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간의 무한도전

마감이 끝나자마자 여자친구를 만나러 갔다. 한동안 못 만난 것에 대한 보상 심리와 성욕이 동시에 솟구쳤다. 하지만 일주일 동안이나 그걸 할 필요는 분명 없었다.

금요일 노원역 롯데리아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여덟 시였다. 그녀는 빨대를 쪽쪽 빨며 다이어트 콜라를 들이켜고 있었다. 열흘 만에 만나는 거였다.“마감 다 끝났어?” 대답도 하지 않고 주문을 하러 갔다. 시간이 없었다. 불갈비 버거 세트와 호밀 버커 세트를 시켰다.“드시고 가실 건가요?” “포장이요.”아홉 시가 넘으면 쉬었다 가는 것도 하룻밤 요금을 내야 한다. 봉투를 손에 들고 롯데 백화점 앞 신호등을 건넜다. 낡은 소나타 한 대가 바나나 모양을 그리며 골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빵빵, 신음소리처럼 클랙슨 소리가 골목을 빠져 나왔다. 모텔에 들어가자마자 에어컨을 틀고 조명을 맞췄다. 침대 뒤에 노란 전등만 불이 들어오게 했다. 그리곤 그녀 몸 위로 올라갔다. 시간이 없었다. 세 시간으론 성이 안 찰 것 같았다. 별 다른 전희도 없이 그녀의 바지를 벗기고 삽입을 했다. 그녀가 “좀 있다가 씻고 올 테니까 혀로 그거 해 줘.”말하는 순간 온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갔다. 마감의 피로 탓일까? 의지는 있었으나 기력이 없었다. 일 분도 안 돼서 사정을 했다.“내가 왜 이러지.”손을 그녀의 가슴으로 가져갔다. 브래지어도 채 벗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바로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깼을 때 그녀는 혼자 <무한도전> 재방송을 보며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토요일 시 쓰는 모임 때문에 오후 내내 대학로에 있었다. 끝나는 시간에 맞춰 그녀가 왔다.“저녁 먹으러 가자.”그녀가 말했다.“이것 저것 먹어서 배 안고픈데.” “난 고파.” 혜화역 1번 출구를 지나 성대 방향으로 올라가다 골목과 골목을 몇 개쯤 들어갔다 나왔다 했다.“근데 우리 뭐 먹으러 가는거야?” 겨우 도착한 곳은 작은 실비식당이었다. 그녀가 삼계탕 두 그릇을 시켰다. 난 냉면이 먹고 싶었는데. 식당에서 나와 내가 물었다.“근데 대학로에서 모텔 본 적 있어?” “마로니에 공원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어딘가 있지 않을까?”소화도 시킬 겸 걷기로 했다. 한참을 걸어도 모텔은 없었다. 그대로 가다간 종로까지 갈 판이었다. 준비운동치고는 너무 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혜화역 쪽으로 돌아와 지하철을 탔다. 길음역에 내려 먹자골목 안 작은 골목으로 들어 갔다. 너무 능숙했던 게 화근이었다. “여긴 누구랑 왔길래 이렇게 잘 알아?” 뻔뻔하게 되받아쳤다. “넌 옛날 남자랑 한 번도 안 했냐?” 오늘은 어제보다 몸 상태가 훨씬 좋은 것 같았다. 침대에 누워 형식적이나마 나름 예의를 갖췄다. 브래지어도 풀어 줬다. 그녀의 그곳까지도 고개를 내릴용의가 있었지만, 내가 내려가려고 할 때마다 그녀가 어깨를 잡아 끌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늘 내 허리 아래로 내려갔다. 내가 한 번도 끌어올린 적이 없기 때문일까? 그녀와의 섹스 횟수가 늘어갈수록 사전 행위가 귀찮아진다. 그녀를 내 위에 올리고 삽입을 했다. 나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밑에서 위치와 높이를 조절했다. 눈을 감은 채 그녀가 엉덩이를 이쪽저쪽으로 움직였다. 내 것이 긴 편이 아니어서 각을 잘 맞춰가며 움직이지 않으면 빠졌다. 그녀는 빠지면 손으로 다시 잡아 넣고 또 움직였다. 이렇게나 내 몸을 탐하고 싶었었나! “넌 이렇게 좋아하면서 왜 내가 먼저 하자고 하면 싫다고 말해?” “아, 조용히 해.” “잠깐만, 좀 멈춰봐봐, 나 사정할 것 같아. 야! 그만…”

일요일 <다이하드>를 보러 극장에 갔는데 다행히 표가 없었다. 나는 나를 잘 모르겠다. 마감이 끝나면 좀 쉬어야 하는데 만날 때마다 그 생각이 난다. 얼마 전엔 친구가 섹스 한 지 얼마나 됐냐 라고 물었을 때 대충 얼버무렸지만, 사실은 그 날 새벽에도 했었다.“우리 뭐 할까?”그녀가 물었다.“나 요즘 성적도 안 좋았는데 오늘은 한 번 전열을 불태워 볼게.” “핏, 변태.”다시 롯데 백화점을 지나 모텔 골목으로 들어섰다. 평균적으로 세 번에 한 번꼴로 초인이 되는 것 같다. 다행히 오늘도 그날이었다. 끝나고 내가 물었다.“그래도 나 아직 쓸 만하지?” “(부끄러워하며) 몰라. 그런데 남자들이 가끔 마누라가 차려주는 반찬이 달라졌다고 하잖아. 그 말 조금 이해가 돼. 네가 이렇게 고생한 날은 나도 자꾸 뭔가 해주고 싶어지는 거 있지.” 월요일 케이블 TV에선 <무한도전> 재방송을 하고 있었다. 뒤에서 그녀를 안고 가슴을 만지는데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그러자 그녀 가 내 위로 올라와 자신의 상체로 내 시야를 가렸다.“너 죽을래?” 그녀가 엉덩이를 들었나 놨다를 반복했다.“너 살 빠졌어?” “왜?”환한 표정으로 되물어왔다.“자기 엉덩이 뼈가 내 골반을 찔러.”

