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해설 한다면 이들처럼

주말 밤마다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축구경기들을 볼 수 있게 됐다. 네명의 해설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떤 방송사에서 어떤 리그를 맡고 있나? (차례는 가나다 순)
박문성 SBS와 SBS스포츠에서 국내외 리그들, 2010년 월드컵 예선을 포함한 FIFA 매치를 담당한다.
박찬하 KBS N 스포츠에서 세리에A(이탈리아). 그리고 같은 채널에서 하는 리그 앙(프랑스)과 프리메라 리가(스페인), 잉글랜드 칼링 컵 등이다.
장지현 MBC ESPN에서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와 UEFA 챔피언스리그 그리고 가끔 K리그를 중계한다.
한준희 KBS N 스포츠에서 리그 앙과 프리메라 리가, 잉글랜드 리그 컵. 그리고 KBS의 몇 가지 프로그램들에 고정출연 중이다.

어떻게 해설자로 데뷔했나?

박문성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것이 계기였다. 그리고 송종국, 설기현 선수가 유럽리그에 진출하면서 iTV에서 축구 중계를 시작했다. 이후 박지성 선수의 네덜란드, 잉글랜드 진출이 큰 역할을 했다.
박찬하
축구 잡지에서 일을 하다가 잠시 회사를 쉬고 있는데 어떤 분이 해설자로 추천했다. 담당 PD가 아무 내세울 것 없는 나를 쓰겠다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
장지현 원래 영화 배급과 현장 제작 쪽에서 일했었다. 2002년 모 영화를 끝내고 새로 들어가는 작품 프로듀서를 하던 중 학교 선배가 편집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잡지사에 몇 번 놀러 갔다가 그곳에서 UEFA 한국 라이선스를 구매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선배에게 농담 삼아“제가 운영하면 잘 할 것 같네요”라는 말을 했다가 이라는 UEFA 챔피언스리그 한국 사이트를 운영하게 됐다. 그러다 여기까지 왔다.
한준희 해외축구 전문 웹사이트인 사커라인soccerline.co.kr을 통해 이름이 알려졌고, MBC로부터 연락이 왔다.

처음으로 중계했던 경기가 기억 나나?

박문성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 진출했던 송종국 선수의 경기였다.
박찬하 2007년 8월 세리에A 1라운드 팔레르모와 AS로마와의 경기였다.
장지현 인터넷은 2003년부터, TV 해설은 2006년 1월, 아스톤 빌라 경기였다.
한준희 2003년 에레디비지에(네덜란드) PSV 대 빌렘 II의 경기였던 것으로 추정한다.

어느 나라 리그가 가장 자신 있나?

박문성 K리그. 그리고 중계 경험이 있는 프리미어리그도 좋다.
박찬하 아무래도 세리에A를 많이 해서 제일 편하다. 그러나 해외 축구 해설자가 경기를 가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장지현 K리그. 1983년부터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고, 지금도 변함없다. 시작부터 역사를 꿰차고 있기 때문에 자신 있다. 해외는 백 년이 넘는 역사 중에 일부분밖에 못 본 거라 자신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한준희 어떠한 리그를 한다 해도 큰 상관이 없다.

해설자로서 자신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박문성 참 쑥스러운 질문이다. 시청자들이 판단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박찬하 장점이라기보다,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은 심판 판정이다. 잘 모르겠다고 넘어가는 것보다는 정확하게 얘기하려고 노력한다. 심판 판정 설명회나 현직 심판들을 통해 알게 된 상황들을 전달하려고 한다.
장지현 편안한 목소리.
한준희 오래도록, 다양하고 많은 경기들을 보아왔다는 점‘. 샤우팅’과 별개로 내용상으로는 이성적인 해설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인터넷 여론의 동향에 영합하기’와 거리가 멀다는 점.

반대로 약점은?

박문성 축구는 파고들수록 어렵고 광범위하다. 노력하고는 있지만 늘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박찬하
아직 방송을 많이 하지 않아서 짧고 간결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서툴다.
장지현
영어를 잘 하는 편이 아닌데, 선수 이름을 너무 굴리는 경향이 있다.
한준희 선수 생활을 경험하지 않은 것.

자신의 해설에 평균점수를 매긴다면?

