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크루즈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어떤배우가 히틀러를 암살하려 한다. 미래에 자신의 아이에게 영웅으로 대접받길 바라며.

“쉿! 수리가 저기서 막 잠들었어요.” 톰 크루즈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그걸 들었는지 수리가 웅얼거린다. 가위와 관련된 얘기다. “ 뭐? 머리 자르기 싫어?” 크루즈가 미안해하며 내게 묻는다. “아이 있으세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타는 천사 같은 딸아이가 앞머리 때문에 칭얼거리는 것에 자신의 삶이 휘둘린다는 인상을 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그런 인상을 주고 싶어하는 건지도 모른다. 톰 크루즈의 말과 행동 뒤엔 항상 딴 속셈이 있다. 그의 쾌활한 태도(그는 정말 잘 웃는다), 말도 안 되게 잘생긴 얼굴,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격적이다 싶은 진지함 뒤에는 음흉한 뭔가가 숨어 있다. 존 웨인 이후로 전 미국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영화배우인 그가 이번엔 애꾸눈 안대를 하고 의수를 낀 채, 관객들에게 나치 제복을 입은 자신을 찾아보라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맞다. 그에겐 딴 속셈이 있다. 관객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 그의 속셈을 헤아릴 수 있다. 톰 크루즈는 누가 선하고 누가 악한가와 같은 근본적인 가정들을 관객들이 다시 생각하게 만들 계획이다. “사람들이 굳게 믿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건 아주 매력적인 일이죠.” 톰 크루즈가 말한다.“ 어렸을 때 전쟁놀이를 종종 했죠. 언제나 ‘나치를 죽여라’ 라고 외쳤어요. 전 히틀러를 죽이고 싶었어요.” 크루즈가 소리 내어 웃는다. 그는 새 영화 <작전명 발키리>에서 귀족 출신의 육군 장교 클라우스 폰 슈타펜버그 대령을 연기했다. 슈타펜버그는 독일 레지스탕스에 가담해 총통을 암살하고 독일을 나치당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계획을 이끈다. 브라이언 싱어가 이 역사 스릴러물의 메가폰을 잡았다. 공교롭게도 브라이언 싱어가 이전에 감독한 영화 <슈퍼맨 리턴즈>의 플롯은 톰 크루즈의 지난 몇 년을 재구성한 통속소설과 비슷하다. 미국의 우상이 가정생활에 충실하기 위해 무대를 떠나고 그가 없는 동안 대중은 더 이상 그가 필요하지 않다고 믿기 시작하는데, 그러던 어느날 어둠의 시대가 도래하자 말쑥한 영웅이 다시 등장하고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를 깨닫는다는 내용 말이다. 궁금한 점은 왜 하필 의기양양하게 복귀하는 작품으로 그토록 복잡하고 그토록 무거운 영화를 택했는가 하는 것이다.

“어떤 영화를 찍든 항상 말리는 사람이 있어요. <7월 4일생>을 찍을 때 절 말리던 사람들은 그 영화가 제 이력을 망칠 거라고 했죠. 자멸할 게 불 보듯 뻔하다고 했지만, 전 뛰어들었어요. <탑건>을 찍을 때도 말리는 사람들이 있었죠.” 물론 ‘매버릭(이단아)’이라 불리던 통제불능의 해군 제트기 조종사 역을 맡아 스타덤에 오르기 전에는 도 아니면 모라는 심정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이제 그는 마흔 여섯 살이다. 깎아 놓은 듯한 얼굴은 전과 달리 눈과 뺨 부위가 조금씩 꺼지고 있다. 게다가 자상한 남편이자 자상한 아빠로 한동안 공백기를 가졌다.

