송에서 좀 안 보였잖아요. 그래도 안 보이는 곳에서 준비를 많이 했으니까 그것에 대한 평가가 가장 필요하죠. 칭찬도 필요하고 충고도 필요하고요. 저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다 듣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원래 이렇게 말을 진지하게 해요? 진지한가요? 촬영 현장에서는 장난도 많이 치고 장난 때문에 혼난 적도 있는데, 이런 자리는 조금 낯설어요.

꼼꼼하고 악착같은 면이 많이 보여서 그렇게 느낀 걸 수도 있어요. 음. 제 성격을 생각하면요, 이러다 갑자기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단기간에 또 많은 걸 배우려고 바빠지겠죠. 그땐 그렇게 보내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