화요일 마감 휴가 마지막 날이었다. 그녀도 내일부터는 바빠질 거라고 해서 만나긴 만나야 했다. 근데 별로 할 일이 없었다. 오늘도 거기를 가야 하나? 인터넷으로 신문을 보는데 한 여자 배우의 누드사진이 갑자기 모니터에 떴다. 별 감흥이 안 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상하게 회사에 안 나갈수록 피로가 누적되는 기분이다. 내가 모텔에 가자고 해도 그녀가 싫다고 했으면 좋겠다. 그녀 집 근처에서 만나 서로 자연스럽게 모텔로 들어갔다.“우리 이러다 죽는 거 아닐까? 오늘은 손만 잡고 있자.”내가 묻자 그녀가 대답했다.“니가 무슨 요정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정자가 고갈되기도 할까? 시작한 지 몇 분 되지도 않았는데 사정할 것 같아서 미칠 것 같 았다.“나 지금 하고 좀 있다가 한 번 더 하면 안돼?” “그래.”그녀는 아무렇지 않아했다. 사정 후 바로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깼을 때 그녀는 씻고 옷까지 입고 또 <무한도전> 재방송을 보고 있었다.“걔들은 지치지도 않나 봐? 일주일 내내 그 짓이게?” 삐리리삐리리. 시간 다 됐다는 전화다. 도대체 내가 얼마나 잔 거지?

수요일 빨간 하트모양 쿠션을 베고 누워 내가 말했다.“비디오방도 열 번 가면 한 번은 공짜잖아. 숍에서 머리를 잘라도 그렇고. 모텔은 왜 많이 와도 아무런 혜택이 없지?”그녀가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수십 번도 더 봤는데 도대체 왜 가리는 거지? 퇴근 후 그녀의 집 근처 모텔로 왔다. 들고온 종이 봉투에서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꺼내 침대 위에 펼쳤다. 케이블 방송이 없을 땐 사람들이 모텔에 와서 종일 그거만 하다 갔을까? 커다란 와퍼와 감자튀김 부스러기까지 다 먹고 나서야 불을 끄고 누웠다. 오늘 따라 유난히 그녀 몸에 집중할 수 없었다. 리모컨으로 텔레비전을 끄고 그녀의 숨소리와, 살의 감촉까지 느끼려고 애를 써도 별 느낌이 안 왔 다. 그래도 막상 삽입을 하니까 흥분은 됐다. 이 여자랑 너무 오래 했나? 삽입한 상태에서 그녀를 이리 돌렸다 저리 돌렸다 뺐다 넣었다 한 발을 들었다 놨다, 별 짓을 다했다. 그녀는 흰자만 보이게 눈을 홉뜨고 자꾸만 내 팔을 끌어당겼다. 머릿 속에서 딴 생각이 났다. 한참 시간이 지났다. 숨을 헐떡이자 그녀가 말했다.“그렇게 힘들어? 오늘 수고했어.”오랜만에 들어보는 칭찬이었다.“이런 나 어때?” “멋져.” “어떤 점에서?”“….”

목요일 오늘까지 이러고 싶진 않았고 이렇게 될지도 몰랐다. 솔직히 쉬고 싶었다. 퇴근하는 길에 만나 저녁을 먹고 나니 슬슬 잠이 왔다. “그래, 한 시간만 자고 가자.”“잠만 잘 수 있겠니?”“나 오늘은 정말 힘이 없어.”“모텔비만 아꼈어도 렉서스를 샀을 거야.”그녀가 하는 말이 너무 현실적으로 들렸다. 모텔에 들어가고 나서야 잠만 자는 일이 힘들다는 걸 알았다. 쉬지 않고 먹다가 배가 터지는 돼지가 있을까? 어떻게 배가 불러도 계속 먹을 수 있지? 그럼 이런 나도 짐승 인 건가? 여자야 직접 힘쓰는 게 아니니까 그럴 수도 있지만. 그녀가 화장실에 들어간 사이 나는 프론트에서 준 샤워용품 팩 안에서 말 그림이 그려진 사정 지연제를 꺼내 한 봉을 다 발랐다. 빈 껍질은 쓰레기통에 버리는 대신 침대 밑 바닥으로 밀어넣었다. 잠시 후 그녀가 화장실에서 나와 내 오른쪽 팔을 베고 누웠다. 텔레비전 위에 달린 파란색 조명에만 불이 들어와 있었다. 분위기가 제법 괜찮았다. 그녀가 내 귀를 핥기 시작했다. 나는 천천히 그녀 옷을 벗겼다. 흥분은 됐는데 페니스가 반응을 안 했다. 그녀도 이상하다고 느낀 것 같았다. 우리 둘 다 동작이 느려졌다. 옷을 다 벗고 서로 침이 마르도록 몸 이곳 저곳을 핥는 동안에도 달라지는 게 없었다. 너무 많이 발랐나? 나는 자연스럽게 무슨일 있었냐는 듯한 자세로 슬그머니 리모콘을 들고 텔레비전을 틀었다.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박명수를 유재석이 뜯어말리고 있었다. 하하는 깔깔 웃다 뒤집어 졌다. 도대체 쟤들은 지치지도 않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