박문성 독자들에게 묻고 싶다.
박찬하 40~50점. 그런데 이거 다른 사람들은 막 30~40점 주고 그런 거 아닌가?
장지현 30점.
한준희 항상 50점 이하다. 언제나 크고 작은 아쉬움이 남는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롤모델로 생각하는 해설자가 있나?

박문성 이용수 위원의 해설을 좋아한다. 차분하게 경기를 짚어주고 경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박찬하 이용수 위원을 최고로 꼽고 싶다. 불필요한 말이 적고 상황에 맞게 잘 설명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차범근 감독. 그런데 차범근 감독의 해설은 가끔 너무 어려워서 이해하는 데 오래 걸릴 때가 있다.
장지현 생각해본 적 없다.
한준희 예전에 KBS에서 해설했던 이의재 선생이다. 지금 가장 좋아하는 해설자는 이용수 위원.

선수출신이 아니라는 게 어떤 콤플렉스가 되기도 하나?
박문성
부족하고 불편할 순 있지만 콤플렉스나 장벽이 돼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노력하고 공부해서 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세계적 명장 조세 무링요 감독이 프로 선수 출신이 아니라고 뭐라 하지 않는다. K리그 포항스틸러스의 세르히오 파리아스 감독이 20세 이전 선수를 그만두었다고 감독의 자질을 논하지 않는다. 꿈에는 제한이 없다.
박찬하 선수 출신이 해설하는 것이 옳다. 비선수 출신은 어떤 상황에 대해 모범답안 같은 얘기만 꺼낸다. 이를테면 “지금은 어떻게 했어야 한다” 는 식으로. 그렇지만 경험이 있다면 “지금 어떻게 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쉽지가 않다” 라고, 조금 더 깊이 있는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장지현 특별히 콤플렉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까진 축구해설에서 비축구인이 해야 하는 몫이 분명히 있다. 언젠가 비축구인이 갖고 있는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스타플레이어 출신 해설자가 등장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면 비축구인 해설자들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을까.
한준희 콤플렉스가 심하다면 아예 해설을 하지 않았을 거다. 아까 선수 생활이 없었다는 게 약점이라고 했지만, 약점과 콤플렉스는 별개의 문제다. 우리 방송 역사에서 선수 출신 아닌 해설자는 종목을 불문하고 과거에도 존재했고, 드물지만 유럽의 경우에도 있다(A국가에서 그들에게 덜 알려진 B국가의 리그를 중계할 경우). 다만 이와 별개로, 나의 지론은 역시 해설은 선수 출신이 하는 게 궁극적으로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선수 출신 아닌 이가 해설을 하려고 한다면 정말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내축구(국가대표팀 경기나 국내리그) 해설과 해외축구 해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뭔가?

박문성 현장과 스튜디오 중계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대표팀 중계의 경우 ‘우리 팀’위주로 해설을 해야 한다는 것이 어렵고 힘들다. 못할 땐 못한다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박찬하 국가대표팀 경기는 일방적으로 한국을 응원한다. 다른 경기들은 두 팀에 대한 적당한 배분이 있어야 한다. 수비 시에“아 위험합니다”같은 얘기를 K-리그나 해외축구 중계에서 하면 큰일난다. 바로 편파방송 이야기가 나오니까.
장지현 특별한 차이점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간혹 K리그나 국가대표 경기 해설을 너무 쉽게 해설하려는 분들이 있다. 그 경기들도 해외축구처럼 상세하게 중계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은데.
한준희 둘 다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국내축구 해설도‘우리 선수들이니까’대충 뻔한 얘기들로 때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해외축구 해설이라 해도 별반 의미 없는 해외 토픽성 가십들로 채워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내가 후자의 경우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해외축구 해설자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은 뭐라고 생각하나?

박문성 해외축구 중계라면 해당 리그와 팀, 선수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보는 두 번째다. 제일 중요한 건 축구 자체에 대한 이해다.
박찬하 꾸준한 공부. 선수 출신이 아닌 나에겐 정보력이 생명이다. 그게 아니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장지현 해설자마다 다 달라서 뭐가 정답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한준희
해외축구 해설자는 광범위한 해외축구계의 상황에 정통해 있어야 한다. 요즘 세상은 빠르다. 5년 전쯤에 의미 있던 지식이 지금은 별 의미 없는 지식으로 바뀌는 것들이 많다. 자신이 중계하는 경기 이외의 경기들도 가능한 한 많이 챙겨봐야 한다. 특정 리그, 특정 팀 몇 개 아는 걸로 해설자 명함을 걸고 있다면 그건 시쳇말로‘날로 먹으려는’태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정보를 주로 어디서 얻나?