최근 스스로 가진 안식년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그 덕분에, 톰 크루즈에게 2008년은 연예계 눈치 안 보고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한 해였다. 그는 세계를 구하고, 여심을 훔치며, ‘톰 크루즈’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의무에서 해방되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정치적 무관심을 비난하고 싶어 <로스트 라이언즈>에서 모사꾼이자 아첨꾼인 상원의원 역을 맡았다. 할리우드를 조롱하고 싶은 마음이 들자 <트로픽 썬더>에서 출연료도 받지 않고 과격한 대머리 영화제작자로 카메오 출연했다. “벤 스틸러와 작업하면서 제가 그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어요. 대신 춤을 추게 해 달라고 했죠.” 크루즈가 말한다.“ <위험한 청춘> 이후론 신나게 춤을 춰 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전 세계가 하나같이 사악하다고 생각하는 것(나치 독일)에 선한 면이있음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결국 이번 영화에 출연했다.

그가 성공할 수 있을지 미심쩍은가? 그는 <작전명 발키리>를 완성하기 위해, 그의 종교를 불법으로 규정하려고 하는 나라를 자기편으로 만들어야 했다. 어느 독일 관리는 그를 ‘사이언톨로지교의 요제프 괴벨스’라고 부르며, 베를린의 독일군 사령부였던 벤더블록에서 촬영을 불허했다. 타블로이드 지는 이 이야기를 실컷 우려먹었고, 남의 불행에 대해 말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입방아를 찧었다. “항상 그런 사람은 몇 명씩 있기 마련이죠.” 크루즈는 그를 비난하던 독일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결국 우리는 대화를 했고, 그들은 우리가 다루려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이해하게 됐어요. 그들 마음이 누그러졌죠. 이 영화 찍으면서 여러 가지로 힘들었어요. 그건 한 가지 문제에 불과했어요.”

더 이상 곤란한 상황은 없을 것이다. 동정표를 구걸하는 모습은 전혀 ‘톰 크루즈’답지 않다. 하지만 그는 슈타펜버그라는 인물에게서, 그리고 그의 양심적 위기와 갈등을 일으킨 충성심에서 자신과 연관된 점을 분명히 발견했다. “살면서 어떤 순간에 내린 결정들이 있는데, 그가 처한 입장과 깊은 관련이 있어요. 슈타펜버그는 처음에 ‘누군가가 나쁜 놈을 쏴버려야 한다’고 말하죠. 하지만 나중엔 자신이 그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임을 깨닫게 돼요. 우린 그런 절박한 상황에 놓이지 않는 한 그걸 깨달을 수 없어요. 전 지금 의협심에 불타 이런 얘길 하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우리가 그런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톰 크루즈는 자신의 인생철학을 말하는 데 너무도 신념에 차 있어서, 그의 말이 진심이 아니지 않을까라는 의심을 품을 수 없게 만든다.“ 그건 자기 아이를 바라보면서 ‘저 아이가 어떻게 자라길 바라지?’라고 묻는 남자의 강직함과 관련된 거예요.” 그가 말한다. “세월이 흘러 아이들은 깨달을 거예요. ‘우리 아빠는 영웅이었어. 우리 아빠는 존경할 만한 분이야’라고요.”

톰 크루즈가 아니면 어느 누구도 다음과 같은 말을 입에 담지도, 담으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 영화는 옳은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얘기예요. 그러면서 동시에 옳은 일이 무엇인지 찾는 얘기죠.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이 영화를 찍은 건 옳은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전 영화를 사랑해요. 정말이에요. 전 영화를 사랑해요!”

그는 여전히 새하얀 이빨을 번쩍이며 천방지축 날뛰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는 수없이 많은 이유들 때문에 나지막하게 말하는 것의 중요성 역시 배웠다. “보세요, 애가 세상 모르게 자네요.” 그는 다시 목소리를 낮춰 속삭인다. 그러고 나서는 잠시 실례하겠다며 두 살 된 딸아이를 보러 간다. 아마도 그를 지구상의 가장 영향력 있는 스타가 아닌 다른 존재로 봐줄 한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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