박문성 사람, 인터넷, 전문서적 등 다양하다. 아무래도 가장 선호하는 건 현장에서 듣는 목소리다.
박찬하 주로 인터넷을 이용한다. 정보를 얻기 편해졌지만 검증되지 않은 자료들이 많아서 잘 살펴야 된다. 어쭙잖게 찾아봤다가 큰 실수로 이어질 수가 있다.
장지현
프리미어리그는 영국의 나 <가디언>을 보면서 동향을 파악한다. 되도록 경기를 많이 보려고 노력하는데, 직접 보는 것만큼 좋은 정보는 없기 때문이다.
한준희 8, 9년 전을 회고해 보면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요즈음엔 나도 인터넷을 통해 얻는 정보가 압도적으로 많다. 예를 들어 예전 같으면 방송이나 비디오를 통해 볼 수 있던 화면들이 이젠 다 인터넷 안에 있으니까. 인터넷만 뒤져서 해설을 하려는 태도는 배격하지만, 요즘 시대에 가장 유용한 정보원은 일단 인터넷인 것 같다.

중계하는 경기 이외에 일주일에 몇 경기나 보나?

박문성 대중없다. 그러나 하루에 연이어 4경기 이상 보는 건 무리다.볼순 있지만 경기가 서로 섞여 정신이 혼미해진다.
박찬하 중계 경기 이외에 라 리가나 리그 앙 방송 보고 그 다음에 세리에A의 경우 중계 경기 외에도 1~2경기 정도 더 본다. 그리고 K리그는 주말 낮 중계를 방송 준비 때문에 보지 못하는 상황이 있는데. 그럴 땐 그냥 틀어놓고 소리만 듣고 주요 장면만 본다.
장지현 3대 빅리그는 최소한 전 경기 하이라이트를 어떻게든 구해서 본다. 90분 풀타임 경기는 한 8경기 정도 보는 것 같다.
한준희 최대한 많이 본다. 그래서 주말은 이틀 내내 잠을 거의 못 잔다. 이제는 휴식기에 들어갔지만 우선 K리그 경기부터 봐야 하니까.

카메라가 관중석을 비췄을 때 거기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맞히는 걸 대단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어떻게 알게 되는 건가?

박문성 옛말에 보이는 만큼 사랑하고 사랑하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사실 모를 때도 많다.
박찬하 VIP 리스트를 보고 검색해서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해둔다. 클럽 간의 경기에서는 각 구단주나 구단 관계자들,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나 은퇴한 유명 선수들을 준비한다. 중요한 경기일 경우는 축구협회 인사, 리그 인사, 그리고 도시의 시장까지는 검색을 한다.
장지현 유명한 구단주는 그냥 축구를 좋아하다 보니 알게 된 경우도 있다. 그게 아니라도 보통 구단주들은 기본적으로 중계 전에 확인하고 가는 편이다. 단독 샷이 잡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설명을 해주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한준희 외국 축구를 어려서부터 봐온 것이 결정적으로 도움이 됐다. 일단 기본적으로 축구와 관련된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 물론 국왕이니 공주니 하는 VIP들이야 원래 알고 있던 건 아니다. 그런 부분은 미리 예측을 해서 얼굴 사진을 찾아본다. 그리고 프리미어리그 경기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는 예외 없이 이어폰을 통해 스카이스포츠 중계진의 음성이 들려오는데 거기에서 약간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이름이라도 들어 봤어야“누구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거다. 아예 모르는 사람이라면 현지 코멘터리를 듣고 있다 해도 얘기하기 어렵다.

당신이 생각하는 역대 세계 최고의 팀과 선수는 누구인가?

박문성 요한 크루이프 시절의 네덜란드 대표팀. 당시 네덜란드 팀의 토털풋볼이 현대축구에 끼친 영향을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박찬하 응원했던 마음속의 마지막 팀, 부천을 최고로 꼽고 싶다. 2000년 당시의 부천. 그 시절 부천은 2% 부족하긴 했지만 완벽에 가까운 팀이었다. 미드필드에서 돌아가는 패싱 게임은 지금도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아기자기한 축구를 좋아하게 된 것도 부천 때문이다. 선수는 디에고 마라도나가 떠오른다. 경기를 지배하는 선수가 무엇인지 깨닫게 해줬다.
장지현 90년대 초반의 AC 밀란. 최고의 선수는 루드 굴리트.
한준희
99년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최고의 선수는 디에고 마라도나. 기록화면으로 접한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와 50년대 레알 마드리드, 펠레와 1970년의 브라질 대표팀 등은 아무래도 가슴에 덜 와 닿는다.

어느 팀의 팬인가?

박문성 특정 팀에 쏠리지 않게 해설을 하려다 보니 어느 순간 팀 선호도가 줄어들었다.
박찬하
예전에는 좋아하는 클럽이 있었지만 지금은 특별히 없다. 그냥 공격적인 성향의 팀이 좋다.
장지현 해외축구는 삼프도리아와 첼시. K리그는 수원삼성. 고향이 춘천이라 이번에 창단된 강원FC에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
한준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이‘었’다.

해설을 할 때 그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

박문성 영향을 미칠 것 같아 특정 팀이 아닌, 경기 내용이 재미있는 팀이면 다 좋아하게 됐다.
박찬하 좋아하는 클럽이 없는 게 방송할 때 좋다. 아무래도 무의식중에라도 응원할 것 같아서. 아니면 의식적으로 응원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누구든지 이겨라’라고 마음먹고 하면 누가 골을 넣어도 즐겁고 신난다.
장지현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최대한 중립적으로 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경기 중에 간혹 열이 나는 경우도 있다.
한준희 전혀 미치지 않는다. 영향을 미쳐서도 안 된다.

좋아하는 팀과 한국 선수가 있는 팀이 맞붙었을 때는 어떤가?
박문성 솔직히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진출한 뒤로는 상대에 관계없이 박지성 선수를 응원하게 됐다.
박찬하 좋아하는 팀이 특별히 없어서 그 기분을 알기가 어렵다. 해설할 때 괜히 신경 쓰일 것 같다.
장지현 한국 선수들을 보기 위해 경기를 보는 분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일부 마니아들보다는 일반 대중을 위한 중계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한준희 그들이 있는 팀을 응원하듯 중계할 필요는 없다. 물론 그런 중계에서 한국 선수가 많은 비중으로 다뤄지는 것이 자연스럽고, 가급적이면 한국 선수가 제 몫을 다 하면서 소속팀이 좋은 경기를 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그래서 분명 한국 선수와 소속팀 쪽 비중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별개로, 그렇다고 상대팀이‘악의 무리’인 것은 아니다. 마치 서포터가 상대팀 약 올리듯 상대를 비하하거나 상황을 왜곡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급적이면 상대팀에 대해서도 정확하고 세심한 정보를 제공해 줘야 좋은 해설이라할수있다.

대부분 새벽이라 정신이 맑을 만한 시간은 아니다. 기억나는 실수가 있나?

박문성 이런 일은 축구 중계가 아니라도 많이 일어나긴 하지만… 화장실이 너무나 급해 혼났던 기억이 있다. 참다못해 그 자리에서 해결할까 하는‘역모’를 꾀하다 캐스터의 반대에 부딪혀 뛰쳐나갔다 들어왔다. 다행히 그 사이에 경기에 큰 변화가 없어 별 탈 없이 넘어갔다.
박찬하 기침이 나오는 순간. 파트너인 김동연 캐스터가 목소리가 크다. 골을 외치면 쩌렁쩌렁한데 그때 나도 같이 소리 지르면서 기침 한 번 한다.
장지현 졸릴 때는 언제나 당황스럽다. 간혹 피곤을 풀지 못한 상황에서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새벽 중계를 할 땐 조금 과장하자면 부모님 이름도 생각 나지 않는다. 허벅지를 꼬집는 방법밖에 없다.
한준희 꽤 알려진 실수 중 ‘인도 철강왕 사건’ 이 있긴 하다 . 작년 잉글랜드 칼링컵 16강 경기였는데, 퀸즈파크 레인저스 구단 간부 중에 인도 철강왕의 사위가 있다. 카메라가 관중석을 잡길래 “아, 이 사람은 인도…”라고 하는 순간 그 유명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얼굴이 보였다. 순간적으로 잘못 본 거다. 정확하게는 ‘인도 철강왕 사위 사건’이 맞겠다. 그러나 제일 당황했던 순간은 그게 아니다. 사실 독일월드컵 방송 중에 한 두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내용은 비밀이다.

해외의 중계(특히 아르헨티나나 스페인)를 보면 해설자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흥분할 때가 많다. 반면 한국 해설자들은 지나치게 얌전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박문성 유럽의 경우도 북부와 남부의 스타일이 다르다. 대개 북쪽은 조용하고 남쪽은 분주하다. 북미와 남미의 중계 스타일도 다르다. 사람들의 성향이나 문화 때문인데, 질문처럼 우리는 다소 흥분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긴 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차분한 분위기 내에서 포인트를 잡아 흥을 돋우는 스타일을 선호한다.
박찬하 한국에서 남미식으로 방송하면 욕을 많이 먹지 않을까? 적당한 흥분은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본다. 시청자들이 더 즐겁게 경기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나운서나, 해설자의 흥분 덕택에 경기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면 그건 분명히 필요한 요소다.
장지현 프리미어리그 시청자 층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팬들은 대부분 젊은 층이다. 나이가 있는 분들은 소리 지르는 해설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냥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한준희 흥분이냐 얌전이냐의 문제보다는, 좋은 해설이냐 나쁜 해설이냐, 최선을 다하는 해설이냐 날로 먹으려 드는 해설이냐 등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각국의 경기들을 보는 입장에서, 한국 축구가 가장 빨리 닮아야 할 부분은 뭐라고 생각하나?

박문성 2, 3부의 디비전 시스템이 필요하다. 팬과의 호흡을 클럽의 첫 번째 과제로 설정하는 자세도 배워야 한다.
박찬하 경기력이다. K리그가 지금보다 더 수준 높은 경기를 해야 한다. 이미 팬들은 해외리그를 접하면서 눈높이가 높아져 있다. 지금의 경기력이 계속된다면 관심은 점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축구팬들의 눈이 지나치게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경기력은 끌어올려야 된다. 그리고 축구를 위해 지갑을 열 수 있는 팬의 숫자가 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안 좋으니까 안 산다는 것이 아니라 사면서 당당하게 제품을 발전시키라는 주장을 하면 좋겠다.
장지현 축구 클럽 문화는 빨리 닮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잉글랜드를 비롯한 유럽 대부분의 축구문화는 100년 넘게 리그가 진행되면서 커왔다. 그런 문화를 차용하는 것보단 현재 K리그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하나 하나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일단 자국 리그 기반을 튼튼하게 만든 후, 그것을 건실하게 운영하면 축구 문화는 그 나라에 맞게 자연스러운 발전과정을 밟게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한준희 얘기하자면 한이 없고, 또 잘못하면 상투적이고 의미 없는 얘기가 될 것 같아 답변을 생략한다. 습관적으로 내뱉는 말이 있나? 박문성 기회예요. 박찬하 네. 좀. 장지현 글쎄요. 한준희 어떻게 보면. 챔피언스 리그 16강 윤곽이 거의 드러났다.

의미가 없으면서도 언제나 궁금한 질문. 올해는 어떤 팀이 우승할 것 같나?

박문성 갑자기 토토가 하고 싶어진다. 예측은 언제나 쉽지 않지만 한 팀을 꼽아야 한다면 바르셀로나다.
박찬하 수비가 흔들리는 팀이 단기전에서 우승하기는 어렵다. 사실 지난 시즌에 예상했다 다 틀려서 조심스럽다. 이번 시즌은 바르셀로나와 맨체스터 유나티이드가 유력한 우승 후보라고 생각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올해 리그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지만 한 방을 가진 선수들이 너무 많다.
장지현 바르셀로나가 제일 잘하는 것 같다.
한준희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바이에른 뮌헨, 리버풀, 인터밀란이 그 뒤를 쫓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